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이변'을 일으킨 베네수엘라는 독일을 꺾었고 '본선 1골'을 목표할 것만 같았던 바누아투는 멕시코를 상대로 2골을 넣었다. 예상과는 다소 달랐던 경기 결과들은 B조를 혼돈에 몰아넣었다.

대회 첫날(20일)부터 '재미 요소'를 품은 경기들이 포텐을 터뜨린 덕분에 대회 개막이 성공적이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선 베네수엘라의 승리가 의외다. 만년 '우승 후보' 독일의 흔들림이 매우 놀랍다. 한편 바누아투의 분전이 볼 거리를 풍성하게 했다. 멕시코는 위기에 빠졌지만 극적인 득점으로 '기사회생'했다.

주축 빠진 독일, 그들의 불안감 증폭 시킨 베네수엘라

독일의 이번 세대는 예전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직 '대스타'의 낌새가 느껴지는 선수들이 많지 않다. 이는 대회에 앞선 명단 발표에 대한 기대감에서도 느껴진다.

프랑스와 미국 등은 킬리안 음바페와 오스만 뎀벨레, 풀리시치 등의 합류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반면 독일은 소리 소문 없이 발표됐다. 심지어 베네수엘라 전에는 몇몇 주축 선수들이 불참했다. 그에 비해 베네수엘라는 조직력과 환경이 최강이다. 이미 A매치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U-20 대표팀에 합류했다. 게다가 예선부터 발을 맞춰온 선수들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베네수엘라 입장에서도 기대가 적지 않다.

두 팀의 예선 분위기 역시도 달랐다. 베네수엘라는 챔피언십에서 4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어 우루과이와 에콰도르를 꺾었고, 3위로 월드컵 출전권을 확보했다.

반면 독일은 정말 힘겹게 출발했다. 챔피언십 우승을 꿈꿨지만 포르투갈과 이탈리아에 패배하며 무너졌다. 오스트리아를 꺾고 오른 다음 라운드에서도 어려웠다. 네덜란드에 무승부를 기록하며 승부차기까지 갔다. 극적인 승부차기 승리 끝에 겨우 월드컵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독일 돌파하는 페냐란다

독일 돌파하는 페냐란다 ⓒ 피파 공식홈페이지


그럼에도 많은 전문가들은 독일의 우세를 짐작했다. '아무리 베네수엘라가 뛰어나지만 메이저 대회 강자인 독일이 더 강할 것'이라며 경기를 예측했다.

경기 초반은 팽팽했다. 누구도 주도권을 잡지 못 했고 공방전이 이어졌다. 첫 유효 슈팅이 20분대에 나왔을 정도다. 더 날카로운 장면은 독일이 만들었다. 독일의 에이스인 옥스(호펜하임)의 움직임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골칫거리였다. 그의 슈팅은 베네수엘라의 간담을 서늘케 만들었다. 독일은 분위기에서 밀렸지만 성실하게 움직였다. 그 덕분에 베네수엘라보다 적지 않은 기회들을 얻어냈다. 초반 이후의 분위기를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의 주도권을 베네수엘라가 잡았다. 양 측면에서 활발하게 이어진 크로스 플레이와 오버래핑은 독일을 바쁘게 했다. 특히 팀 내 에이스인 페냐란다의 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소속 팀인 그라나다에서 출전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A매치를 12경기나 소화한 바가 있다. 그의 플레이는 임팩트 있고 파괴적이었다. 화려한 기술까지 더 해져 독일의 플레이를 망쳤다. 전반전은 0-0으로 마감됐지만 독일 선수들은 다소 위축된 듯했고 베네수엘라는 자신감이 넘쳤다.

후반전은 시작과 동시에 균형이 무너졌다. 수비진의 백패스 미스가 곧장 실점을 야기했다. 기회를 놓치지 않은 페냐는 라이만 골키퍼를 제치고 가볍게 밀어 넣었다. 분위기를 살린 베네수엘라가 결국 앞서 나갔다. 이어 긴장을 놓지 않은 베네수엘라의 추가골이 터졌다. 헤딩 공방에서 공을 살린 페냐란다는 거침없이 전진했고 이어받은 코르도바는 지체하지 않고 골문을 갈랐다. 날카롭고 강력했던 슈팅은 라이만 골키퍼를 어렵게 했다.

