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FA 시장이었다. 이정현(KCC), 김동욱(삼성)과 같은 대어급 선수들이 이동하며 한국 농구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대단한 '쩐의 전쟁'이 펼쳐졌다. 이정현은 계약 기간 5년 보수 총액 9억 2천만 원, 김동욱은 계약 기간 3년 보수 총액 6억 3천만 원에 팀을 옮겼다.

이러한 FA 시장을 뒤로하고 이제 외국인 드래프트와 신인 드래프트가 다가온다. 또 각 팀 간의 트레이드라는 변수도 있다. 비시즌이 한창인 가운데, 각 팀별로 해결해야 할 보강 과제를 소개한다.

◇ 부상만 없다면 다음 시즌 KGC는 여전히 우승 후보
KGC 인삼공사는 이번 FA 시장에서 오세근, 이정현 가운데 오세근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정현은 지난 시즌 평균 15.3득점 5AS를 기록한 국내 최고의 득점원이다. 그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KGC는 KCC로부터 보상 선수도 받지 않았다. 김승기 감독은 내부 전력으로 이를 메운다는 구상이다.

 강병현은 이정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강병현은 이정현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 ⓒ KBL


김기윤, 사익스가 포인트 가드 자리를 맡게 되면 강병현과 한희원, 전성현 등이 이정현의 자리에서 뛰게 된다. 노련한 강병현은 클러치 상황에서 득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슈팅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를 보조하는 한희원과 전성현은 얼마만큼의 성장세를 보여주는가가 관건이다. 당장 이정현의 수비 능력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미래를 생각한다면 한희원과 전성현을 기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타 포지션에도 KGC는 외부 영입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풍부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오세근, 김민욱, 김철욱의 토종 빅맨 라인은 건재하다. 외국인 선수들 역시 기량이 물에 올랐다. 사이먼은 외곽 슛 능력까지 갖추었고, 사익스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더욱 좋은 모습을 보였다. KGC가 딱히 선수층 보강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선수들의 부상만 없다면 다음 시즌 KGC는 여전히 우승 후보이다.

◇ 삼성 "빅맨이 필요해"
임동섭과 김준일 주전 두 명이 상무에 입대한 삼성은 FA 시장에서 김동욱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일각에선 오버페이가 아니냐는 의견도 많지만 현재 삼성에 필요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꼭 필요한 영입이었다. 또 라틀리프와 크레익과의 재계약을 일찌감치 확정 지으며 다음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포인트 가드 자리에는 김태술이 주전을 맡을 것이 확정적이다. 정통 포인트 가드로 팀 내에서 큰 기대를 받는 천기범은 당장은 백업이나 슈팅 가드 자리를 보게 될 확률이 높다. 신장(186cm)이 작지 않고 수비도 좋아 슛만 보완한다면 활용도가 높아질 선수다. 천기범은 대학 4학년 45.2%(19/42)의 3점 슛 성공률을 보였지만 프로 첫 해엔 16.1%(5/31)에 그치며 부침을 겪었다. D리그에서도 37.5%(6/16)의 좋은 외곽 적중률을 보인 만큼 가능성은 충분하다.

김동욱은 슈팅 가드부터 파워 포워드까지 소화할 수 있다. 리딩, 수비, 슛이 모두 좋은 만큼 적재적소에 투입되어 활약할 것이다. 문제는 바로 토종 빅맨 자리. 문태영과 김동욱은 4번을 전문적으로 보기엔 거리가 있다. 외국인이 한 명만 뛰게 되는 1,4쿼터엔 지난 시즌 김준일이 했던 부분을 해 줄 선수가 필요하다. 차후 트레이드나 이번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빅맨을 수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올해 신인 드래프트 중에는 하도현(198cm,단국대), 김진용(200cm, 연세대), 홍순규(199cm, 단국대) 등이 주목할 만한 빅맨이다. 만약 이들이 앞 순번에 모두 지명된다면 기본기가 떨어지는 대신 힘과 슛이 좋은 최우연(197cm, 성균관대)이나 올해 들어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김우재(199cm, 중앙대)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모비스 "외국인, 누구 뽑을까?" 
지난 해 이종현과 양동근의 부상, 로드의 중도 퇴출 등으로 대권 도전에 실패한 모비스는 다음 시즌 더욱 강화된 전력으로 우승을 노린다.

 이대성은 동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했다

이대성은 동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맹활약하며 다음 시즌을 기대케했다 ⓒ KBL


최근 동아시아 선수권 대회에서 맹활약한 이대성, 전준범, 이종현은 내년에도 모비스의 한 축을 맡을 예정이다. 팀의 정신적 지주인 양동근과 더불어 함지훈, 이정석, 김효범 등의 베테랑 선수진도 풍부하다. 포지션별로 크게 구멍이 없는 모비스는 외국인 선수 지명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이미 지난 해 찰스 로드가 인성 문제로 중도에 퇴출당한 바 있다. 로드는 실력만큼은 최고였지만 코트 밖에서의 모습은 유재학 감독의 성에 차지 않았다. 로드가 나간 이후 모비스는 에릭 와이즈와 허버트 힐을 차례로 영입했지만 플레이오프에서 고배를 마셨다. 단신 용병인 네이트 밀러도 부진했다.

