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비야는 '유럽 축구 클럽 역사상 최초'로 5회 유로파리그 우승을 달성한 클럽이다. 게다가 2013-2014 시즌부터 3시즌 연속 유로파를 제패하며 사상 최초로 유로파 트로피를 소장하게 됐다. 그러나 그들은 유로파에 비해 라리가 트로피와의 정이 깊지 않다. 단 3년 만에 세 번의 유로파리그를 우승했지만, 라 리가에서의 우승 기록은 1946년에 머물러 있다.

한편 세비야는 올 시즌을 앞두고 '세비야 열풍'을 일으켰던 우나이 에메리 감독을 파리에 떠나보냈다. 팬들은 세비야를 이끌고 리그 중상위권의 성적과 유로파 제패의 꿈을 이뤘던 에메리와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그들은 팀에 새롭게 선임된 호르헤 삼파올리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과연 삼파올리가 제 실력을 보일 수 있을지, 전임 감독의 그림자를 지워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러나 삼파올리는 단 반 년 만에 팬들의 열성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그들은 '40경기 무패'를 달리던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라 리가 제패를 향해 나아가는 갈림길에 섰다.

'야심찬 전술가' 호르헤 삼파올리, 세비야에 전술을 주입하다

삼파올리는 활동량과 볼 점유율, 열정을 중시하며 칠레 대표팀을 남미 챔피언으로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전술의 대가'답게 3-5-2와 5-3-2 등 이색적인 포메이션으로 승리를 쟁취했다. 그 덕분에 칠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주춤한 남미에서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세비야의 지휘봉을 잡은 삼파올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여전히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고, 팀에 맞는 전술과 포메이션으로 팀을 변화시켰다.
그 결과, 세비야는 12승 3무 3패를 기록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14승을 올렸었던 지난 시즌에 비해 확연히 향상된 수준의 플레이를 보였다. 이에 꾸준함까지 더 해졌으니 우승을 향한 길이 보인다. 이미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꺾으며 전술의 가능성은 입증되었다.
 세비야의 열렬한 지지자

세비야의 열렬한 지지자 ⓒ 세비야 공식 트위터


사실 세비야는 시즌을 앞두고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감독의 교체뿐만 아니라 선수단이 대폭 변화를 맞이했다. 주축 멤버였던 케빈 가메이로와 코케, 코노플리얀카와 레예스에 크리호비악까지 많은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이에 바스케스와 간수, 사미르 나스리와 비에토 등을 데려왔지만 의문점이 많았다. 과연 이들이 잠깐의 비시즌 기간으로 뭉쳐질 수 있을지가 올 시즌의 세비야를 좌우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본격적으로 맞이한 공식 경기에서도 위기설이 돌았다. UEFA 슈퍼컵에서 레알 마드리드에 2-3으로 패배했고, 이어진 컵 대회에서도 바르셀로나에 종합 스코어 0-5로 대패했다. 그러나 라 리가 개막전부터 본색을 드러낸 세비야는 그칠 줄 모르는 상승세에 몸을 실었다. 남미에서 애용했던 쓰리백이 실패하자 포백으로 변경하는 등 유연한 포메이션 변화도 보여줬다. 이 유연한 포메이션 변화는 결국 세비야의 강점으로 자리 잡았다. 호르헤 삼 파올리가 유연하게 스페인에 적응한 덕분에 이적생들도 빠르게 팀에 적응했다.

세비야는 주로 3-4-3과 4-1-4-1 포메이션을 이용했다. 그들은 상황마다 다른 포메이션을 이용하며 상대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화끈한 공격력이 필요할 때는 쓰리백으로 몰아붙였다. 특히 개막전이었던 에스파뇰과의 경기에서 6-4로 승리할 때 가장 부각되었다. 쓰리백이 4실점을 하는 등 아쉬움을 보였지만, 공격진에서 6골을 넣으며 승리했다.

반면 이런 쓰리백의 단점을 보강하기 위한 전술이 4-1-4-1 포메이션이었다. 그들은 안정적인 포백 라인을 기반으로 중원 싸움에 힘을 가했다. 세비야는 경기 별로 다른 포메이션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상황마다 유연한 대처를 보였다. 이에 상대 팀은 알고도 당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세비야는 조직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상대가 대처할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다.

다양한 공격 루트 만들어낸 공격진, 팀의 중심이 되어준 스티븐 은존지

세비야는 확실한 톱 스트라이커가 없었지만 다양한 선수들이 득점하며 팀 득점 3위에 올랐다. 그 중심에는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어낸 2선이 있었다. 바스케스, 사라비아, 비톨로, 사미르 나스리 등이 알짜배기 같은 활약으로 팀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어 최전방의 비삼 벤 예데르가 8골을 기록하며 득점 6위를 달렸다.
한편 임대생 루치아노 비에토의 활약이 괜찮은 편이다. 최전방에서 자신의 능력을 살려 세비야에 적응했다. 선수들과 패스를 주고받으며 연계 플레이를 펼친 그는 삼파올리의 눈에 들었다. 최전방임에도 6골을 넣은 결정력은 '다소' 아쉬움이 남을 수 있었으나 예데르와 함께하며 시너지 효과를 냈다. 아직 어린 나이이므로 현재보다는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는 선수다.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세비야 선수단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세비야 선수단 ⓒ 세비야 공식 트위터


올 시즌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복덩이'가 굴러들어왔다. 인터밀란을 떠나 세비야에 입성한 스테판 요베티치가 그 복덩이다. 마우로 이카르디에 자리를 빼앗긴 요베티치는 자리를 찾아 임대를 떠나왔다. 더 확실한 슈터를 찾던 세비야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결국 세비야에 임대온 요베티치는 데뷔 전이었던 코파 델 레이에서 득점했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와의 리그 경기에서는 교체 출전하더니 후반 막판 득점하며 극적인 역전을 이끌었다. 세비야에서 단 67분을 뛰었지만 2골을 터뜨리며 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한편 세비야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하는 스티븐 은존지는 라 리가 최정상으로 급부상했다. 라 리가 16경기에 나선 그는 1440분을 소화했고, 88.9%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경기당 공간 싸움 승리를 3.2회씩 성공하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6경기에 모두 출장하며 91.2%의 패스 성공률을 선보였다. 뛰어난 재능을 바탕으로 공격과 수비에 가담해 팀에 상당히 기여했다.

삼파올리의 세비야는 드디어 '유로파리그 딜레마'를 깨부쉈다. 유로파에 직행하거나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에서 3위를 기록한 후, 유로파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시나리오를 보였었던 세비야가 다른 행보를 걷는다. 그들은 조별예선에서 유벤투스, 올림파크 리옹 등 쟁쟁한 클럽들을 만나 대등한 경기력을 보였다.

조직력을 바탕으로 3승 2무 1패를 기록한 세비야는 유벤투스에 이어 16강에 진출했다. 리그에서도 레알을 꺾고 바르셀로나를 제쳤다. 안정된 분위기 속에 역대급 플레이들이 펼쳐지고 있다. 세비야의 끝은 어딜까, 정말로 삼파올리가 말했던 '우승'이란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세비야는 우승을 두고 갈림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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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삼파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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