결국 경기의 향방을 가른 것은 '효율'과 '결정력'이었다. 더 많은 점유를 가져간 독일이었지만 결코 효율적이지 못 했다. 게다가 비슷한 개수의 슈팅을 때렸음에도 불구하고 베네수엘라의 정확도가 좋았다. 그렇게 독일은 전술과 경기 공방, 결과에서 전부 패배했다.

'1승 제물' 바누아투? 힘들게 승점 챙긴 멕시코

대회에 앞서 바누아투는 최약체 팀으로 분류됐다. B조 역시도 '3중 1약'으로 평가받으며 바누아투를 '1승 제물'로 평가했다. 바누아투는 제대로 된 분석조차 불가능했다. 예선 경기를 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고 다양한 분석이 힘든 국가다. 그래서인지 더욱 '전력 외'로 취급됐다. 막상 시작된 경기에서도 그랬다. 멕시코는 생각보다도 쉽게 득점하면서 '경기를 이기게 되는구나' 싶었다. 하지만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전지훈련을 떠날 돈도 부족했던 국가의 반전은 멕시코를 놀라게 만들었다.

한편 멕시코 청소년 대표팀은 '진흥 강호'다. 과거부터 아프리카 청소년 대표팀들과 함께 '청소년 대회' 복병으로 꼽혀왔다. U-20 월드컵에는 무려 15번이나 출전했다. 처음 출전하는 바누아투와 매우 상반된 경력이다. 게다가 매 대회마다 스타가 탄생했다. 라파엘 마르케스를 시작으로 벨라와 치차리토, 도스 산토스까지 명실상부한 선수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이번 대회도 주목을 받는 것이 당연했다. 멕시코는 스타들의 산실이자 유산인 만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상위 랭커로 평가됐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역시나'였다. 바누아투가 뭔가 해보기도 전에 멕시코의 득점이 터졌다.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케빈 마가냐가 헤딩으로 연결했고 이를 알리크 키퍼가 흘리면서 득점이 됐다.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공이었지만 놓쳤다. 엉성한 자세로 공을 막으려 했던 알리크의 판단이 아쉬웠다.

이어 전반 25분에 추가골이 터졌다. 우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알리크가 끊었지만 놓치고 말았다. 상대의 실수를 놓칠 수 없는 로날도 시스네로스의 슈팅은 골문을 갈랐다. 바누아투는 27만 명이 거주하는 '소국'이다. 프로 축구리그가 없음은 물론 '실업 축구' 리그가 그들의 축구를 대변한다. 이들의 부족한 여건은 그대로 경기에서 드러나는 듯했다. 프로 선수라기에는 부족한 모습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바누아투는 용맹했다. 지난 오세아니아 U-19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했던 기억을 되살렸다. 처음 출전한 FIFA 주관 대회 본선이지만 침착했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자신 있는 발걸음으로 경기장을 뛰어다녔다. 결국 후반 7분에 만회골이 터졌다. 10번을 달고 있는 봉 칼로는 멕시코가 방심한 사이 라인을 무너뜨렸고, 동료의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득점했다.

이후 여러 차례 멕시코의 반격이 우측면을 통해 이어졌다. 바누아투는 팀의 수비수를 맞고 굴절된 공이 골대를 두 번 맞고 나오는 끔찍한 경험까지 했다. 허나 로날도 윌킨슨의 중거리 슈팅은 멕시코를 속수무책으로 만들었다.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뚫어낸 공은 골키퍼까지 뚫고 득점을 만들었다. 바누아투가 2-2를 만들며 조국에 있는 27만 명을 흥분시킨 순간이다.

어느새 대전 월드컵 경기장은 바누아투를 응원하는 관중들로 가득했다. 약소국의 반란을 응원하는 팬들, 축구의 진정한 묘미가 돋보였다. 멕시코는 꾸준히 주 루트인 우측면을 파고들었지만 바누아투는 힘을 냈다. 위기를 넘기면서 역사상 최초의 FIFA 주관 대회 본선 승점을 얻어 낼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1분을 남기고 실점하며 기회가 무산됐다. 에드손 알바레즈가 우측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잡아 빠르게 슈팅으로 연결했다. 바누아투는 아쉬움이 컸다. 경기를 두고 흥분한 탓에 막판 집중력을 놓쳤다. 올라오는 크로스를 잘라내거나 선수 맨 마킹이 필요했지만 모든 것을 내려놨다. 비길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경기다. 물론 전력에 비해 경기는 위대했다. 2-3이라는 스코어가 모든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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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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