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선발 장원준이 2회초 역투하고 있다.

WBC 1차전 선발 등반하는 장원준(두산 베어스) ⓒ 연합뉴스


오는 3월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막을 올리는 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1라운드에서 3경기에 등판할 각 선발투수들의 윤곽이 결정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데, 22일에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연습경기가 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오키나와 훈련은 마쳤다.

대표팀은 요코하마에서의 연습경기를 마치면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메이저리그 스프링 캠프를 치르고 있는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합류한다. 귀국 이후에는 1라운드 경기가 열릴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진행하며, B조에 참가하는 호주와 쿠바 대표팀을 상대로 한 차례 씩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 평가전을 통해 2라운드 진출 예상국들의 전력을 살펴 볼 수도 있다.

1라운드 선발 로테이션, 장원준-양현종-우규민 유력

이에따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치러지는 1라운드의 선발 로테이션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다. 이스라엘과 대결하는 1차전(3월 6일)에는 장원준(두산 베어스)이 선발로 등판하며, 네덜란드와 대결하는 2차전(3월 7일)에는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선발로 등판할 것이 확실해졌다.

두 선수 모두 선발로 등판할 것이 유력해졌던 상황이다. 대표팀 훈련에서도 안정된 구위를 유지했고, 장원준의 경우는 20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평가전에서 선발로 등판하여 3이닝 퍼펙트를 기록하며 사실상 실전 준비를 마쳤다.

이 때문에 가장 구위가 빨리 올라온 장원준이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각각 1차전 선발을 맡을 예정이다. WBC에서는 자신의 현재 국적뿐만 아니라 부모와 조부모의 국적, 외조부모의 국적 등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스라엘 대표팀의 경우 유대인 출신의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대거 참가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모두 이스라엘 대표팀에 참가할 가능성은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제이슨 마퀴스 등을 필두로 전직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참가하지만, 현직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스프링 캠프에 집중하기로 하는 등 대거 참가는 어려워졌다.

그나마 참가가 확정된 이스라엘 선수들의 선발진과 중심타선은 트리플A에서 뛰는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다고 해도 나머지 대다수의 선수들은 그 이하 선수들로 반 이상이 싱글A 선수들이 유력하다. 하지만 중요한 대회인 만큼 실수가 용납되지 않기 때문에 1차전에 구위가 가장 빨리 올라온 장원준을 투입하는 것이다.

다음 라운드 일정도 생각해야 한다. 1차전에 선발로 등판한 투수가 일정상 2라운드에서도 1차전에 등판하게 된다. 그 다음 등판 일정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리는 결승 라운드 4강전이기 때문에 1차전 선발의 임무는 막중하다.

2차전 선발을 맡게 될 양현종도 그 역할이 막중하다. 양현종이 상대하게 될 네덜란드는 지난 3회 WBC 1라운드 1차전에서 대한민국에게 충격의 패배를 안겨준 그 팀이다. 최고의 카드를 내세워 설욕할 필요가 있는 경기로, 역시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양현종이 선발로 투입된다. 또한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하게 될 투수는 2라운드에서도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하게 된다.

3차전 선발투수로는 당초 이대은(경찰청)과 우규민(삼성 라이온즈)을 두고 저울질했다. 당초에는 프리미어 12 등에서 빠른 공을 던지며 가능성을 보였던 이대은의 선발 등판이 사실상 유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변수가 있었으니, 바로 이대은의 실전 감각이었다. 이대은은 지난 시즌 지바 롯데 마린즈에서 거의 2군에서만 뛰었고, 시즌이 끝난 뒤에는 경찰청 의무경찰에 체육특기자 신분으로 선발됐다.

겨울이 되면서 이대은은 군 복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했고, 기초 군사훈련을 받는 등 군 복무에 필요한 시간을 보냈다. 군 복무 중이라 몸 상태를 관리하는 데에는 큰 지장은 없었지만, 다른 선수들에 비해 실전 감각이 늦게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에 대만과 대결할 1라운드 3차전 선발투수로는 우규민이 낙점되었고, 이대은은 1라운드에선 상황에 따라 1+1 자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선발투수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하여 1~2이닝을 소화하는 방식으로 라운드별 투구수 제한이 걸려있기 때문에 선발투수가 65개의 공을 던지고 내려가면 경기 중반을 책임지는 형태다.

