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른 방법이 없었다. 마무리투수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제 4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하 WBC)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11일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열렸던 WBC 대표팀 예비소집에서 선수단은 대표팀 유니폼과 단복, 장비 등을 시착하고 KBO리그 사무국 주관으로 주요 일정 브리핑이 진행됐다.

이후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코칭 스태프 회의를 진행했다. 이미 새해에 들어와서 4일, 처음으로 기술위원회를 개최한 바 있고, 당시 김인식 감독은 투수진의 구성과 관련하여 다시 회의를 예고했다.

회의를 다시 열게 된 사유는 오승환의 대표팀 합류 여부였다. 오승환은 지난 해 11월 10일 기준으로 엔트리 28명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었다. 해외 원정 도박 사건으로 인하여 KBO리그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가 걸려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승환의 경우는 징계를 받을 당시 KBO리그 소속 선수가 아니라 해외 어느 구단과도 협상할 수 있는 FA 선수였고, 그는 결국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했다. 이 때문에 오승환의 징계는 그가 KBO리그 구단과 계약하는 시점부터 발효된다.

엔트리 발표 후 변화했던 상황

처음 대표팀을 선발할 때 오승환의 이름은 없었다. 해외 원정 도박으로 인하여 거부감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실력만 따지면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부동의 마무리투수였지만 여론 때문에 유보 상태로 시간만 흘렀다.

그런데 엔트리 발표일부터 구원투수 이용찬(두산 베어스)이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 소식이 알려지며 이탈 선수가 발생했다. 선발투수 김광현(SK 와이번스)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로 인하여 대표팀은 물론이고 소속팀에서도 최소 1년 동안 공을 던질 수 없다. 포수 강민호(롯데 자이언츠)도 무릎 부상으로 인하여 대체 선수가 필요하게 됐다.

이로 인하여 구원투수 심창민(삼성 라이온즈), 포수 김태군(NC 다이노스), 그리고 내야수 김하성(넥센 히어로즈) 등이 합류했다. 물론 이 선수들도 각 팀에서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지만 이전 뽑았던 선수들의 이탈이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해외파 선수들에 대한 합류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우 레인저스가 부상방지위원회의 결정의 따르겠다는 의사를 통보하면서 1월 20일 이후에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WBC 합류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의 경우도 참가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오리올스에서도 부정적인 입장이며, 김현수 본인도 아직 확고한 주전 자리가 보장된 것이 아니다. 게다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는 한국을 방문해서 시간을 보내던 중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키며 사실상 대표팀에서 이탈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코칭 스태프와 대표팀이 급해졌다. 김인식 감독은 각종 자리에서 오승환의 발탁을 시사하고 나섰지만 4일 기술위원회의에서도 결정은 나오지 않았다. 오승환이 필요한 것은 틀림이 없었지만 여론 때문에 계속해서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김인식 감독의 결정은 정면돌파, 향후 논란 예상

결국 김인식 감독은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선발투수 양현종(KIA 타이거즈)의 몸 상태를 점검한 결과 양현종은 괜찮다고 했다. 양현종까지 빠지게 되면 선발투수를 보강해야 했지만, 양현종이 그대로 가게 되면서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선발되었다.

실력은 이미 검증되고도 남은 상황이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입성 첫 해에 중간계투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존 마무리투수 트레버 로젠탈이 부진에 빠지면서 주전 마무리투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오승환의 2016년 시즌 성적은 76경기 구원 등판에 79.2이닝 6승 3패 14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에 탈삼진 103개였다. 카디널스가 조금만 더 빨리 마무리투수를 교체했더라면 카디널스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수도 있었다. 카디널스는 시즌이 끝날 즈음 근소한 승차로 아쉽게 탈락했다.

일단 오승환은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다. 선발되었을 경우 오승환 본인은 무조건 출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선수 노조에도 그 의사를 전달했다. 다만 대표팀이 소집되는 오키나와 훈련 때 합류하는 것은 아니고, 메이저리그 각 팀의 스프링 캠프에 우선 합류했다가 대표팀 경기가 열리기 며칠 전에 서울로 귀국하여 합류하게 된다.

이제 성적으로 보여야 한다, 우선 1라운드 통과가 목표

이렇게 되면서 오승환은 2006년에 열렸던 제 1회 대회부터 2017년에 열리는 제 4회 대회까지 4회 연속 WBC에 참가하는 선수가 됐다. 그러한 만큼 대표팀은 성적에 대한 부담을 안게 됐다. 논란이 있는 선수를 선발한 만큼 성적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2006년에 있었던 제 1회 대회에서 1라운드와 2라운드를 모두 3전 전승을 기록하며 4강에 진출했다. 특히 4강전까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의 수비 실책도 남기지 않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2009년에 있었던 제 2회 대회에서는 1라운드와 2라운드에서 일본과 4경기를 치르며 2승 2패를 기록했지만, 다른 나라와의 경기를 모두 승리하면서 결승전까지 진출했다.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치른 끝에 아쉽게 일본에 패하고 준우승에 머물렀는데, 당시 오승환은 컨디션 문제로 거의 등판하지 못하고 임창용(현 KIA 타이거즈)이 마무리를 맡았다.

2013년에 있었던 제 3회 대회는 대표팀의 흑역사였다. 1차전이었던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무득점으로 대패하는 바람에 2승 1패를 거두고도 득실 차에서 밀렸다. 이런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제 4회 대회부터는 플레이오프가 열리지만, 일단 제 3회 대회에서는 타이중 참사라 불리는 흑역사가 기록되고 말았다.

제 4회 대회에서 대한민국이 소속된 A조는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 돔에서 경기를 치른다. 대한민국은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그리고 대만과 한 조에 포함되었으며, 이스라엘은 이번 WBC 본선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대만은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많은 상대 경력을 갖고 있지만 무시할 수 없으며, 네덜란드의 경우도 지난 대회에서 위력적인 선수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출전하는 이스라엘은 도깨비 같은 전력이다. 다른 국적을 갖고 있어도 부모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유대인 출신의 정상급 선수들이 참가할 수도 있다.

대표팀 엔트리가 일부 변동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김현수, 추신수 등 다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최종 합류 여부와 이대호(FA)의 최종 합류 여부 등이 남아있다. 이들의 자리에 빈 자리가 생길 경우 대체 선수도 선발해야 한다.

어쨌든 가장 큰 논란이 되었던 오승환의 합류는 결정됐다. 결정을 한 이상 일단은 대회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만일 오승환이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경기에서 리드를 하지 못하면 세이브 상황이 성립되지 않아 오승환이 등판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인식 감독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감사합니다. 많이 도와주십시오"라는 인사를 남겼다. 결정을 한 이상 대표팀이 최상의 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 선수 본인, 기타 훈련 시설 등 각종 준비에 있어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고의 마무리투수가 선발된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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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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