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서 973일 만의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지난 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서 973일 만의 승리 투수가 된 뒤 인터뷰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 연합뉴스


류현진이 위기 속에 등판했다. 쿠어스필드에서의 복귀전에 등판했던 류현진은 정말 이보다 더 나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져내렸다. 정말 '생소했던' 류현진이었다. 등판 이후 그를 둘러싼 상황도 어려운 쪽으로 치달았고, 로테이션 수성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위기의 남자'가 된 류현진. 그가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다시 반등을 노리려 한다. 그의 상대는 역시 올 시즌 고전 중인 우완 에딘슨 볼케즈였다.

오랜만에 쾌투

 오늘 피홈런 맞은 2개. 옐리치에게 맞은 구종(우)은 게임데이 상으로는 투심으로 분류됐지만 류현진은 투심을 던지지 않기에 포심으로 표기했다.

오늘 피홈런 맞은 2개. 옐리치에게 맞은 구종(우)은 게임데이 상으로는 투심으로 분류됐지만 류현진은 투심을 던지지 않기에 포심으로 표기했다. ⓒ 정강민


땅볼 2개와 삼진 하나로 류현진은 아주 1회를 깔끔히 처리했다. 1회 실점이 상당히 문제가 되는 류현진이었는데 오늘은 잘 넘어갔다.

그러나 2회 스탠튼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2루타를 내줬다. 하지만 커브볼이 바운드로 들어온 틈을 타 3루로 뛰던 스탠튼을 그랜달이 잡아냈다.

하지만 저스틴 보어에게 던진 빠른공이 홈런으로 연결됐고, 포수 리얼무토에게도 큰 2루타를 허용했다. 리얼무터는 체인지업을 잘 공략해온 선수인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잘 쳤다. 계속 잘맞은 타구를 허용했지만 외야수들이 다음 타구들은 잘 수비해주며 2회를 마무리했다.

1-4로 리드한 상태에서 올라온 류현진은 3회 다시 안정세를 찾아가는가 싶었다. 2사까진 잘 잡아냈다. 그러나 92마일의 하이 패스트볼을 던지다가 옐리치에게 홈런을 맞았다. 아무래도 류현진의 패스트볼 자체가 구위나 구속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이패스트볼을 던졌는데 이걸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쉽게 홈런으로 연결시킬 수가 있는데 이 우려가 사실로 이어졌다.

4회는 스탠튼부터 시작하는 데다가 체인지업을 잘 대처하는 보어와 리얼무토로 이어지는 마이애미 타선을 상대했기 때문에 상당히 주의깊게 봐야할 이닝이었다. 일단 스탠튼을 잘 잡아냈지만 보어에게 볼넷을 주며 주자를 내보냈다. 다음 타자는 체인지업을 마이애미 타선에서 가장 잘 대처하는 리얼무토. 초구 커브로 스트라이크를 잡고 패스트볼, 마지막 하이패스트볼까지 3구 삼진을 뺏어내며 아주 잘 막았다. 기세를 이어 다음타자 콜론까지 잡고 경계해야할 타자들이 연이어 나온 4회 공격을 잘 틀어막았다.

5회 8번타자 J.T. 리들에게 아쉬운 안타를 허용했지만 볼케즈를 쓰리번트로 아웃시켰다. 다음 타자는 발빠른 고든. 하지만 고든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시켰다. 다음타자도 빠른 선수인 옐리치라 병살타를 잡기 어려운 상황. 그러나 이를 비웃듯 옐리치의 타구는 2루 베이스 근처에서 유격수 코리 시거가 잡아서 직접 2루를 찍고 1루에 연결해 병살타를 만들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중심타선에 연결된다면 부담스러웠을 류현진에게 있어 참 다행스러운 순간이었다.

