지난 2일, 야구팬들을 충격에 빠트리게 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두산 베어스의 대표 이사가 팀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심판에게 돈을 건넸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과거부터 많은 승부 조작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구단 고위층이 관련된 의혹이라 많은 사람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팀 해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올 정도로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많은 야구팬들이 이 사건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두산 팬들의 경우는 그 충격이 더욱 크다. 2013년 포스트시즌은 두산 팬들에게는 결코 잊지 못할 명승부였다. 비록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한국시리즈 7차전까지 경기를 끌고 가며 팬들에게 즐거움을 감동을 선사한 포스트시즌이었는데, 그 경기에 승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는 걸 알게 된 팬들의 상실감과 분노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KBO와 두산은 개인과 개인의 금전거래였을 뿐, 승부 조작과는 연관이 없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오히려 KBO에선 두산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아 많은 사람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둔 구단 관계자와 해당 경기의 심판이 경기 전에 돈을 주고받았다면 누구라도 심판 매수를 통한 승부조작을 의심할 상황이다. 게다가 두 사람이 심판과 구단 관계자였다면 승부조작이 있든 없든 간에 돈을 주고받은 행위 자체로도 충분히 큰 문제로 보일 수 있다.

심지어 KBO는 지난해 승부 조작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미 두산 측이 심판에게 돈을 전달한 정황을 파악했으나, 경고를 내렸을 뿐 아무런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이 사건을 공개하지 않고 내부에서 처리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프로야구의 건강한 발전을 위한다면

국내 다른 스포츠 분야와 비교해보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 모터스 스카우터에 의한 심판 매수 사건이 발생했을 때, 승점 9점 삭감과 벌금 1억 원의 징계를 내렸다. 경남 FC 사장이 심판을 매수 했을 때, 프로축구연맹은 승점 10점 삭감과 7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에는 이 같은 징계도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많은 사람의 빈축을 샀다. 이에 반해 KBO의 징계는 너무나도 가볍다. 징계라고 보기도 힘든 미약한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만약 KBO와 두산이 진심으로 팬들을 존중하고 생각했다면 이런 설득력 없는 해명을 내놓기보다 더 자세한 조사를 행하고 부족함을 인정했어야 한다. 또한, KBO 측도 심판 매수의 의혹이 나온 정황을 확인한 순간 그 사실을 팬들에게 알리고 엄중한 처벌을 내렸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였다. 이는 철저히 팬들을 우롱하고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 수 있다.

두산과 KBO가 승부 조작 의혹으로 이러한 비난을 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있었던 승부 조작 사태에서 두산은 지난해 진야곱이 사설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정황을 파악했음에도 경찰 발표가 있기 전까지 계속 경기에 출장시켰으며, 이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KBO는 이에 대해 두산에 제재금 2000만 원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내렸고, 두산 베어스의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또한, 진야곱에게도 20경기 출장 정지라는 처벌을 내려 '솜방망이 처분이 아니냐' 하는 비난을 받았다.

이렇게 반복되는 승부 조작 의혹과,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당시에만 수습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며 팬들은 이미 구단과 KBO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구단에 의한 심판매수 의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이 상황에서 팬들은 구단 해체를 외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벌금이나 엄중한 경고 조치로 끝날 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장기적으로 한국 야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관습을 완전히 떨쳐내고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만약 이번 사태가 더욱 확대되어 리그의 흥행에 큰 차질이 생기고 리그의 위상이 떨어지고 다시 암흑기가 도래한다고 해도, 이번 기회에 확실히 정리해야 한다. 암을 그대로 놔두면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것처럼, 겉으로만 대충 수습하고 어영부영 넘어가면 몇 년 지나지 않아 똑같은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그땐 정말로 돌이킬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이 프로야구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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