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지긋지긋한 NC전 15연패의 늪을 끊었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NC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 김원중의 5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롯데는 작년 4월29일부터 이어진 NC전 15연패의 사슬을 338일 만에 끊어내고 시즌 첫 승을 올렸다.

개막전에서 3타수 무안타에 머물렀던 롯데의 외국인 타자 앤디 번즈는 1회 이날의 결승점이 된 적시 2루타를 터트렸고 6번 지명타자로 선발출전한 김대우도 3회 2타점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하지만 이날 조원우 감독을 가장 흐뭇하게 만든 선수는 프로 데뷔 6년 만에 감격적인 1군 첫 승리를 선발승으로 장식한 중고신인 김원중이었다.

희귀병과 부상 악몽 털어내고 롯데 선발진 합류

광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한 김원중은 동성중 1학년 때 골반뼈에 끼워져 있는 허벅지뼈가 빠지는 '대퇴골두 골단 분리증'이라는 희귀한 질병을 앓았다. 선수생활은커녕 정상적인 활동이 힘들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진단을 받았음에도 김원중의 부모님은 포기하지 않고 서울에서 김원중을 수술해 줄 병원을 찾았다.

양쪽 골반 수술과 나사못을 완전히 빼는 수술까지 총 3번에 걸친 수술을 받은 김원중은 건강한 몸을 되찾았고 동성고 입학 후 착실히 실력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5순위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롯데는 윤명준(두산 베어스)이나 문승원(SK 와이번) 같은 즉시전력감 대졸 투수를 선발할 수도 있었지만 191cm의 좋은 신체조건과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김원중을 선택했다.

하지만 김원중은 롯데의 기대대로 순조롭게 성장하지 못했다. 김원중은 입단 첫 해부터 어깨 부상에 시달리며 제대로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고 롯데는 재활로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느니 병역 문제부터 해결시키기로 결정했다. 결국 김원중은 2013년 여름 상근 예비역으로 입대해 군복무와 재활을 병행했고 군복무를 마친 후 2015년8월에야 겨우 1군 무대 등판 기회를 잡았다.

김원중은 2015년 불펜 투수로 1군에서 15경기에 등판했지만 1홀드 평균자책점 5.75의 평범한 성적을 남기고 1군 데뷔 시즌을 마쳤다. 작년에는 2015년에 보여줬던 가능성을 토대로 조원우 신임 감독으로부터 선발 투수 후보로 낙점 받았다. 하지만 두 번의 선발 등판 경기에서 합계 6이닝 8실점으로 무너졌고 1군에서의 두 번째 시즌은 3경기 1패9.39로 2015년보다 더 부진한 성적에 머물렀다.

군 전역 후 2년 동안 옆구리 부상과 제구 난조 등으로 고전하던 김원중은 프로 데뷔 후 가장 건강한 몸 상태로 마무리 캠프와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스프링캠프에서 뛰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구단 자체 MVP에 선정된 김원중은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에 등판해 1승 2.25로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선발진 구성에 어려움을 겪던 조원우 감독은 2017 시즌 김원중을 선발 투수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롯데 선발 김원중과 NC불펜 장현식의 명품 투수전

롯데는 3월31일 NC와의 개막전에서 5-6으로 패했다. 롯데에서 3년째 뛰고 있는 에이스 브룩스 레일리를 투입시키고 돌아온 4번타자 이대호가 복귀 홈런을 포함해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지만 작년 초부터 이어지던 NC와의 지긋지긋한 천적관계를 끊는데 실패했다. NC전 15연패의 수모를 당한 조원우 감독은 1일 경기에서 데뷔 후 1군 무대 승리가 없는 김원중을 선발로 예고했다.

토종 에이스 박세웅은 4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홈개막전을 위해 아껴둔다 하더라도 작년 시즌 6승을 따낸 박진형 대신 통산 1군 등판이 18경기에 불과한 김원중의 선발 예고는 파격적인 결정이었다. 게다가 NC의 선발은 2013년 신인왕이자 최근 4년 연속 10승을 이어가고 있는 NC의 토종 에이스 이재학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보나 선발진의 무게로 보나 NC의 롯데전 16연승이 유력해 보이는 경기였다.

하지만 김원중은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눈부신 호투로 NC와의 천적 관계를 끊어버리고 프로 데뷔 6년 만에 감격적인 1군 첫 승을 따냈다. 5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진 김원중은 전날 11안타 6득점을 기록한 NC타선을 4피안타5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시속146km의 빠른 공으로 NC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고 볼넷이 하나 밖에 없었을 정도로 안정된 제구력을 뽐냈다.

물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김원중은 2회 2사 1,3루, 4회 2사1,2루, 5회 1사 1,2루의 실점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정면 승부를 펼치며 차분하게 범타를 유도했다. 특히 4회에는 권희동의 강습타구가 발목을 강타하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지만 이내 훌훌 털고 일어나 의연하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

이재학이 2.1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되고 타자들도 7안타 무득점으로 침묵하며 패한 NC에게도 수확이 있었다. 바로 '영건' 장현식의 호투였다. 작년 시즌 9월 이후 30.1이닝 동안 1.4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장현식은 이날 이재학을 구원해 5.2이닝 동안 무려 1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1피안타 무실점). 김원중과 장현식이라는 영건들의 '명품 투수전'은 경기 결과를 떠나서 야구팬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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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김원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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