일각에서는 오리온과 계약에 실패한 애런 헤인즈(197cm, F)가 모비스에 온다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봤다. 국내 최고의 '림 프로텍터'인 이종현과 정상급 빅맨인 함지훈을 동시에 보유한 모비스인 만큼 '우승 청부사' 헤인즈의 영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헤인즈는 이전에도 SK, 오리온과 같은 토종 빅맨이 강한 팀에서 우승을 일궈낸 바 있다.

관건은 헤인즈의 노쇠화다. 헤인즈는 지난 시즌부터 야투율이 떨어지며 위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평이 많았다. 또한 헤인즈 하나만으로는 대권 도전에 무리가 있다. SK는 12-13시즌 헤인즈의 활약으로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통합 우승엔 실패했다. 오리온의 챔프전 우승을 이끈 데도 단기전에서 조 잭슨(180cm, G)의 역할이 컸다. 모비스가 헤인즈를 지명한다면 그와 합을 맞출 외국인 선택에 있어 신중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 오리온 "리딩 가드의 부재"
오리온은 이번 오프 시즌 가장 출혈이 심한 팀이었다. 높이를 이루던 이승현과 장재석이 군에 입대했고 김동욱과 정재홍도 잡지 못했다. 빅맨이 부족함에 따라 지난 몇 년간 팀을 지탱해오던 헤인즈와도 결별을 택했다.

다행히도 송창무(205cm, C)와 민성주(201cm, C)를 FA 영입하며 용병을 뒷받침해줄 백업 빅맨은 보강했다. 최진수, 허일영, 문태종, 장문호 등이 버티는 포워드 라인도 수준급이다.

문제는 리딩을 봐줄 백코트진의 부재이다. 지난 시즌엔 바셋, 김동욱, 헤인즈가 돌아가며 리딩을 담당했다. 신인 김진유(188cm, G)에게 리딩을 맡기기엔 아직은 불안하다. 오는 1월 상무에서 박재현(183cm, G)이 복귀하지만 그가 얼마만큼 활약할 수 있는가도 미지수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장신 빅맨을 뽑을 것은 확정적이다. 남은 한 자리를 언더 사이즈 빅맨으로 갈 지 혹은 조 잭슨, 바셋과 같은 가드 용병을 뽑을지가 관건이다. 전자를 안 뽑기엔 빅맨진이 약하고, 후자를 안 뽑기엔 리딩 가드가 부재하다.

오리온으로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송창무 효과'를 보는 것이다. 송창무는 옮기는 팀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높은 지명 순위를 얻었다. 오리온으로선 이러한 우스갯소리와 같은 효과가 이어져 5%의 확률로 허훈(180cm, G)과 김낙현(184cm, G) 중 하나를 뽑는다면 고질적인 1번 고민을 덜 수 있다.

 유도훈 감독은 전자랜드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유도훈 감독은 전자랜드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 KBL


◇ 전자랜드 "화룡점정을 찍을 마지막 카드"
지난 시즌 6위를 기록한 전자랜드는 다음 시즌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 지난 시즌 KBL 베스트5에 오른 주전 포인트가드 박찬희와 일찌감치 FA 재계약을 마쳤다. 강상재도 적응 기간을 마치고 내년엔 더욱 좋은 모습을 보일 예정이다. 최근엔 역도 훈련을 하며 포스트 안에서 버티는 힘을 키우고 있다.

박찬희, 정영삼, 정병국, 박성진이 이루는 백코트진은 리그 평균 이상이다. '음주 운전' 논란을 일으킨 김지완은 2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아 시즌 중반에 합류한다. 정효근, 강상재가 이루는 국가대표 포워드 라인은 차바위, 김상규가 뒤받친다.

문제는 외국인 선수다. 유도훈 감독은 지난 시즌 득점력이 좋은 장신 용병과 언더사이즈 빅맨 조합으로 용병 조합을 구성했다. 이로 인해 제공권이 좋은 팀들과 경기를 치를 때 주도권을 내준 바 있다. 실제로 라틀리프, 김준일, 크레익이 버티던 삼성에 1승 5패, 사이먼과 오세근이 버틴 KGC엔 0승 6패로 절대 열세였다.

전자랜드가 지난 시즌 강팀들에게 약했던 것을 생각하면 분명 라인업에 화룡점정을 찍을 마지막 카드가 필요하다. 오프 시즌 동안 별다른 대형 트레이드가 없다면 그 대안은 용병 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신인 드래프트를 통한 전력 강화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몇 년 간 전자랜드는 꾸준히 상위 지명을 받아왔다. 이 기간에 정효근, 강상재를 영입하며 세대교체를 이뤄낸 바 있다. 올해 역시 그 행운이 이어진다면 부족한 포지션에 있어 전력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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