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래리 버드 등 NBA 슈퍼스타들로 구성된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미국농구 대표팀 명단을 보면 조금 낯선 이름이 하나 포함돼 있다. 바로 듀크대의 백인 빅맨 크리스찬 레이트너다. 레이트너는 듀크대를 NCAA 우승으로 이끈 대학농구의 스타였지만 드림팀 명단에 들어가기엔 여러모로 부족한 이름이었다(실제로 레이트너는 NBA에서 15년을 뛰면서 12.8득점 6.7리바운드라는 평범한 성적을 남기고 은퇴했다).

드림팀이 세상을 놀라게 한 지 20년이 지난 후 2012년 런던 올림픽 미국 농구 대표팀에 또 한 명의 대학 선수가 포함됐다. 역시 캔터키 대학을 NCAA우승으로 이끈 앤서니 데이비스(뉴올리언스 펠리컨스)였다. 대학농구 최고의 빅맨으로 이름을 떨치던 데이비스는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곧바로 NBA에 진출해 뉴올리언스에서 다섯 시즌 째 활약하고 있다.

3년 연속 올스타와 2015년 NBA퍼스트팀, 디펜시브 세컨드팀, 2014-2015 시즌 블록왕 등 슈퍼스타의 길을 걷고 있는 데이비스는 약체 뉴올리언스에 소속돼 있어 아직 플레이오프는 한 번 밖에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좋은 동료들이 하나, 둘 가세하며 팀을 재정비하고 있는 뉴올리언스는 8위 그룹을 한 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데이비스의 두 번째 플레이오프를 위한 전력을 착실히 꾸려가고 있다.

프로 데뷔 3년 만에 슈퍼스타 레벨까지 올라온 갈매기

 데이비스는 가드의 움직임과 기술을 가진 빅맨이다.

데이비스는 가드의 움직임과 기술을 가진 빅맨이다. ⓒ NBA.com


고2때까지는 포인트 가드로 활약했던 데이비스는 고3때 키가 18cm나 크면서 211cm의 빅맨으로 성장했다. 가드의 기술과 빅맨의 사이즈를 갖춘 괴물로 성장한 데이비스는 켄터키 대학에 진학해 마이클 키드-길크리스트(샬럿 호네츠), 테렌스 존스(뉴올리언스) 등과 힘을 합쳐 NCAA무대를 평정했다. 데이비스는 대학 1학년 때 14.2득점 10.3리바운드 4.7블록슛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기록했다.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곧바로 프로 진출을 선언한 데이비스는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뉴올리언스에 지명됐다. 입단 첫 해부터 뉴올리언스의 주전 파워포워드로 출전한 데이비스는 13.5득점 8.2리바운드 1.8블록슛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신인왕 경쟁에서는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포인트가드 데이안 마이아에게 밀리고 말았다.

데이비스는 2년 차 시즌이었던 2013-2014 시즌 자신의 기록을 20.8득점 10리바운드 2.8블록슛, 필드골성공률 51.9%로 끌어올리며 리그 정상급 빅맨 대열에 합류했다. 생애 첫 올스타에도 선발됐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스페인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에도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3년 차 시즌에 24.4득점 10.2리바운드 2.9블록슛을 기록하며 생애 첫 플레이오프 고지를 밟았다.

NBA 세 시즌을 거치면서 자신의 가치를 차세대 거물에서 올스타급으로, 다시 슈퍼스타급으로 끌어올린 데이비스는 2014-2015 시즌이 끝난 후 소속팀 뉴올리언스와 5년 1억4500만 달러의 대형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빅맨으로 나무랄 데 없는 실력을 갖춘 데이비스에게는 한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바로 잦은 부상이었다. 루키 시즌부터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던 데이비스는 NBA에서 한 번도 7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없었다.

2014-2015 시즌 4년 만에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은 뉴올리언스는 2015-2016 시즌 데이비스를 비롯해 타이릭 에반스, 에릭 고든, 라이언 앤더슨(이상 휴스턴 로케츠) 등 주력 선수들이 차례로 부상을 당하며 승률이 전 시즌 .549에서 .366로 추락했다. 데이비스도 개인기록의 하락은 막았지만 데뷔 후 가장 많은 경기에 결장하며 팀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할러데이-에반스 합류와 힐드의 NBA 적응... PO 가시권

 데이비스는 이번 시즌 40득점 15리바운드 경기를 4번이나 만들었다.

데이비스는 이번 시즌 40득점 15리바운드 경기를 4번이나 만들었다. ⓒ NBA.com


뉴올리언스는 이번 시즌에도 시작이 매우 좋지 못했다. 주전가드 즈루 할러데이가 뇌종양 수술을 앞둔 아내의 간병으로 팀 합류가 늦어졌고 지난 시즌 무릎 수술을 받고 시즌아웃된 에반스 역시 시즌 개막에 맞춰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뉴올리언스는 팀 프레이저, 살로몬 힐, 에투안 무어처럼 주전 경험이 적은 선수들로 개막전 라인업을 꾸려야 했다.

데이비스는 덴버 너기츠와의 개막전부터 50득점 16리바운드5어시스트7스틸4블록슛이라는 원맨쇼를 펼쳤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데이비스가 안쓰러울 정도로 팀을 위해 헌신했지만 뉴올리언스는 시즌 개막 8연패를 포함해 10경기를 1승9패로 시작했다. 특정 슈퍼스타에게 의존한다고 평가 받던 휴스턴이나 오클라호마시티 썬더 등이 시즌 초반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성적이었다.

하지만 11월24일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전부터 할러데이가 복귀하면서 뉴올리언스도 점점 중심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물론 12월 초에 5연패를 당하기도 했지만 12월 말에는 4연승으로 한 해의 마무리를 잘했다. 새해 들어 다시 3연패를 당하긴 했지만 상대가 동부의 강호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애틀랜타 호크스, 보스턴 셀틱스였다. 뉴올리언스는 10일 뉴욕 닉스와의 경기에서 40득점18리바운드를 쓸어 담은 데이비스의 활약에 힘입어 110-96으로 승리했다.

올스타 출신의 포인트 가드 할러데이가 경기를 조율하고 초반 부진했던 대학농구 최고 슈터 버디 힐드의 NBA 적응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 여기에 무릎 부상을 이겨낸 신인왕 출신의 에반스가 벤치 멤버들을 이끌고 지난 3일 리투아니아 출신의 빅맨 도나타스 모티유나스를 영입해 골밑을 강화했다. 물론 데이비스는 이번 시즌 29.1득점(2위) 12.3리바운드(5위) 2.5블록슛(2위)으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리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현재 뉴올리언스는 15승24패로 서부 컨퍼런스 10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8위 포틀랜드와의 승차는 단 한 경기에 불과해 플레이오프 8번 시드는 늘 가시권에 있다. 동부원정 5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하고 있는 뉴올리언스는 남은 세 경기만 잘 치러내면 달콤한 홈6연전이 기다리고 있어 충분히 상승세를 탈 수 있다. 언제나 홀로 날던 '고독한 갈매기' 데이비스가 든든한 동료들과 함께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도 부상이 없다는 전제가 따라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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