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 시험하는 류현진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이 2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캐멀백 랜치 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롱토스 때 변화구를 시험하고 있다. 류현진은 26일 스프링캠프에서 두 번째로 선발 등판한다.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류현진. ⓒ 연합뉴스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LA다저스에서 활약하던 시절 다저스는 야구팬이라면 모두가 좋아하던 '국민구단'이었다. 마이크 피아자, 에릭 캐로스, 라울 몬데시, 게리 셰필드, 숀 그린 등 그 시절 다저스의 야수들은 '찬호 도우미'라는 이름으로 국내 야구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반면에 통산 203세이브에 빛나는 제프 쇼 같은 뛰어난 마무리 투수는 박찬호의 승리를 몇 차례 날렸다는 이유로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했다.

박찬호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하면서 한동안 국내 야구팬들에게 멀어졌던 다저스에 대한 관심은 2013년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LA입성과 함께 다시 커졌다. 류현진과 친하게 지낸 후안 유리베나 야시엘 푸이그는 마침 류현진과 같은 시기에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해졌고 애드리안 곤잘레스, 헨리 라미레즈(보스턴 레드삭스) 같은 다저스의 간판타자들도 본의 아니게(?) '류현진 도우미'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류현진이 어깨 부상에 시달리면서 지난 2년 동안 단 1경기 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그 사이 다저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4년 주전 멤버 중 현재도 다저스의 주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는 곤잘레스와 푸이그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리고 2017년, 류현진은 오랜 재활의 터널에서 벗어나 다저스의 선발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한동안 국내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다저스는 류현진의 컴백과 함께 다시 '국민구단'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류현진이 없는 2년 동안 많은 것이 변한 다저스

흔히 14승 투수짜리 선발 투수가 부상으로 갑작스럽게 이탈하면 그 팀은 크게 휘청거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명문 다저스는 역시 준비가 철저한 팀이었다. 류현진이 활약하던 2014년 94승을 거뒀던 다저스는 2015년 92승, 2016년 91승을 따내며 라이벌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제치고 4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자리를 지켜냈다.

2015년에는 역시 '원투펀치' 클레이튼 커쇼와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커쇼가 300탈삼진을 기록하며 16승을 따냈고 그레인키가 222.2이닝을 책임지며 19승3패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했다(둘 중 누가 사이영상을 타도 이상하지 않은 성적이었지만 그 해 사이영상은 시카고 컵스의 제이크 아리에타가 받았다). 류현진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며 영입한 좌완 브렛 앤더슨(시카고 컵스)도 10승으로 원투펀치를 보좌했다.

타석에서는 새로 영입한 베테랑 2루수 하위 켄드릭(필라델피아 필리스)이 타율 .295로 괜찮은 활약을 보인 가운데 백업내야수에 불과하던 저스틴 터너(타율 .294 16홈런60타점)가 유리베의 뒤를 이어 주전 3루수로 자리잡았다. 반면에 왕년의 올스타였던 지미 롤린스(샌프란시스코, 타율 .224)와 칼 크로포드(타율 .265)는 부진한 성적으로 세월의 흐름을 실감했다.

그레인키가 FA자격을 얻어 거액을 받고 애리조나로 이적한 작년 시즌에는 마에다 켄타라는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8년 보장금액 2500달러의 턱없이 적은 규모로 계약한 마에다는 커쇼가 부상으로 고전한 틈을 타 다저스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16승11패3.48을 기록했다. 커쇼는 단 21경기에만 등판했음에도 12승을 챙겼고 리치 힐은 다저스 이적 후 3승2패 1.83의 놀라운 성적으로 3년4800만 달러짜리 계약을 따냈다.

다저스가 애지중지하던 특급 유망주 코리 시거는 풀타임 첫 시즌에 타율 .308 26홈런72타점105득점을 기록하며 올스타와 신인왕, 유격수 부문 실버 슬러거까지 휩쓸었다. 신인임에도 MVP투표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터너 역시 27홈런90타점으로 다저스의 간판타자로 자리잡았고 곤잘레스는 언제나 그렇듯 타율 .285 18홈런90타점으로 한결같은 꾸준함을 과시했다.

젊어진 타선과 든든한 선발진으로 월드시리즈 재도전

올 시즌을 앞두고 다저스는 마무리 켄리 잰슨, 3루수 터너, 선발투수 리치 힐에게 장기계약을 안겼다. 하지만 호시탐탐 눈독을 들이던 '40홈런 2루수' 브라이언 도저(미네소타 트윈스) 트레이드가 최종 무산되면서 베테랑 체이스 어틀리와 1년 재계약을 맺었다. 곤잘레스의 백업 1루수로 데려 온 다린 러프(삼성 라이온즈)는 메이저리그의 후보 선수 대신 KBO리그의 4번타자를 선택했다.

현재 다저스의 주전 야수들 중에서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는 곤잘레스와 푸이그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크로포드와 안드레 이디어는 여전히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잦은 부상과 적지 않은 나이로 과거와 같은 활약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대신 올해는 작년 시즌 다저스의 새로운 간판 스타로 떠오른 시거를 중심으로 작 피더슨, 앤드류 툴스 같은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마운드에는 부동의 에이스 커쇼를 중심으로 마에다, 리치 힐, 브랜든 맥카시, 류현진이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류현진이 5선발이라는 사실에 마음 쓸 필요는 없다. 어차피 선발진의 좌우 균형을 맞추기 위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전술일 뿐이고 2013년에 그랬던 것처럼 시작은 5선발이어도 끝날 땐 3선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거와 함께 다저스가 가장 아끼고 있는 만20세의 좌완 유망주 훌리오 유리아스는 트리플A에서 '특별관리'를 받게 된다.

다저스에는 최근 3년 동안 127세이브를 챙긴 메이저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 켄리 젠슨이 있다. 다만 작년 7승2패 2.48을 기록한 조 블랜튼(워싱턴 내셔널스)이 팀을 떠나면서 8회를 맡길 수 있는 셋업맨이 마땅치 않다. 아직 부상 회복 후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없어 불펜진의 도움이 절실한 류현진에게는 그리 좋지 않은 현실이다.

다저스는 최근 4년 연속 90승 이상을 기록하며 4년 동안 지구 우승을 차지했음에도 끝내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다. 사실 이번 시즌에도 확실한 보강은 없었지만 이미 다저스는 충분히 우승 전력을 갖춘 팀이다. 여기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2년의 공백을 깨고 선발진에 가세한다. 류현진이 기대대로 다저스 선발진에 순조롭게 안착한다면 국내 야구팬들은 다시 다저스 경기를 보기 위해 분주한 오전을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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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코리 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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