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전 파리에서 들려온 바르셀로나의 참패 소식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은 끝까지 추가골을 더 넣어 2차전 어웨이 경기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택했다. 손가락으로 꼽을 필요도 없이 너무도 당연한 계산인 셈이다. 유럽 축구 시즌이 막바지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어웨이 경기를 최대한 부담 없이 치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끌고 있는 FC 바이에른 뮌헨(독일)이 한국 시각으로 16일 오전 4시 45분 독일 뮌헨에 있는 푸스발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아스널 FC(잉글랜드)와의 홈 경기에서 티아고 알칸타라의 2득점 1도움 맹활약에 힘입어 5-1로 대승을 거두고 다음 달 8일 런던으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만들었다.

알렉시스 산체스 동점골, 유일한 변수

전반전 종료 시점까지는 어웨이 팀 아스널 FC가 자신만만했다.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을 적용하고 있는 챔피언스리그에서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냈기 때문이었다.

뮌헨은 경기 시작 후 11분만에 왼발잡이 공격형 미드필더 아르연 로번의 아름다운 중거리슛 선취골로 기분 좋게 앞서나갔다. 오른쪽 측면에서 가운데 방향으로 공을 끌고 들어오다가 로번이 왼발로 감아찬 공이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가 지키고 있는 아스널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다. 29분에 어이없이 아스널에게 페널티킥을 내줬기 때문이다. 코너킥 수비에 가담한 골잡이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아스널 주장 로랑 코시엘니의 가로채기 순간을 인지하지 못하고 걷어차는 바람에 마지치(세르비아) 주심이 휘슬을 길게 울린 것이다.

곧바로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알렉시스 산체스의 페널티킥이 이어졌는데, 1차 슛은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쳐냈다. 이 순간 키커 알렉시스 산체스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가슴 트래핑으로 공을 다시 소유하며 2차 슛을 시도한 것이다. 그렇게 오른발로 방향만 슬쩍 바꾼 것이 골문 왼쪽으로 굴러들어갔다. 노이어는 동료들에게 커버 플레이를 외쳤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아스널의 이 동점골은 런던에서 열릴 2차전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임에 틀림없었다. 실점 없이 같은 점수 차이를 만드는 승리를 거둔다면 산체스의 이 골이 8강행을 결정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계산은 후반전에 몰아친 바이에른 뮌헨의 골 폭풍에 다시 떠올릴 틈도 없었다.

티아고 알칸타라 2득점 1도움 맹활약

2차전 어웨이 경기를 감안하면 후반전에 뮌헨이 선택할 것은 단 하나였다. 최대한 많은 골을 터뜨리는 것이다. 그 뜻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와 티아고 알칸타라가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관철시켰다.

53분에 이 경기 결승골이 레반도프스키의 이마에서 나왔다. 선취골의 주인공 아르연 로번이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가는 주장 필립 람에게 밀어준 공이 자로 잰 듯한 크로스로 날아왔고 이를 레반도프스키가 솟구쳐 이마로 끝낸 것이다.

승리 분위기를 탄 바이에른 뮌헨은 3분 뒤 추가골을 터뜨리며 대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에도 동료들의 연결 동작이 완벽했다. 사비 알론소가 전진 패스한 공을 레반도프스키가 왼발 힐킥으로 찔러줬다. 레반도프스키의 연결 감각이 보는 이들을 놀라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이 공을 티아고 알칸타라가 달려들며 오른발 돌려차기로 연결했다. 보기 드문 작품은 그렇게 완성된 것이다.

나란히 공격 포인트를 주고받은 단짝 레반도프스키와 티아고 알칸타라 덕분이었다. 그리고 티아고 알칸타라는 63분에도 아스널 수비수들이 걷어낸 공을 오른발로 받아차 쐐기골까지 터뜨렸다. 골문 앞에 있던 아스널 샤카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뀌어 행운까지 따르는 골이었다.

그리고 88분에는 교체로 들어온지 2분만에 토마스 뮐러가 마무리 쐐기골을 만들어냈다. 아스널 미드필더 체임벌린의 드리블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공을 확보한 티아고 알칸타라가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는 토마스 뮐러를 빛냈다.

개인 능력도 뛰어나지만 팀 플레이가 어느 때보다 돋보였던 바이에른 뮌헨의 대승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다음 달 8일 런던에서 이들은 다시 만나야 하지만 아스널이 4-0 이상으로 대승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결과(16일 오전 4시 45분, 푸스발 아레나 뮌헨)

★ 바이에른 뮌헨 5-1 아스널 FC [득점 : 아르연 로번(11분),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53분,도움-필립 람), 티아고 알칸타라(56분,도움-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티아고 알칸타라(63분), 토마스 뮐러(88분,도움-티아고 알칸타라) / 알렉시스 산체스(30분)]

★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3-1 SSC 나폴리(이탈리아)

◇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일정(3월 8일 4시 45분, 왼쪽이 홈팀)

☆ 아스널 FC - 바이에른 뮌헨 (아스널 스타디움, 런던)
☆ SSC 나폴리 - 레알 마드리드 CF (스타디오 산 파올로, 나폴리)
축구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 아스널 FC 티아고 알칸타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