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가 반등을 노리던 삼성의 앞길을 막고 다시 단독 1위로 올라섰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타이거즈는 29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2방을 포함해 장단 29안타를 몰아치며 22-1로 대승을 거뒀다. KIA의 좌완 선발 팻 딘은 8이닝 3피안타8탈삼진1실점 호투로 최근 3연패의 사슬을 끊고 6월 들어 첫 승을 거뒀다(시즌 5승5패 평균자책점4.15).

이날 KIA가 때린 29안타는 2014년5월3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롯데 자이언츠가 기록한 한 경기 역대 최다 안타와 타이기록이다. 하지만 이날 달성한 대기록보다 요즘 김기태 감독을 뿌듯하게 만드는 일은 따로 있다. 바로 시즌 초반 부진을 면치 못해 KIA 타선의 구멍으로 전락했던 '캡틴' 김주찬의 화려한 부활이다.

KBO리그 대표하던 준족, KIA 이적 후 중장거리포 변신

김주찬은 롯데 시절 7년 연속 20도루를 기록했을 정도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준족이었다. 2013 시즌을 앞두고 KIA가 5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김주찬을 영입한 이유도 이용규(한화 이글스)와 함께 리그 최고의 테이블 세터를 구성하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이용규는 야속하게도 1년 후 테이블세터 파트너를 정근우로 바꿨다).

설상가상으로 롯데 시절 강철체력을 자랑하던 김주찬은 KIA 이적 후 유리몸이 되고 말았다. 김주찬은 2013년 시즌 개막 4번째 경기에서 당시 한화 소속이던 유창식(저니맨 외인구단)이 던진 공에 맞고 손목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결국 김주찬은 FA 계약 첫 시즌부터 81경기에 결장하며 FA자격 일수를 채우는데 실패했다.

김주찬은 2014년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346 9홈런46타점22도루72득점을 기록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하지만 팬들에게는 .350에 가까운 높은 타율보다는 롯데 시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진 도루 숫자와 여전히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한 김주찬의 불안한 몸상태가 더 눈에 들어왔다.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젊은 시절처럼 폭발적인 주루플레이를 하기가 힘들다고 판단한 김주찬은 2015 시즌 중장거리 타자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덕분에 9개였던 시즌 홈런이 18개로, 46개였던 타점이 62개로 늘어나는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장딴지와 햄스트링에 부상을 당하며 46경기에 결장했고 눈에 보이는 기록에 비해 실속이 떨어지는 선수라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KIA 이적 후 3년 동안 기대보다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긴 김주찬은 작년 시즌을 통해 그 동안의 서러움(?)을 모두 날려 버렸다. 130경기에 출전한 김주찬은 타율 .346 177안타 23홈런101타점97득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생애 처음으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차지했다. NC다이노스의 간판 타자 나성범, 국가대표 외야수 손아섭(롯데), 민병헌(두산) 같은 쟁쟁한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수상이었다.

6월 중순까지 부진하다가 최근 8경기 6할대 맹타

2017년을 맞는 김주찬의 각오는 남달랐다. 작년 시즌 성적이 워낙 좋았고 그 기세를 올해까지 이어간다면 생애 두 번째 FA 대박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KIA 타선에 리그 최고의 강타자 최형우와 외국인 선수 로저 버나디나가 합류하면서 두 좌타자의 사이에 서게 될 우타자 김주찬이 얻게 될 '우산효과'도 기대할 만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김주찬의 성적은 KIA의 성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KIA가 시즌 초반부터 선두로 치고 나간 데 비해 김주찬은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며 이름값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올 시즌 팀의 주장을 맡은 프로 18년 차의 베테랑답지 않은 활약이었다. 일부 팬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던 김주찬에게 '광고찬', '짐주찬' 같은 굴욕적인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다. 결국 김주찬은 지난 5월20일 손목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한동안 재활군에 머물러 있던 김주찬은 지난 8일 동갑내기 이범호와 함께 1군에 다시 합류했다. 하지만 이범호가 1군 복귀 3경기 만에 홈런을 치며 타격감이 살아난 것과는 달리 김주찬은 6월18일 LG트윈스전까지 시즌 타율 .188에 그쳤다. 이대로 최악의 시즌을 보낼 처지의 김주찬을 구원한 팀은 두산. 김주찬은 21일과 22일 두산과의 2연전에서 무려 8안타를 몰아치며 극적으로 타격감을 회복했다.

김주찬은 21일 두산전을 시작으로 29일 삼성전까지 8경기에서 20안타 1홈런12타점을 적립하며 드디어 '김주찬다운'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같은 기간 타율은 무려 .606(33타수20안타)로 그야말로 휘두르면 안타가 되는 수준이다. 28일 경기에서는 무려 5안타를 몰아쳤고 29일에도 3안타3타점을 보탰다. 6월8일 .169까지 떨어졌던 김주찬의 시즌 타율은 어느덧 .258까지 올라갔고 6월 타율은 무려 .474에 달한다.

김기태 감독은 시즌 초반 버나디나, 이명기, 김주찬으로 구성했던 상위타선을 이명기, 김주찬, 버나디나로 변경했다. 최근 타점을 쓸어 담고 있는 버나디나의 클러치 능력을 극대화하고 선수단을 이끌어야 하는 주장 김주찬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2번 타순에서 단 8일 만에 타율을 7푼이나 끌어올린 김주찬은 점점 상대 투수들이 두려워하던 작년 시즌의 김주찬으로 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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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김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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