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이하 한국 시각)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경기에서 다저스는 넘치는 선발투수 자원을 활용할 방법을 찾은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선발투수들의 일정한 루틴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6명의 선발투수를 모두 활용하는 방법이었다.

26일 경기에서 다저스의 선발투수는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 일본인 투수 마에다 겐타였다. 이날 마에다는 5이닝 3실점으로 선발승 최소 요건만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고, 다저스는 경기 중반 다득점에 성공하며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

4회부터 몸을 풀던 류현진은 6회초부터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긴 했지만 한 이닝에 2명 동시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고, 출루한 주자들도 2루를 밟지 못했다. 4점 차 승부였기 때문에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 대신 9회까지 마무리한 류현진은 4이닝 2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메이저리그 첫 세이브를 달성했다(51구).

4이닝 51구, 선발에 준하는 경기 운영

이날 류현진의 투구 기록을 보면, 더 던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끝난 분위기였다. 선발로 등판했던 마에다가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온 직후였기 때문에 긴 이닝을 던지는 것이 사실상 무리였고, 6회부터 평소처럼 다른 구원투수들을 투입하면 최소 4~5이닝을 이어 던져야 하는 상황이었다.

3점 차 이내의 접전 승부가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필승조가 등판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다저스의 25인 로스터에서 선발투수는 6명이었고, 로테이션은 5명으로만 운영되고 있었기에 선발투수 한 명이 남아 있었다.

여기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선발투수 자원이 풍부한 팀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낸 것이다. 선발투수 2명이 한 경기에 등판하는 이른바 1+1 선발이었다. 경기 전반은 마에다가, 경기 후반은 류현진이 책임지면서 다저스는 다른 구원투수들이 모두 휴식을 취한 채 경기를 끝냈다.

50구 이상을 던졌기 때문에 류현진은 최소 3일 정도는 등판 없이 휴식을 취하게 된다. 투구수 제한 규정이 있는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는 30구 이상을 던지거나 이틀 연투한 투수는 하루 휴식, 50구 이상을 던진 투수는 3일 휴식을 취하게 한다. 게다가 어깨 부상에서 돌아와 올해 첫 풀 시즌을 보내는 류현진이기에 더 쉴 가능성도 있다.

돌발 변수 많은 다저스 선발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부상 병동

사실상 5+1인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게 된 다저스가 이러한 자원 활용을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우선 선발투수들의 내구성이 변수였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도 허리 문제로 지난 시즌 풀 타임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작년에 무려 15명이 선발로 등판해야 했다.

베테랑 투수 리치 힐은 툭하면 손가락 물집이 터져서 작년 여름에 다저스에 온 이후 선발 로테이션을 제대로 소화한 적이 없다. 25일 경기에서 제구력 난조로 무너졌던 것도 당장은 손가락 문제가 아니라지만 손가락에 언제 문제가 터질지 모른다. 게다가 나이도 30대 후반인 힐은 다저스와 3년 계약이 되어 있다.

올 시즌 다저스에서 3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오른손 투수 브랜든 맥카시는 2015년 다저스에 오자마자 4경기만 던지고 수술대에 올랐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았기 때문에 2016년 여름에 복귀했고, 사실상 올해가 다저스에서 제대로 보내는 첫 시즌이다.

마에다는 지난 시즌 다저스에서 유일하게 선발 로테이션에서 풀 타임을 뛰었던 투수였다. 다만 일본에서 많이 던지다가 메이저리그에 왔고,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그랬듯이 혹사 후유증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올 시즌 통증을 달고 있었던 햄스트링도 그 위험 신호일 수가 있으며, 마에다에게는 마이너리그 옵션도 있기 때문에 훌리오 유리아스처럼 부진이 길어질 경우 옵션을 적용할 수 있다.

최근 호투하고 있는 알렉스 우드는 풀 타임 선발투수 시즌이 한 번 밖에 없다. 변칙적인 투구 폼을 갖고 있어 그 역시 부상 위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꼭 선발투수 뿐만 아니라 다저스의 왼손 구원투수들 중 누군가에게 문제가 생기면 불펜 경험이 다소 많은 우드가 그 자리를 메워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선발 루틴 유지하는 류현진, 로테이션 재진입 가능성 분명 있다

사실 다저스가 사용하고 있는 1+1 작전은 KBO리그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했다. KBO리그의 경우 한 팀이 강제 휴식을 취해야 하는 9구단 체제일 때 특정 팀이 휴식일을 앞두고 1+1 선발을 활용한 경기가 있으며, 경기 간격이 불규칙한 잔여 경기 일정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투수 활용법이었다.

게다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포스트 시즌이 되면 선발 로테이션에 있는 누군가는 선발로 등판할 수 없다. 포스트 시즌에서는 대개 4명의 로테이션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5선발은 필승조로 이동하거나 1+1 자원으로 활용된다. 에이스가 3일 휴식을 취하고 등판하는 경우에는 4선발도 1+1 자원이 된다.

부상 위험 요소가 많은 다저스 선발진은 어쩌면 선발투수 자원을 6명 데리고 있는 것이 효율적 활용이 될 수도 있다. 커쇼를 제외하면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이상의 긴 투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경기가 몇 되지 않기 때문에, 불펜의 소모가 많아질 경기에서 선발투수 1명만 구원으로 투입하여 불펜의 체력을 아끼는 것이다.

물론 류현진이 어깨 부상에서 돌아온 뒤 처음으로 치르는 풀 시즌이기에, 선발투수가 조기 강판되더라도 접전 승부 상황에서는 류현진이 등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로버츠 감독이 류현진을 이렇게 활용하는 이유는 류현진이 선발투수로서의 루틴을 편하게 유지할 수 있게 배려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다만 류현진이 등판하기 전에 던지는 선발투수는 팀의 일정에 따라 바뀔 가능성이 높다. 26일 경기에서는 마에다가 선발이었지만, 3~4일 정도를 쉬게 될 류현진이 다음 등판에서는 맥카시 다음 투수로 나올 수도 있고 우드나 힐의 다음 투수로 나올 수도 있다. 간혹 연장전 승부로 이어질 경우 불펜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등판할 수도 있다.

일단 다저스 로테이션에서 돌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투수는 고질적 손가락 부상을 달고 사는 힐과 재발 빈도가 높은 햄스트링 부상자였던 마에다 중 한 명일 가능성이 높다. 마에다가 부상이 아닌데도 부진하다 싶으면 마에다에게는 마이너리그 옵션이 있다. 부상 요소들도 많고 잔여 계약도 많이 남아있는 투수들이라 다저스 선발진은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기도 부적절하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이 있는 류현진에게는 어쩌면 1+1 자원으로 등판하면서 선발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로운 선발 등판 준비가 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류현진이 26일 경기처럼 안정적으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팀을 위해 던지겠다는 류현진의 다음 등판 모습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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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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