3-4-5번 타자를 상대하는 6회초는 퀄리티 스타트와 2014년 8월 31일 이후 첫 7이닝 투구로 가는 분수령이 되는 이닝이었다. 경계대상 1순위로 꼽혔던 오수나에게는 커브로 내야뜬공을 유도했지만, 경계대상 0순위 스탠튼에게는 안타를 허용했다. 홈런을 허용했던 보어에게 땅볼을 유도했지만 류현진의 무릎 부위를 맞고 굴절되는 불운으로 모든 주자가 살아나갔다. 이 여파로 류현진은 경기에서 빠졌다.

급하게 올라온 강속구 불펜투수 크리스 해처가 리얼무토와 대타 데릭 디트리치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승계주자를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최종 성적은 5.1이닝 6피안타 3K 2실점이 됐다.

아빌란이 7회를 막아준 상황에서 새로운 셋업맨으로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줬던 필즈가 8회에 나왔지만, 필즈가 제구난조로 첫 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냈다. 어찌어찌 두 명을 잡아낸 상황에서 마무리투수 잰슨이 올라왔고, 잰슨은 리얼뮤토를 윽박지르며 삼진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에도 주루플레이를 하고 온 것이 무색하게 9구 3삼진으로 상대 타자들을 돌려보냈다. 2승째가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반갑다, 활화산 같은 공격력 자랑하며 볼케즈 두들겨

체이스 어틀리가 오랜만에 리드오프로 나와 내야안타를 뽑아냈던 1회말, 시거-터너까지 연속 안타를 뽑아내며 초반부터 무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다음 타자는 '슈퍼 루키' 코디 벨린저. 하지만 1루수 저스틴 보어의 좋은 수비에 걸리며 아웃카운트가 늘어났고, 야스마니 그랜달이 병살타까지 치며 결국 무사 만루에서 1점을 뽑는데 그친 아쉬운 상황이 나왔다.

1점을 내준 다저스는 곧바로 반격에 성공했다. 7번타자 피더슨이 안타로 출루한 뒤 8번 푸이그가 94마일 패스트볼을 공략해 큰 2점홈런을 터트렸다. 곧바로 타석에 선 류현진. 류현진은 95마일 패스트볼을 잘 밀어쳤다. 타구는 107마일의 속도를 자랑하며 중견수-우익수 사이를 유유히 지나갔고, 옐리치가 황급히 펜스 근처에서 공을 잡고 릴레이를 시작했지만 류현진이 2루에 도달하는 데는 여유가 있었다. 통산 6번째 2루타. 어틀리의 중전 안타 상황에서 중견수의 펌블까지 겹치면서 류현진은 홈까지 쇄도했다. 아쉽게도 시거의 라이너 상황에 도루로 2루까지 갔던 어틀리가 귀루하지 못하면서 3득점이 나온 상태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반가운 한방이 나왔다. 비록 단타였지만, 애드리안 곤잘레스가 3회말에 터너를 불러들이는 타점을 기록한 것. 이번 시즌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커리어 내내 오른 적 없던 부상자명단까지 올랐다가 복귀한 첫 경기였는데 여기서 안타와 타점으로 타격감을 조율하는 모습이 나왔다.

4회에는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 나온 류현진. 번트를 대다가 몸쪽으로 들어온 싱커에 커리어 첫 몸맞는 공을 기록하며 멀티 출루에 성공했다. 어틀리의 번트 상황에 투수 볼케즈가 더듬으며 푸이그는 물론 투수인 류현진까지 한베이스씩 더 진루했다. 시거가 고의사구로 출루해다저스는 두번째 만루상황을 만들었지만, 터너가 병살타를 치며 마이애미가 계획한대로 되버렸다.

한편, 7회말 다저스에게 악몽같은 상황이 찾아왔다. 터너가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다가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는 대형 악재가 터졌던 것이다. 3루 베이스를 도는 과정에서 통증을 호소한 터너는 결국 경기에서 빠졌다. 그의 자리는 크리스 테일러가 3루수로 대신 들어왔다. 한눈에도 하루이틀 빠져서 회복될 부상이 아니어보일 정도로 상당히 심각해보였고, 다저스는 또다른 고민거리를 안게 됐다.

