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스트런


2011년 동일본 지진 발생 4일 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반경 20㎞ 이내 지역으로 들어가 1400마리의 유기동물을 구한 사람들이 있었다. 정부의 이주 명령을 받은 주민들이 데리고 가지 못한 동물들이었다. 유기동물 구호활동을 펼치는 한 비영리 민간단체(NPO)의 활약이었다. 이 단체 대표는 자신의 집에서 수백 마리의 개, 고양이와 함께 산다. 유기동물 봉사단체에서 일하는 요시다 미에코 씨가 구한 개와 고양이 수는 5000마리에 이른다. 길거리에 버려지거나 비윤리적으로 사육되다 동물보호센터로 옮겨온 유기동물의 새 주인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5년 일본에서 개봉해 최근 국내 극장을 찾은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은 버려진 유기견·유기묘들의 슬픈 현실과 동물들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연출을 맡은 야마다 아카네 감독은 자신이 기르던 반려견이 악성 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뒤 마음을 달래기 위해 영국에 있는 동물병원과 유기견·유기묘 보호 시설 등을 견학했다. 이후 일본으로 돌아와 유기견 보호소를 만들려고 했으나 "문제를 알리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라는 동종업계 선배의 조언에 2012년부터 약 4년 동안 일본의 동물보호센터와 관계자들을 직접 카메라에 담았다. 영화에서 카메라를 든 카나미(고바야시 사토미)가 곧 감독의 시선이다.

현지에서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한 해 안락사 되는 유기동물의 수는 무려 12만 8000여 마리. 보호센터에 들어와도 일주일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유기동물들은 안락사시켜야 하는 것이 일본의 법이다. 보호센터 관계자들이 새 주인을 연결해주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이유다. NPO 관계자들은 유기동물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불필요한 번식을 막기 위해 일일이 중성화 수술을 시킨다.

이들의 값지고 눈부신 활약에도 불구하고 매일 곳곳에서 구해야 하는 유기동물은 끊이질 않는다. 애초부터 동물을 펫샵에서 사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작품은 지적한다. "생명은 팔고 사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는 NPO 대표의 한 마디는 유기동물의 간절한 외침이다. 반려견을 인간의 가장 오래된 친구라고 여기면서도 정작 생명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는 생명의 존엄성이 실종돼 있다. 주인이 이사를 했다거나 아이의 건강에 좋지 않다거나, 알레르기가 생긴다는 이유로 버려진 동물들의 흔들리는 눈동자엔 인간의 잔혹함이 담겨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더라도 보는 관객의 마음이 쓰린 이유다.

예능프로그램에서 동물조련사가 아이돌스타에게 반려견 조련법을 가르칠 정도로 반려동물에 관심이 높아진 한국에도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2015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2015년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21.8%로 2012년보다 3.9%포인트 증가했다. 반려동물 인구 1000만 명 시대다. 관련 시장 규모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8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유기되거나 유실되고 있다는 조사결과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말한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 일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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