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이형종

LG 이형종 ⓒ LG 트윈스


LG트윈스는 2013년 박용택을 마지막으로 3년 동안 외야수 부문 골든 글러브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사실 다른 포지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LG의 외야는 나머지 9개 구단이 부러워할 만큼 탄탄한 선수층을 자랑한다. 군복무까지 마친 1990년생 외야수 채은성은 풀타임 주전 첫 시즌에 타율 .313 81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LG타선의 미래로 떠올랐고 '또치' 김용의는 LG의 1번 타자 고민을 지웠다.

그렇다고 백업멤버나 유망주군이 약한 것도 아니다. 경찰 야구단 시절 퓨처스리그를 평정했던 이천웅은 작년 시즌 .293 6홈런41타점으로 1군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고 이제 괄호 열고 등번호를 따로 쓸 필요가 없는 이병규도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비록 1번 타자 역할은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유틸리티 외야수로 나섰을 때 임훈은 전혀 다른 가치를 가진 선수가 된다. '좌완킬러' 문선재와 수비 스페셜리스트 안익훈도 빠지면 섭섭한 이름이다.

그리고 여기 쏠쏠한 방망이 솜씨를 앞세워 LG의 개막전 외야 엔트리 한자리를 노리는 선수가 또 등장했다. 2008년 LG에 입단해 어느덧 프로 10년 차가 됐지만 타자로서는 작년에 1군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하지만 LG를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이 이름을 잊기 힘들 것이다. 이제는 '눈물의 에이스'라는 딱지를 떼어내고 타자로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외야수 이형종이다.

'눈물의 에이스'를 좌절시킨 부상과 방황

2007년 5월3일, 열혈 고교야구팬이 아니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한 고교 야구 에이스가 일약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한 날이었다. 그 주인공은 서울고 투수 이형종. 광주일고와의 결승전에서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이형종은 6이닝을 던지며 7피안타11사사구7실점으로 부진했고 서울고는 9-10으로 끝내기 역전패를 당하며 우승을 놓쳤다(참고로 당시 광주일고에는 LG의 투수 정찬헌과 넥센 히어로즈의 2루수 서건창이 있었다).

고교야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역전 경기였지만 야구팬들의 심금을 울린 장면은 그 과정 속에 있었다. 이형종은 동점타를 맞은 후 마치 소년 야구만화의 주인공처럼 눈물을 흘리며 공을 던졌고 끝내기 안타를 맞은 후에도 마운드에 주저 앉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이후 이형종에게는 '눈물의 에이스'라는 별명이 붙었고 LG는 마운드에서의 투혼과 감동 스토리를 가진 이형종을 1차 지명으로 영입했다.

하지만 이형종은 프로 입단 후 2년 동안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2010년 5월16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늦은 프로 데뷔전을 가졌다. 이날 5이닝을 던진 이형종은 시속152km의 강속구를 던지며 승리투수가 됐다. LG팬들은 고교 시절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던 이형종이 프로에서는 기쁨의 눈물만 흘리게 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형종의 미래는 LG의 바람처럼 흘러가지 않았다.

2010년 단 두 번의 등판 이후 통증이 재발한 이형종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고 결국 그 해 8월 입단 3년 만에 은퇴 의사를 밝혔다. LG에서는 이형종의 높은 장래성과 어린 나이 등을 고려해 임의탈퇴로 묶었지만 이형종은 골프 선수 전향을 준비하는 등 야구와는 점점 멀어져 버렸다.

공백기 동안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 의무를 마친 이형종은 다시 야구에 대한 미련이 생겼고 당시 LG 코치로 재직하던 차명석 투수코치의 설득으로 마운드에 복귀했다. 하지만 고교 시절의 혹사로 어깨와 팔꿈치가 좋지 않았던 이형종은 투수로서 한계를 느꼈고 2014년부터 조용히 타자로 변신했다. 이형종은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305 13타점5도루를 기록하며 변함없는 야구센스를 과시했다.

타자 전향 후 1군 데뷔, 시범경기서 5할 맹타

이형종의 선수 복귀 소식에 많은 LG팬들은 반가운 마음을 나타냈지만 사실 '타자 이형종'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형종은 서울고 시절에도 이승엽(삼성 라이온즈)이나 이대호(롯데),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봉중근(LG)처럼 투수와 타자로서 고교 무대를 평정했던 '투타 겸비형 천재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형종은 퓨처스리그에 꾸준히 출전하며 투수가 아닌 외야수로서 경기 감각을 익혔고 2016 년 4월10일 SK 와이번스전에서 타자로서 1군 데뷔전을 가졌다. 시즌 내내 1군과 2군을 들락거리며 1군에서 61경기에 출전한 이형종은 타율 .282 35안타 1홈런14타점을 기록했다. 5월11일 삼성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LG복귀 후 신고 선수 혹은 2군 선수로 최저연봉을 받아 왔던 이형종은 올해 2700만원에서 3300만원이 오른 6000만원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입단 동기 나지완(KIA타이거즈)의 연봉(6억 원)과 비교하면 보잘 것 없지만 프로 입단 후 처음으로 '실력'을 인정 받아 연봉 인상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는 대단히 컸다. 그리고 이형종은 2017 시즌 시범경기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LG외야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이형종은 LG가 치른 시범경기 4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5할(10타수 5안타) 1홈런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600을 기록하고 있다. 안타 5개 중에 홈런이 하나, 2루타가 3개일 정도로 작년과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배팅 파워를 뽐내고 있다. 물론 전문 외야수로 전향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비는 다소 불안하지만 강속구 투수 출신답게 강한 어깨는 여전히 발군이다.

채은성이나 김용의 등은 이미 주전 자리를 어느 정도 확보해 둔 상태이기 때문에 시범 경기에서 굳이 힘을 쏟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형종에게는 그런 여유가 없다. 이형종 같은 1.5군 선수에게 시범경기 부진은 곧 개막 엔트리 탈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과연 '눈물의 에이스'로 불리던 이형종은 올해 투수로서 펴지 못한 날개를 타자로서 활짝 펼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시범경기 LG 트윈스 이형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