8회말 공격에서는 피더슨과 푸이그가 연속 볼넷을 얻은 상황에서 통산 4타수 1안타의 마무리투수 잰슨이 타석에 나왔다. 1구 번트를 실패한 후 2구째 87마일 커터를 잡아당겨 총알같은 타구를 만들었고, 타구는 보어의 글러브를 맞고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굴러갔다. 행운의 안타였다. 이후 어틀리의 희생플라이와 테일러의 밀어내기 볼넷이 더해지며 점수차는 5점으로 늘어났다.

류현진은 오늘 아웃카운트를 착실히 쌓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마이애미 타자들이 때려낸 플라이볼 가운데는 무섭게 날아가는 타구도 있었다. 오늘은 구위에 힘과 다저스타디움의 특성에 도움을 받았지만, 피홈런 2개말고도 이면에는 큼지막한 아웃 타구들도 있었음을 기억해야한다. 2회초 상황에 3연속 장타를 맞는 장면에서 이 세 타구는 모두 넘어가지 않을까 할 정도로 잘맞은 타구들이었고 아웃카운트로 처리됐던 다른 큰 타구들도 구위가 별로였다면 더 많은 실점이나 피홈런으로 연결될 수도 있었다.

공격적인 스트라이크존 공략, 상대타선 고려한 패스트볼 비율 상승은 성공적

 마이애미 타선의 약점을 파고든 류현진의 오늘 구종 구사비율

마이애미 타선의 약점을 파고든 류현진의 오늘 구종 구사비율 ⓒ 정강민


오늘 중계를 담당했던 손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류현진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등판에서 공격적으로 못던졌던 부분이 아쉬웠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오늘은 달랐다. 빠르게 승부를 가져갔고 그게 과정이 어쨌든 아웃카운트로도 잘 이어졌다. 실점은 한두점 허용하더라도 범타 유도를 통해 아웃카운트를 쌓고 긴 이닝을 이어가는 전략은 예전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안착하는 요소였다. 오늘은 이런 플랜대로 잘 풀어갔고 점점 구위가 회복된다면 더 수월한 승부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예측할 수 있다.

패스트볼을 적극 활용한 것도 좋은 전략이었다. 최근 체인지업이 구사비율 1위였었는데, 마이애미 타선은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체인지업을 3번째로 잘 대처해왔다. 반면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에서 최하위였다. 패스트볼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것이다. 다저스 배터리는 이 점을 잘 파고들어 효과적으로 말린스를 상대했다. 옐리치와 보어가 패스트볼을 홈런으로 연결시키긴 했지만, 오늘은 패스트볼이 좋은 무기가 되어줬다.

총평: 의심의 시선 지워내는 데 성공, 완전히 위기 끝난 건 아냐

타구에 맞는 불운을 포함해 오늘 두 번이나 공에 맞은 류현진은 어쨌든 지난 경기의 최악의 투구를 어느정도 씻어냈다. 하지만 완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벗겨낸 것은 아니다. 6이닝 소화도 아쉽게 하지 못했고,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하지도 못했기에 그렇다.

하지만 류현진은 계속 실전 감각을 쌓고 나아지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지금 현재 상황이 2년 간 실전경험이 1경기 뿐인 투수에게 회복과 동시에 결과까지 요구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시즌을 보내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류현진은 어찌됐건 이 상황을 이겨내려 하고 있다.

우선 급한 부상자가 없고 계속 6인 로테이션이 돌아간다면 오늘 맞은 부위가 심하지 않는 이상은 로테이션에 잔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 등판에서도 좋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홈에서 열리는 세인트루이스 or 컵스 전에 등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류현진 본인이 몸을 잘 추스려야 한다. 공에도 맞았지만 부상자명단에 오른다면 또 흐름이 끊길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류현진이 통증을 털어내고 다음 로테이션에도 포함될 지 주목해봐야할 것이다.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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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다저스 류현진 승리투수 선발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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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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