아직 실전 감각 회복 필요한 이대은, 2라운드에선 선발 가능성 열려

그러나 이대은은 경기를 치르면서 실전 감각을 회복하고 2라운드에서는 우규민을 대신하여 3차전에 선발로 투입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WBC 대표팀의 사례를 보면 제 1회 WBC의 박찬호만 봐도 그 경우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6년에 있었던 제 1회 WBC에서도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KBO리그 투수들은 투구수를 끌어올리는 타이밍이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에 당시 김인식 감독은 1차전에는 일단 선발투수로만 활용하기로 한 서재응(현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투입했고, 2차전에는 당시 KBO리그의 정상급 선발투수였던 손민한(은퇴)을 활용했다.

당시 박찬호는 페이스에 맞춰 투구수를 끌어올리고 있었고, 실제로 연습경기에서도 항상 선발로 등판했다. 다만 박찬호는 대표팀을 위해 필요한 역할에 들어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고, 이에 풀 타임 마무리 첫 시즌을 맞이하던 오승환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마무리투수 역할을 맡았다.

당시 1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박찬호는 7회부터 등판했다. 박찬호가 7회와 8회를 막고 9회에 오승환이 투입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도 있었지만, 당시 1라운드 3경기가 3일 연속으로 열리는 까닭에 한 선수가 3일 연속 세이브를 올리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박찬호가 대만 전에서 3이닝 세이브를 기록했고, 투구수 30개를 초과했기 때문에 하루를 쉬었다.

이후 중국과의 경기에서는 오승환이 경기를 마무리했고, 일본과의 3차전에서는 9회에 박찬호를 투입하여 경기를 마무리했다. 박찬호는 2라운드 첫 경기인 멕시코와의 경기에서도 마무리투수로 등판하여 세이브를 기록했다.

당시 일본과의 1라운드 3차전 선발투수는 김선우(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였다. 그러나 김선우는 당시 경기에서 난조를 보인 뒤 조기 강판되었고, 이후 추가 등판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박찬호가 2라운드 3차전에서는 본업인 선발투수로 돌아왔다. 정규 시즌에 맞춰 투구수를 끌어 올리던 박찬호는 일본전부터 투구수를 본격적으로 늘린 것이다.

이대은의 경우도 이러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1라운드에서는 네덜란드나 일본과의 경기 중 선발투수에 이은 2번째 투수로 투입되어 경기 중반을 책임지는 것이다. 그리고 2라운드에서는 우규민과 바통을 터치하여 선발로 투입될 수도 있다.

사실 WBC에서는 결승 라운드를 제외하고는 선발투수의 역할이 다른 경기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 30구 이상을 던지거나 2일 연투를 하면 하루를 쉬어야 하고, 50구 이상을 던지게 되면 3일을 쉬어야 한다.

1라운드에서는 65구를 초과할 수 없고, 2라운드에서는 80구를 초과할 수 없으며, 결승 라운드에서도 95구를 초과할 수 없다. 다만 타자를 상대하는 도중 한도 투구수를 넘겼을 경우에 한하여 해당 타자를 끝까지 상대하기 위한 투구수 초과는 허용한다. 때문에 WBC에서는 선발투수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순 없다.

실제로 WBC에서 투구수 제한 때문에 선발투수의 완투 사례가 나온 적은 딱 한 번 밖에 없다. 제 1회 대회에서 네덜란드 선발투수가 파나마를 상대로 노 히터 게임을 기록한 사례가 있었다. 그나마 그 경기도 7이닝 콜드 게임으로 끝났기 때문에 완투로 인정된 사례이며, 콜드 게임 규정이 없는 결승 라운드에선 사실상 완투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굳이 선발로 등판하지 않더라도 그 다음에 등판하는 두 번째 투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통 선발투수들이 승부처로 위기를 겪는 5~6회를 1라운드에선 선발투수들이 아니라 두 번째 투수들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장원준, 양현종, 우규민, 이대은 이외 현재 대표팀에 있는 선발투수 자원은 차우찬(LG 트윈스)이 있다. 이렇기 때문에 5명 중 3명은 첫 번째 투수로 나서며, 나머지 2명은 경기 상황에 따라 2번째 투수나 필승조로 대기하게 된다. 결승 라운드부터는 2명이 선발투수로 등판(4강전, 결승전)하며 나머지 3명이 불펜에 대기한다.

