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정박한지 2일쨰인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정문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황교안 총리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정박한지 2일쨰인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정문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황교안 총리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목포신항을 찾은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 국무총리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만나겠다 해놓고 별다른 설명 없이 현장을 떠나버렸다. 약 한 시간을 차가운 바닥에서 농성하며 황 총리를 기다린 유가족들은 분노하며 "황교활이다"라고 외쳤다.

황 총리는 1일 오전 9시 목포신항을 찾았다. 세월호 접안 현장을 방문하는 계획이었다. 이 일정에 세월호 유가족과의 만남은 없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황교안 대행이 목포신항에 온다는 사실을 이날 아침에서야 알았다.

찾아오지 않는 황 대행을 만나기 위해 유가족 20여 명은 오전 9시 18분쯤 황 총리가 목포신항을 떠날 때 경로로 예상되던 철재부두 정문 앞에 앉아 농성을 벌였다. 계절이 무색할 정도로 바닷바람이 차갑게 부는 와중에도 어머니 7명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세월호 진상규명'이라 적힌 피켓을 들었다.

유가족 대표로 발언을 시작한 2-3반 유예은 어머니 박은희씨는 "3년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 근처에도 못 가게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박씨는 "세월호를 보는 건 우리도 어렵다"라며 말을 잠시 잇지 못하다가 "늦었지만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갈라진 목소리는 쇳소리처럼 들렸지만 단호했다.

박씨가 "아이들 이름 불러봅시다"라며 "예은아"라고 외치자 유가족들도 각자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박씨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유가족들이 농성을 계속하는 사이, 황 총리는 접안 현장을 방문한 뒤 미수습자 가족들을 만났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황 총리는 "9명의 미수습자가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세월호 선체는 물론 사고해역과 그 주변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총리는 세월호를 싣고 있는 반잠수식 선박이 접안해 있는 현장으로 가 하역·육상거치 작업에 대한 보고를 받고 세월호 선체를 둘러봤다. 같은 시간 유가족들은 여전히 항만 정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10시 1분쯤 경비 책임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와 "말씀을 좀 정돈되게 하시게 몇 분만 와서 하자"며 "그 다음에 (황 총리의) 일정이 있으니까 가시게끔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떠들지 마시고 이야기 좀 하시게요"라고도 했다.

가족들은 이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상대방을 무시하듯 '떠들지 말라'고 한 말이 세월호 가족들을 격분시킨 것이다. 현장의 경비책임자가 바로 "말 잘못 했습니다"라고 사과하고 나섰다.

경비책임자가 떠난 뒤 유가족들은 가족 대표를 선정하고 황 총리에 전할 메시지를 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약 3분 뒤 황교안 대행이 목포신항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가족들이 있는 정문을 피해 항만 남문으로 나간 것이다. 이 소식에 현장은 "나갔대?", "어디로"라는 말들이 오갔다.

황교안 만날 준비하다 뒤통수 맞은 세월호 유가족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정박한지 2일쨰인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정문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황교안 총리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정박한지 2일쨰인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 정문 앞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황교안 총리와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이희훈

관련사진보기


만나겠다고 한 황 총리는 오지 않고 대신 경찰 수십여 명이 유가족 앞을 막아섰다. 유가족들은 "(황교안이 아니라) 황교활이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이들은 곧바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원고 2학년 8반 장준형 아버지이자 416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인 장훈씨는 "황당하네요. 황교안 권한대행입니다, 권한대행"이라며 "대통령이랑 같다는 것 아니에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장씨는 "2014년 4월 16일과 달라진 게 뭐가 있나요. 그 때도 박 대통령이 진도체육관만 방문하고 도망갔습니다"라며 "뭐가 다른가요. 개탄스럽습니다"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이태호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에 따르면 목포경찰서 윤재복 정보과장과 경비책임자라 주장하는 사람이 찾아와 유가족 대표 5명만 황 총리와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하지만 황 총리가 목포신항을 떠난 후 경비책임자라 주장했던 사람은 자취를 감췄다. 윤 과장은 황 총리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와 관련해 황 총리 측은 유가족들이 너무 격분한 때문에 면담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합뉴스>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황 총리 측은 "미수습자 가족과 면담 후 유가족 대표와 면담하려 했는데, 너무 격분된 상황이어서 만나지 못하고 현장을 빠져 나왔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오전 유가족들이 목포신항만 정문으로 향하는 것도 순탄치 않았다. 피켓을 든 유가족들이 오전 9시13분쯤 철책 인근 텐트 앞에서 떠나자 여성 경찰 10여 명이 긴 줄을 들고 우르르 뛰어왔다. 그 뒤로 약 30여 명쯤 되는 경찰들이 줄지어 경계태세를 갖추기도 했다. 경찰들이 달려오는 통에 유가족들은 아침부터 뜀박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태그:#황교안, #세월호, #유가족, #목포, #도망
댓글1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