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소집된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29일 오전 파주 NFC에서 열린 팀훈련에서 패스 훈련을 하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소집된 축구국가대표팀 손흥민이 지난 5월 29일 오전 파주 NFC에서 열린 팀훈련에서 패스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위한 고비인 카타르와의 한판승부를 앞두고 있다. 4승 1무 2패로 조 2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은 카타르-이란-우즈벡과의 마지막 3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슈틸리케호는 오는 8일 이라크와의 평가전을 거쳐 14일 카타르와 월드컵 최종예선 8차전을 치른다.

최근 한국축구는 안팎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 홈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에서 신태용호가 포르투갈에게 패하며 16강에서 대회를 마감했다. K리그는 2017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4팀이 모두 탈락하며 2009년 이후 처음으로 8강 진출팀을 하나도 배출하지 못하는 오점을 남겼다. 바닥까지 떨어진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슈틸리케호의 어깨가 더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슈틸리케호는 이번 최종예선 들어 원정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원정 3경기에서 1무 2패에 그쳤고 득점은 아예 단 1골도 넣지 못했다. 이란과 중국에게는 0-1로 패했고, 최약체이자 중립 경기로 치른 시리아전에서도 0-0 무승부에 그쳤다. 남은 이란(홈)-우즈벡(원정)전이 쉽게 승점 3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카타르전에서 확실한 승점 3점 획득과 함께 원정 무승-무득점 징크스를 극복하고 분위기 반전을 이뤄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정에서 침묵하고 있는 득점력을 회복하는 것이 절실하다.

대표팀의 현재 최대 고민은 최전방 공격진의 득점력 부족과 확실한 공격조합의 부재다. 4-2-3-1 전술을 주로 구사하는 슈틸리케호에서 '1'에 해당하는 최전방 원톱 공격수가 이번 최종예선 들어 기록한 득점은 아직까지 '0'이다. 슈틸리케호는 7경기에서 9골을 기록했지만 모두 2선 공격수나 미드필더, 수비수들이 기록한 득점이었다. 이정협, 지동원, 김신욱, 석현준 등이 최종예선에서 슈틸리케호의 원톱으로 기용되었지만 득점포를 가동하지는 못했다. (지동원은 카타르와 최종예선 3차전에서 1골을 넣었지만 당시는 2선 공격수로 기용됐다)

물론 이런 현상은 단순히 공격수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슈틸리케호는 점유율 축구를 표방했지만 세밀한 부분전술과 스피드의 부재로 인하여 공을 오래 소유하고도 정작 유효슈팅으로 이어지는 확률이 떨어졌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상, 최전방 공격수들이 직접 득점에 집중하기보다 상대 수비를 끌어들이거나 공중볼을 우군으로 연결해주는 '미끼' 역할에 더 치중해야했던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카타르 원정을 앞두고 슈틸리케호는 공격진에 또 한번 큰 폭의 변화를 단행했다. 그동안 슈틸리케호의 단골 멤버로 기용되던 공격수였던 이정협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도 부름을 받지못했다. 2선에서 공격수 이상의 득점력을 발휘하던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 역시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슈틸리케호 공격진의 기둥 역할을 하던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셈이다.

이번 대표팀에서 공격수로 활용할수 있는 선수는 손흥민을 비롯하여 지동원, 황희찬, 이근호 등 4명이다. 이근호는 아시안컵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김신욱이 빠지면서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정통 스트라이커나 '타깃맨'이 아예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발탁된 4명의 공격수 모두 최전방과 2선까지 모두 소화가능하고 활동량과 스피드를 통한 공간침투에 능한 유형의 선수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동안 한계를 드러낸 이정협-김신욱이라는 뻔한 카드에서 벗어나 공격수들의 기동력과 연계플레이를 적극 활용한 공격전술로 카타르전에 승부를 걸겠다는 의중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 나란히 최고의 시즌을 보낸 두 젊은 공격수 손흥민과 황희찬의 활용도에 시선이 모아진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빅리그로 꼽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려 21골(14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치며 차범근이 1986년 레버쿠젠에서 수립한 역대 한국인 유럽파 한 시즌 최다골(19골) 기록을 31년만에 경신했다. 대표팀 막내인 황희찬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16골을 터뜨리는 활약으로 팀이 리그-FA컵 2관왕에 기여하며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두 선수 모두 대표팀에서는 아직 소속팀에서만큼의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손흥민은 A매치 53경기에서 17골(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10골) 팀내 최다득점자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최종예선 이후로는 5경기 1골에 그치고 있다. 카타르와의 3차전 결승골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황희찬도 4경기에 나섰지만 득점이 없다. 황희찬은 주로 짧은 시간만을 소화하며 A대표팀에서는 아직 크게 중용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 1부리그에서 15골 이상을 기록한 검증된 주전 골잡이를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 팀은 흔치않다. 다시 말하면 이들을 데리고 대표팀의 공격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적 숙제이기도 하다.

더구나 다음 상대인 카타르는 하필 슈틸리케 감독이 배출한 역대급 어록의 주인공인 '세비스티안 소리아'가 있는 팀이기도 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이란 원정 패배 이후 한국 공격수들의 부진에 책임을 돌리며 "카타르의 소리아같은 공격수가 없었던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는 역대급 망언으로 축구팬들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유럽파'가 주축을 이룬 한국대표팀의 공격수들이 이번에는 카타르와 슈틸리케 감독의 눈앞에서 한 수위라는 것을 확실히 증명해야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리우 올림픽 대표팀에서 처음 호흡을 맞추며 8강행에 공헌했다. A팀에서는 지난 3월 시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 투입되었으나 둘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월드컵 본선행을 위한 중요한 고비에 돌입한 한국축구로서는 가장 뜨거운 득점력을 자랑하고 있는 두 젊은 공격수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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