변수는 플레이오프, 투수진 운영 전체가 꼬일 수도 있어

그런데 대한민국 대표팀은 2013년 제 3회 대회에서 3개국이 2승 1패로 동률이 되는 바람에 복잡한 계산으로 밀려서 탈락했다. 1차전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대패한 것이 결정적 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대표팀은 3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웃지 못했다.

물론 이러한 경우를 구제하기 위하여 제 4회 WBC부터는 1라운드와 2라운드에 원 게임 플레이오프가 신설됐다. 1~3위 팀이 2승 1패로 동률이 되거나, 2~4위 팀이 1승 2패로 동률이 될 경우 일단 이전까지의 계산을 통하여 1위 또는 4위를 먼저 가린 뒤에 2위 팀과 3위 팀이 단판 승부를 펼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대한민국 대표팀은 4차전 선발투수까지 생각해야 한다. 만일 3월 10일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르게 된다면 일정상 3월 6일 1차전에 등판한 뒤 3일을 쉬는 장원준이 한 번 더 등판할 수는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3월 8일에 경기가 없기 때문에 9일 3차전에 등판한 구원투수들도 규정 상 연투에 지장은 없다.

문제는 플레이오프까지 치르게 될 경우 다음 라운드까지 선발 로테이션이 꼬이게 된다는 사실이다. 3월 12일에 2라운드 1차전을 도쿄 돔에서 치러야 하는데, 구원투수들은 3월 11일 하루를 쉬고 나올 수 있다 쳐도,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될 경우 이동일 하루를 제외하면 휴식일 없이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 된다.

2라운드에서 아시아 라운드 3차전이 끝나는 날은 3월 15일이다. 4강전을 치르게 될 날은 2라운드 성적에 따라 3월 21일이나 22일(이하 한국 시각)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2라운드에서도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되면 3월 16일에 2라운드가 끝난다. 결승 라운드까지 로테이션을 조정할 시간은 여유가 있지만, 하루 늦게 이동할 경우 그 만큼 시차에 적응할 시간이 적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게다가 1라운드에서 플레이오프를 치를 경우 1차전 선발이 플레이오프 경기에 또 등판하기 때문에 2라운드에서는 일정에 따라 2차전이나 3차전은 되어야 등판할 수 있다. 두 라운드 모두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한다면 각 라운드에서 분명 한 명의 투수는 2번이나 선발로 등판하게 되고, 이 때문에 투구수 문제까지 계산하여 구원투수들까지 투입하느라 시나리오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전승 우승, 실현할 수는 있을까?

결국 최상의 시나리오는 대한민국 대표팀이 3승으로 조 1위를 확정하는 것이다. 상위 라운드 진출을 확정한 뒤 각 라운드에서 2위 팀과 3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르는 것을 지켜보는 시나리오가 이뤄진다면 금상첨화다.

다만 대한민국 대표팀이 무난하게 3승을 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경기를 일단 치러봐야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를 착실하게 준비할 수 밖에 없다. 지난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연습경기에서 대표팀의 타선이 무기력했던 점을 생각하면 아직 안심할 수 없다.

게다가 오키나와 현지에서 일어나는 해프닝도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대표팀 최고참 투수인 임창용(KIA 타이거즈)이 지인의 차량을 몰고 운전하다가 길거리에 있는 오토바이와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는데, 조사 과정에서 임창용의 일본 면허증 기한이 만료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때 일본에서 뛰었던 임창용이 이후 면허증을 갱신하지 않아서 사실상 무면허 운전인 셈인데, 대한민국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최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 음주운전은 아니었고, 동승자가 내리려다 오토바이와 접촉한 것으로 관련하여 이후 사고 처리가 진행되겠지만, 임창용은 WBC 대회 전후로 KBO리그 상벌위원회에 회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를 흐렸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큰 대회를 앞두고 발생하는 잡음에 대해서 분위기가 마냥 좋지만은 않다. 어쨌든 대한민국 대표팀은 오키나와 전지훈련의 결과를 확인하는 마지막 연습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22일 열리는 연습경기에서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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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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