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이상군 감독대행 체제에서 첫 3연승을 내달렸다. 한화는 지난 30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정규시즌 경기서 5-2로 승리했다.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의 사퇴로 이상군 대행이 23일부터 팀 지휘권을 넘겨받은 이후에도 한동안 연패를 끊지 못했다. 18일부터 시작된 연패는 26일까지 시즌 최다 8연패로 길어지며 한때 꼴찌 추락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27일 마산 NC전에서 6-1로 완승하며 드이어 연패를 탈출하고 이상군 대행 체제에서 마침내 첫승을 신고했다. 28일에는 다시 NC를 8-1로 제압하며 감독 교체 이후 첫 위닝시리즈까지 달성했다. 흐름을 살린 한화는 두산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도 승리로 장식하며 기분좋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지난 3연승 기간 동안 내용 면에서도 팀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 돋보인다. 투타의 조화와 깔끔한 경기 운영이 짜임새있게 돌아갔다. 장민재(4이닝 무실점)-배영수(7이닝 1실점)-이태양(6이닝 무실점) 등으로 이어지는 토종 투수진이 잇달아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승리의 디딤돌을 놨고 불펜 운용에도 큰 무리가 없었다. 타선은 3경기 연속 5점 이상을 뽑아냈으며 실점은 3경기를 모두 합쳐도 단 4점밖에 내주지 않았다.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 당시 무리한 경기운영과 선수혹사 논란으로 많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선발투수는 조금씩 흔들려도 퀵후크를 당하기 일쑤였고, 불펜진은 지나치게 빈번하고 불규칙한 등판에 시달리며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즌 중에도 끊임없이 강행된 특타는 훈련을 '노동'으로 전락시켰고 가뜩이나 고령화된 라인업으로 휴식이 절실했던 선수들을 더 피로하게 몰아붙였다.

결과적으로 한화가 이러한 낡고 강압적인 선수단 관리 방식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것도 아니었다. 한화는 김성근 전 감독이 이끌었던 지난 두 시즌도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은커녕 5할에도 못미치는 승률에 그쳤다. 어떤 경기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팀 컬러를 구축했다는 성과도 없지는 않았지만 장기 레이스의 완급조절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팀운영은 뒤로 갈수록 부메랑으로 돌아오며 늘 한계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과 고령화 등으로 리빌딩이 정체되고 비매너 야구로 구단 이미지에도 흠집을 남기는 등 장기적으로 팀에 누적된 '적폐'도 매우 컸다. 한화는 김성근 3년 임기의 마지막 해였던 올 시즌도 최근 사퇴 직전까지 여전히 9위에 머물고 있었다. 시즌 최다 연승은 3연승(5월 11-13일)에 불과했고, 4연패가 두 차례가 있었다. 특히 두 번째 연패는 김 전 감독의 사실상 경질까지 이어지며 대행체제까지 8연패로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물려받은 이상군 대행은 초반 다소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조금씩 사령탑 역할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도 빠르게 한화에서 '김성근의 그림자'를 지워나가고 있다.

연승 기간 동안 한화가 경기 운영상 변칙이나 무리한 시도 없이도 NC-두산같은 강팀들을 제압하는 모습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다이너마이트 타선과 선발야구의 조화로 요약되는, 오랜만에 팀이 잘나가던 시절에 보여준 고유의 '한화 스타일'을 떠올리게 했다는 평가다.

물론 이 대행도 25일 기아전에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필승조를 모두 기용한 것이나, 27일 NC전에서 선발 안영명의 퀵후크 등은 잠시 김성근 전 감독의 스타일을 답습하는 게 아닌가 우려를 자아낸 장면도 있었지만 이후로는 특별히 무리없이 합리적인 경기 운영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들을 믿지 못하고 자신의 추구하는 틀 안에 끼워 맞추려고 했던 전 감독과 달리 이상군 대행은 선수들에게 확실한 역할을 부여하고 믿고 맡기는 야구를 추구하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화 선수들도 우려와 달리 감독 교체에 대한 혼란에서 벗어나 빠르게 새로운 분위기에 적응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아직 한화가 정상궤도가 진입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아직은 감독교체 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반등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시즌은 아직 94경기나 더 남아있고 한화는 최근 연승에도 냉정히 말해 아직 9위에 불과하다. 한화는 만일 올시즌도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할 경우 LG의 역대 PS 최장기간 탈락 기록인 10년연속(2003-12)과 타이를 이루는 불명예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화는 현재 후임감독 인선을 고민하고 있다. 내부 코치들을 비롯하여 프랜차이즈 출신에서 명망있는 재야인사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화 프랜차이즈 출신인 이상군 대행 역시 엄연히 정식 감독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여론에 쫓겨 전임 감독을 성급하게 선임했다가 실패한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한화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 신중하게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당분간 이상군 대행 체제가 길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즌이 한창 진행 중인데다 경기도 많이 남은 만큼 불안한 대행체제를 오래 끌고가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만일 이상군 대행이 최근 안정세 흐름으로 돌아선 팀을 찰 추슬러 좋은 성과를 낸다면 그가 한화의 차기 정식 감독으로 부임하는 것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 무엇보다 한화가 정상적인 야구로도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군 대행체제의 한화를 더 지켜봐야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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