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시민>의 한 장면. 변종구와 그의 경쟁자들은 민생 현장을 다니며 지칠 줄 모르는 선거전을 펼친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선거 운동과는 달리, 그들의 이념이나 정책에 관련된 사항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 <특별시민>의 한 장면. ⓒ (주)쇼박스


2016년 10월,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의 전모가 밝혀지기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정치 지형은 큰 변화를 겪게 됐다.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국회는 여당이 사라져버렸다. 원래 올해 12월 예정됐던 대선은 재보궐 선거가 되어 5월 9일 화요일로 확정됐다. 각 당의 대선주자들이 정해지고 본격적 선거 국면을 넘어, 이제는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세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각 후보들 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아니, 치열을 넘어 과열해지고 있다. 서로를 향한 날 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더 나아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네거티브 공세를 하기도 한다. TV 토론회에서는 정책과 비전이 아닌, 상대방을 향한 비난에 더욱더 열을 올리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정말 공정하고 건전한 선거를 통해 차기 대통령을 뽑고자 했던 국민들은 적잖이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서 박인제 감독의 <특별시민>이 개봉했다. 최민식, 곽도원 등 연기력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울 배우들의 출연이 가장 먼저 화제가 되었다. 또한 대선을 앞두고 영화와 현실의 선거전 모습이 너무나도 흡사해서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도 했다. 물론 영화 제작단계에서 감독이 이렇게 조기 대선이 일어날 줄 전혀 알지 못했겠지만, 흥행에 호재가 된 것은 분명하다.

사면초가에 빠진 서울 시장 최민식

 <특별시민>의 한 장면. 젊은 광고 기획자 박경(심은경)은 현직 서울시장 변종구의 선거팀에 합류할 기회를 잡는다.

영화 <특별시민>의 한 장면. ⓒ (주)쇼박스


<특별시민>의 주인공 변종구(최민식)는 항상 서울만을 사랑하고, 서울을 위해 발로 뛰는 재선 서울 시장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변종구를 참된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는 야망이 넘치고 이미지 관리에 철저한 정치 9단이다. 다가오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변종구는 헌정 사상 최초의 3선 서울시장에 도전을 하고, 여당 선거 전문가 심혁수(곽도원)와 젊은 패기로 무장한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을 영입한다. 변종구의 3선 시장이 유력해 보이던 그때, 그에게 연이은 악재가 닥치고, 상대 후보들은 변종구에게 치열한 공세를 가한다. 사면초가에 빠진 변종구.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사활을 걸기 시작한다.

최민식과 곽도원의 연기는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영화 진행에 무게감을 잡아준다. 세부적인 연출도 영화의 매력을 더한다. 다만 아쉬운 점들도 존재한다. 최민식, 곽도원, 문소리, 라미란 등 베테랑 배우들에 비해, 심은경과 류혜영 두 젊은 배우의 존재감은 적었다. 또한 배우들의 캐릭터 설정 또한 클리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점이 아쉬움에 남는다. 물론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필자는 <특별시민>을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2015년 연말에 개봉한 <내부자들>을 기점으로 올해 초의 <더킹>, 그리고 <특별시민>까지. 정치를 소재로 다룬 영화들이 계속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영화 속의 장면은 현실과 너무나도 닮아있다. <특별시민>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많이 찾을 수 있다. 특히 대규모의 싱크홀이 발생한 후, 구조 지휘소라고 이름 붙인 텐트에서 고급 초밥을 먹다가 허겁지겁 숨기는 모습은 세월호 참사 당사 현장을 방문해 이른바 '라면 장관'이라 빈축을 산 서남수 전 장관의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다.

'그 나물에 그 밥들'

 <특별시민>의 포스터. 가상의 서울시장 선거를 다룬 작품으로서, 정치공학적 속임수가 난무하는 선거 현장의 이면을 보여 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정책과 이념의 차이를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가치 충돌이 빚어내는 아이러니와 극적 효과를 놓치고 있다.

<특별시민>의 포스터. ⓒ (주)쇼박스


<특별시민>에서 분명 변종구는 선하지 않은 정치인이다. 그러나 상대 후보자와 정치부 기자, 선대위원장, 광고전문가 등 변종구의 주변 인물들 또한 결코 선하다고 볼 수 없는 인물이다. 서민을 위한다는 후보들은 '그 나물에 그 밥'이고, 공정한 저널리즘을 실현해야 하는 정치부 기자는 특종에 목마른 '기레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캠프를 진두지휘하는 선대위원장은 도청부터 불법자금 조작까지 선거법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이다. 젊고 신선함을 지닌 광고 전문가는 자신이 하는 일에 회의감을 느끼지만 결국 선거의 승리라는 목적으로 합리화해 부정한 일을 행한다.

영화 속 변종구는 '선거는 전쟁, 정치는 쇼!'라고 말한다. 그리고 온갖 정치공작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결국 대중은 이러한 변종구에게 계속해서 휘둘린다. 변종구 뿐만 아니라 야당 후보 양진주(라미란)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현실로 돌아가 보자. 비단 영화 속 모습이 아니다. 결국 우리 앞에 정치인들도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서 그들 스스로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유권자들이 스스로 고심하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그들에게 휘둘리게 되는 것이다.

영화 결말부에서 광고 전문가 박경(심은경)은 변종구의 비리와 부정에 질려 캠프를 떠난다. 그런 박경에게 변종구는 현실을 보라고 이야기한다. 박경의 행동을 젊음의 치기라고 이야기하며 말이다. 그런 변종구에게 박경은 말한다. 어쩌면 감독이 가장 우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었을 마지막 대사로 글을 마친다.

"당신들이 그렇게 하찮게 생각하는 유권자로 돌아갈 거예요. 차근차근 심판할 겁니다."

덧붙이는 글 강한결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글쓰기 콘텐츠 동아리 Critics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Critics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대선 특별시민 최민식 곽도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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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오마이뉴스 스타팀에서 방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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