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군 진입 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막내구단 kt 위즈는 작년 11월7일 2017 시즌을 함께 할 외국인 투수 돈 로치의 영입을 발표했다.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선수 대부분이 그렇듯 로치 역시 빅리그에서는 3년 동안 3승1패 평균자책점 5.77에 그치며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7년 동안 50승 39패 3.68이라는 안정된 투구를 선보인 바 있다.

더욱 화제가 된 것은 계약 후 kt 임종택 단장의 발언이었다. 임 단장은 로치 영입을 발표하면서 "팀의 확실한 2선발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로치보다 더욱 뛰어난, 그러니까 1선발에 어울리는 대어급 투수를 영입하겠다는 예고발언처럼 들렸고 kt팬들은 더욱 기대를 키웠다. 게다가 kt는 타선 보강을 위해 FA 3루수 황재균(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과의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kt팬들의 기대는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로치를 2선발로 밀어낼(?) 거물급 투수를 영입하지도 못했고 황재균은 빅리그 도전을 선언해 버린 것이다. 결국 3루는 신예 심우준과 정현, 그리고 외야수 출신 김사연이 경쟁하게 됐고 2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로치는 에이스급 활약을 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작년 kt 합류 후 쏠쏠한 활약을 펼쳤던 좌완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마저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에이스 밴 헤켄을 보좌했던 히어로즈의 2선발

 넥센 시절의 피어밴드. 넥센과 피어밴드는 구두로 합의했던 약속을 지키며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넥센 시절의 피어밴드. ⓒ 넥센 히어로즈


2014년 넥센 히어로즈는 20승 투수 앤디 밴 헤켄, 세이브왕 손승락(롯데 자이언츠), 홀드왕 한현희, 승률왕 헨리 소사(LG 트윈스)를 앞세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값진 결과를 만들어냈다. 넥센은 당연히 두 외국인 투수와의 재계약을 추진했지만 80만 달러에 재계약을 한 밴 헤켄과는 달리 소사와의 협상은 결렬되고 말았다. LG와 계약한 소사를 대신해 넥센이 2014년12월 밴 헤켄의 파트너로 낙점한 선수가 바로 피어밴드였다.

2003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지명된 피어밴드는 2006년부터 2008년, 그리고 2014년에 빅리그 무대를 경험했다. 총 31경기에 등판해 2승11패 평균자책점 7.15로 '역시나' 메이저리그 성적은 딱히 내세울 것이 없다. 다만 마이너리그에서는 11년 동안 72승 68패 4.25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는데 넥센에서는 마이너리그 생활 대부분을 선발로 활약했던 피어밴드의 경험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일부팬들은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모두 좌완이라는 점에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었다. 마땅한 토종 에이스가 없는 히어로즈의 마운드 사정을 고려하면 좌완에 편중된 외국인 투수들은 결코 이상적인 조합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밴 헤켄과 피어밴드는 2015년 28승을 합작하며 넥센을 3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피어밴드의 2015년 최종 성적은 13승 11패 4.67로 밴 헤켄의 파트너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다.

다만 202개의 피안타로 10개 구단 투수 중 가장 많은 안타를 허용했고 0.294의 피안타율도 우승에 도전하는 팀의 2선발 투수로는 다소 아쉬운 수치였다. 피어밴드는 두산 베어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삼진7개를 잡았지만 4피안타3볼넷으로 흔들리며 5이닝을 채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에서 내려 왔다. 한마디로 붙잡자니 아쉽고 버리자니 아까운 다소 어중간한 성적이었다.

하지만 에이스 밴 헤켄이 일본으로 떠나면서 믿을만한 투수 한 명이 아쉽게 된 넥센은 58만 달러에 피어밴드를 붙잡았다. 피어밴드는 2016년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할 만큼 위상이 올라갔지만 19경기에서 5승7패4.64로 에이스다운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넥센은 일본에서 적응을 하지 못한 밴 헤켄을 재영입하기 위해 7월22일 피어밴드를 웨이버 공시했다. 하지만 직장을 잃은 피어밴드는 일주일 만에 이직에 성공했다.

kt 이적 후 QS만 6번, 올해는 두 자리 승수 기대

 피어밴드가 두 자리 승수 이상을 올려준다면 2017년 kt의 희망은 더욱 커진다.

피어밴드가 두 자리 승수 이상을 올려준다면 2017년 kt의 희망은 더욱 커진다. ⓒ kt 위즈


Kt는 7월24일 2승3패 7.15로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요한 피노를 퇴출했다. 그리고 5일 후 피어밴드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그리고 피어밴드는 7월31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곧바로 선발로 등판했다. 새로운 구단에서 좋은 기운을 받았기 때문일까. 피어밴드는 이 경기에서 8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KBO리그 진출 후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kt팬들은 새로운 외국인 에이스의 등장에 열광했다.

피어밴드는 8~9월에도 10경기에 선발 등판해 평균 6이닝을 책임지며 선발 투수로서 제 몫을 다 했다. 하지만 kt는 넥센처럼 강한 타선을 보유한 팀이 아니었다. 한 달 동안 60이닝을 던진 피어밴드의 성적은 고작 1승6패. 결국 피어밴드는 넥센 시절의 성적을 더해 7승13패 4.45로 시즌을 마감했다. 이닝과 삼진이 늘어나고 평균자책점은 떨어졌음에도 승수는 6승이나 줄었고 패수는 2패가 늘었다.

하지만 kt 이적 후 성적만 살펴 보면 피어밴드의 후반기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비록 kt 유니폼을 입고 단 2승 밖에 추가하지 못했지만 4.1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71.1이닝 동안 62개의 삼진을 잡으며 홈런은 5개 밖에 맞지 않았다. 새로 이적한 kt와 궁합이 어느 정도 맞았다는 뜻이다. 강력한 외국인 투수를 구하던 kt에서 피어밴드는 재계약 우선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외국인 투수 영입이 난항을 겪으면서 24일 68만 달러에 kt와 재계약에 성공했다.

올 시즌 피어밴드의 임무는 명확하다. 새로 영입한 우완 로치와 함께 kt의 원투펀치를 이루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KBO리그에서 359.1이닝을 소화한 피어밴드의 이닝 소화력과 꾸준함은 이미 충분히 검증돼 있다. 이제는 기복을 줄이고 구위를 가다듬어 더욱 믿음직한 투수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작년 외국인 투수 5명의 합작 승수가 19승에 불과했던 kt에서 로치와 피어밴드가 25승 정도만 합작해줘도 김진욱 감독은 훨씬 편안하게 마운드를 운영할 수 있다.

지난 2년이 그랬던 것처럼 2017년의 kt도 물음표투성이다. 하지만 이진영, 유한준, 이대형, 박기혁 등 주전 야수들의 나이가 비교적 많은 편이라 2014년의 박민우나 나성범(이상 NC 다이노스) 같은 라이징 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한 올해도 최하위 다툼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kt가 이런 예상들을 깨고 2017년 돌풍의 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두 외국인 투수, 그 중에서도 KBO리그에서 검증된 선발투수 피어밴드의 활약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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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라이언 피어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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