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17 시즌 챔피언스 리그 조별예선 - 6경기 4승 2무 무패

6경기에서 21골을 터뜨리며 역대 조별예선 최다 득점 기록을 경신하고 레알 마드리드를 제쳐 F조 1위로 16강에 직행한 도르트문트. 하지만 최강 공격력을 잃은 도르트문트는 '이빨 빠진 호랑이'

분명 레알 마드리드에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준 도르트문트였다. 하지만 15일 새벽의 그들은 '이빨이 박살 난 호랑이'로 전락했다. 최근 리그에서도 아쉬운 공격력으로 부진에 빠진 도르트문트는 결국 벤피카 원정에서 패배하며 돌아왔다.
패배의 중심에는 공격진의 해결 능력 부재가 있었다. 사실 도르트문트는 공격력이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대급 스타트를 끊어 주목받았던 바가 있다. 조별예선에서의 그들은 최약체 바르샤바에 14골을 넣는 괴물 같은 득점력을 보였었다. 레알 마드리드에도 4골을 넣으며 기복 없는 꾸준함을 선보였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공격 루트에서 성공을 거두며 우승 후보들을 위협할 클럽으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순식간에 힘을 잃은 그들은 어느새 벤피카에 패배하며 탈락 위기에 놓였다.
시즌 초반의 도르트문트는 넓은 폭의 선수 기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공격 루트를 이용하며 상대를 압도했다. 견고한 중원은 라인을 올리면서 측면과 중앙을 향해 공을 배급했다. 이를 받아낸 선수들은 골 결정력을 과시하며 엄청난 양의 득점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투헬은 넓은 범위의 활동량을 요구했다. 넓은 폭의 로테이션을 이용하는 만큼 출전하는 시간에 집중하길 바랐다.

이런 전술적 요구에 선수들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최선을 다했고, 엄청난 범위를 혼자 소화하며 개개인에게 슈팅 찬스를 더 많이 열어주었다. 또 신예 선수들부터 베테랑까지 감독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면서 경쟁의식도 가졌다. 서로 경쟁하며 발전하자 선수단의 뎁스는 자연스럽게 두꺼워졌다. 대표적으로 꿀벌들의 심장인 마르코 로이스가 부상으로 팀에서 떠나 있는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바가 있다. 이처럼 도르트문트는 몇몇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었다.

그러나 1월 막판부터 선수들이 허덕이기 시작했다. 분데스리가를 비롯해 DFB 포칼컵, 챔피언스 리그까지 병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더 커졌다. 지난 10일에는 헤르타 베를린을 상대로 고전하며 120분 연장전을 펼쳤다. 3~4일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던 선수들은 결국 지쳤다. 몇몇 선수들은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마리오 괴체가 근육 부상으로 3경기에 결장했으며 스벤 벤더가 발목을 다쳐 6주간 결장한다.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도르트문트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크다. 그들은 1차전에서 확실한 한 방으로 8강을 향한 입지를 다져야 했다. 하지만 그 한 방에 힘을 불어 넣어줄 선수들이 결장했다. 이에 피에릭 아우바메양과 로이스는 부담감을 느꼈다.

게다가 지난 11일에는 다름슈타트에 1-2로 패배했다. 120분 연장전에 지친 선수들 대신 1.5군이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주로 사용했던 포백 대신 쓰리백을 꺼내들며 초강수를 뒀지만 결국 실패했다. 어색했던 수비진은 서로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2골을 실점했다. 선수들은 서로 미루기에 급급했고 뒷공간을 크게 내주기도 했다. 투헬 감독은 "이럴 때일수록 정신력이 중요하다"라며 선수들을 다독였지만 정신력을 중요시하기에는 너무 부족한 체력이다. 그는 벤피카전을 앞두고 "수비력을 보강할 수 없다면 더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라고 밝혔던 바가 있다.

그러나 벤피카전은 수비력보다도 공격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 특히 아우바메양의 실책은 도르트문트가 패배하는 데 크게 일조했다. 실점은 둘째 치더라도, 아우바메양의 실책은 그에게 있어서 절대 있을 수 없던 일이다. 아우바메양은 조별예선에서 만점 활약을 펼치며 도르트문트를 1위로 이끌었다. 6경기 중 5경기에서 득점을 올리며 효율적인 득점 분포를 보였다. 리그에서도 그는 실질적인 도르트문트 공격의 핵이었다. 17골을 넣으며 모데스테와 레반도프스키를 제치고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팀의 부진은 곧 그의 부진을 뜻했다. 도르트문트는 최근 10경기에서 4승 4무 2패를 기록하며 승률 50%를 넘는데 실패했고, 아우바메양 역시도 주춤하는 추세를 보였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새벽의 경기에서 아우바메양은 모든 찬스를 놓쳤고, 페널티킥까지 실축하면서 최악의 평을 들었다.

사실 도르트문트의 벤피카전은 우려가 많았다. 벤피카가 워낙 좋은 흐름을 타고 있었다. 그들은 최근 7승 2무 1패를 기록하며 극강의 승률을 기록했고,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양질적인 플레이를 보였다. 게다가 벤피카는 홈에서 경기를 펼치는 이점을 가졌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약체도 잡지 못 하고 있으니 걱정이 많았다. 도르트문트는 흐름을 가져와서 경기를 펼쳐야 유리한 상황이었다. 특히 그들이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선제골'이 필요했다. 물론 경기에서도 그들이 선제골을 가져갈 수 있던 찬스는 충분히 많았다. 하지만 번번이 기회를 놓치면서 선제골을 내줬고, 경기의 흐름마저 빼앗겼다.

지친 도르트문트는 통계적인 가능성의 의미를 상실했다. 무려 69.3%의 점유율로 상대를 압박했지만 효율성은 6.9% 정도에 그쳤다. 드리블 횟수와 공 경쟁에서 벤피카가 앞서기도 했다. 도르트문트는 14번의 슈팅을 시도했지만 단 하나도 골문에 꽂히지 못 했다. 반면 벤피카는 단 5번의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14개의 슈팅을 막아낸 산타나 에데르손은 <후스코어드> 평점 1위를 차지했다. 아우바메양은 세 번의 찬스를 놓친데 이어 페널티킥까지 실축했으니, 잃을 슈팅은 전부 잃었다. 세 번의 찬스도 명백히 득점해야 했던 장면이다. 그러나 아우바메양은 유효 슈팅조차 기록하지 못 했다.

결국 도르트문트에게 해답은 공격진이 살아나는 것 밖에 없다. 조별리그에서 보여줬던 저력으로 상대를 맞이해야 한다. 선수들의 골 결정력을 극대화하고, 체력적 문제들을 완충시킨다면 충분히 벤피카를 꺾을 수 있다. 다행히도 도르트문트의 수비력은 팬들을 만족시켰다. 그들은 벤피카가 세트피스에서 득점한 장면 외에는 큰 찬스를 내주지 않았다. 투헬 감독은 "오늘은 우리 팀이 실수를 저질렀다. 이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만족한다"라며 "다음 경기에서 오늘처럼 막아내고, 득점한다면 다음 라운드로 올라갈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과연 그들이 다음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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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르트문트 챔피언스리그 공격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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