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15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6-2017 V리그 5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25-17,25-21,25-18)로 승리했다. 지난 12일 GS칼텍스 KIXX와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둔 도로공사는 최근 2경기에서 승점 5점을 추가하며 뒤늦은 상승세를 탔다.

도로공사가 한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챙긴 것은 작년 10월27일 GS칼텍스전 이후 무려 112일 만이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도로공사는 시즌 막판 치열한 중위권 싸움에서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날 도로공사 승리의 주역은 단연 블로킹 2개를 포함해 17득점을 올리며 팀 내 최다 득점을 기록한 '엄마센터' 정대영이었다.

엘리트 코스 걸어온 2000년대 여자배구 최고의 센터

 도로공사는 정대영이 가세한 첫 시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도로공사는 정대영이 가세한 첫 시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 한국배구연맹


정대영은 지금은 폐교된 양백여상 시절 세계 청소년배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대표팀을 3위로 이끌며 일찌감치 한국 여자배구를 이끌 대형 유망주로 각광을 받으며 1999년 현대건설에 입단했다. 당시 현대건설은 IMF의 여파로 실업팀들이 대거 해체되며 갈 길을 잃은 구민정, 장소연, 강혜미 등을 대거 스카우트하며 단숨에 겨울리그의 일인자로 군림했다. 정대영 역시 장소연과 함께 현대건설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겨울리그 5연패의 당당한 주역이 됐다.

하지만 프로 출범을 앞두고 장소연, 강혜미, 구민정 등이 대거 은퇴를 선언했고 정대영은 현대건설의 외로운 에이스가 됐다. 정대영은 프로 원년 MVP, 2005-2006 시즌 후위공격상을 수상하며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지만 김연경(페네르바체)과 황연주(현대건설)로 이어지는 쌍포를 구축한 흥국생명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정대영은 2006-2007 시즌이 끝난 후 FA 지격을 얻어 이숙자 세터와 함께 GS칼텍스로 이적했다.

정대영은 이적 첫 해 블로킹 1위와 챔피언 결정전 MVP에 오르며 GS칼텍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 출범 후 첫 우승의 기쁨이었다. 2009년 여자선수로는 최초로 출산 휴가를 얻은 정대영은 2009-2010 시즌을 통째로 쉬었지만 2010-2011 시즌에 복귀해 블로킹 5위(세트당 0.45개)에 오르며 건재를 과시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대표팀 주전 센터로 활약하며 4강 신화 달성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2013-2014 시즌에 선정한 V리그 10주년 올스타 센터 부문에 이름을 올린 정대영은 2014년 통산 3번째 FA자격을 얻고 도로공사로 이적했다. 정대영과 이효희 세터가 가세한 도로공사는 2014-2015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피언 결정전에 직행했다. 비록 데스티디 후커가 대활약한 IBK기업은행 알토스에게 우승을 내줬지만 정대영은 챔프전에서 세트당 0.8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엄청난 높이를 과시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 제도가 도입되고 서남원 감독(인삼공사)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2015-2016 시즌 5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하지만 정대영은 블로킹 6위(세트당 0.49개), 속공 2위(48.3%)에 오르며 제 몫을 다 했다. '거요미' 양효진(현대건설)의 등장 이후 다소 입지가 좁아진 건 사실이지만 정대영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2000년대 최고의 센터였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노련한 공격과 탄탄한 기본기로 팀 내 득점 공동 1위

2015-2016 시즌을 마지막으로 장소연이 은퇴한 도로공사는 FA시장에서 국가대표 센터 배유나를 영입했다. GS칼텍스 시절 7년이나 함께 뛰었던 경험이 있는 정대영과 배유나는 눈빛만으로도 통할 만큼 서로 잘 아는 사이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대영이 30대 후반의 노장 선수가 된 데에 비해 배유나는 한창 기량이 무르익는 20대 후반을 향해 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정대영의 활약은 이번 시즌 도로공사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배유나와 비교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정대영과 배유나는 이번 시즌 나란히 294득점을 올리며 득점 부문 공동 12위에 올라있다. 블로킹은 배유나(세트당 0.54개)가 다소 앞서 있지만 속공 성공률은 오히려 정대영(45.65%)이 더 낫다. 국내 날개 공격수들의 활약이 미진한 도로공사에서 정대영과 배유나는 이효희-이소라 세터가 가장 확실히 믿을 수 있는 공격 옵션이다.

15일 인삼공사전에서도 정대영의 활약은 단연 빛났다. 정대영은 이날 블로킹 득점 2개를 포함해 총 17득점을 올리며 외국인 선수 힐러리 헐리(16득점)를 능가하는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했다. 공격 성공률도 51.72%에 달했고 속공 성공률은 66.67%(6/9)를 기록할 정도로 효율적인 공격이 돋보였다. 이날만큼은 팀 득점을 주도하던 현대건설 시절을 보는 듯 할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을 선보였다.

정대영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탄탄한 기본기에 있다. 센터들은 랠리 도중 공격수에게 2단 연결을 할 기회가 많고 그만큼 토스워크가 중요한 포지션이다. 정대영은 이날 8번의 세트를 시도해 3번의 공격성공을 이끌었다. 이는 이효희 세터를 제외하면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세트 성공 횟수였다. 이는 도로공사의 공격수들이 정대영이 올려주는 토스에 믿음이 있었다는 뜻이다.

도로공사는 연승을 기록했음에도 여전히 승점21점으로 독보적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3위 현대건설과는 이미 승점 16점이 벌어져 있어 플레이오프 진출은 이미 물거품이 됐다. 하지만 남은 6라운드 5경기 결과에 따라 탈꼴찌는 충분히 희망을 걸 수 있다. 그리고 시즌 막판까지 고춧가루 부대로서 최선을 다할 도로공사의 중심엔 '엄마센터' 정대영이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정대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