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제9구단 NC 다이노스가 1군 참가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은 2013년에 가능성을 보였던 유망주들이 2014년에 대폭발했기 때문이다. 2013년 타율 0.243 14홈런64타점을 기록했던 나성범은 이듬 해 30홈런 101타점을 기록했고 2013년 32경기 출전에 그쳤던 박민우는 2014년 118경기에서 124안타 50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에 올랐다. 투수 쪽에서는 이민호, 김진성, 원종현 등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에 2015년 최하위로 1군 첫 시즌을 보낸 kt위즈는 2016년에도 순위를 한 단계도 끌어올리지 못했다. 박경수, 이대형 등 이적생들이 분전한 반면에 신예 선수들의 성장이 정체기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특히 마운드에서는 2015년 7승5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던 마무리 장시환이 3승 12패 6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6.33으로 무너졌고 2015년 대표팀에 선발돼 프리미어12까지 참가했던 조무근은 작년 2승 4홀드 8.61로 혹독한 2년 차 시즌을 보냈다.

하지만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92)를 기록한 암울한 마운드에도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있었다. 바로 장시환을 대신해 팀의 새 마무리 자리를 꿰찬 김재윤의 성장이었다. 루키 시즌부터 묵직한 구위를 뽐낸 김재윤은 2016년 kt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팀 세이브 기록(14개)을 새로 썼다. 김진욱 감독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kt가 2017년 최하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마무리 김재윤의 성장과 활약이 필수적이다.

청소년 대표 출신 포수, 투수 전향 1년 만에 1군 데뷔

 2015년 1월에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기 시작한 김재윤은 4개월 만에 1군 마운드에 서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였다.

2015년 1월에 본격적으로 투수 수업을 받기 시작한 김재윤은 4개월 만에 1군 마운드에 서는 놀라운 적응력을 보였다. ⓒ kt 위즈


185cm 91kg의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김재윤은 널리 알려진 대로 포수 출신이다. 휘문고 시절에는 청소년 대표팀에 발탁돼 2008년 에드먼턴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 대회의 우승 멤버로 활약하기도 했다. 당시 함께 선발된 경남고의 김재민(LG트윈스)이 대회 직전 부상을 당하면서 김재윤이 주전포수로 활약, 성영훈(두산 베어스), 박민규(삼성 라이온즈) 등 대표팀 에이스들의 공을 전담해서 받았다.

하지만 김재윤은 세계 대회에서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느 구단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대학 진학을 고민하던 중 메이저리그의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입단제의가 들어왔고 15만 달러의 비교적 적은 계약금을 받고 미국으로 진출했다(그 해에는 김재윤을 비롯해 김동엽, 나경민, 최지만 등 무려 7명의 선수가 미국팀과 계약했다).

김재윤은 미국에서도 포수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지만 문제는 방망이였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루키 리그와 상·하위 싱글A에서 4년 동안 활약한 김재윤은 포수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심각한 타격 tjdwjr 때문에 빅리그는커녕 더블A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김재윤은 마이너리그에서 4년 동안 타율 0.211 9홈런39타점의 성적을 남긴 채 미국 생활을 마감했다.

귀국 후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김재윤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해 2차지명 특별라운드(전체 13순위)를 통해 kt에 지명됐다. 그리고 김재윤의 강하고 싱싱한 어깨를 주목한 kt구단은 김재윤에게 투수 전향을 권유했고 메이저리그를 꿈꾸던 포수는 KBO리그의 신인 투수가 됐다.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김재윤은 11경기에 등판해 16.2이닝 동안 탈삼진 26개를 포함해 1.62의 뛰어난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후 1군의 호출을 받았다.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조무근, 장시환과 함께 kt의 필승조로 활약한 김재윤은 2015년 42경기에 등판해 44.2이닝을 던지며 1승2패6홀드 4.23을 기록했다. 썩 대단한 기록은 아니었지만 44.2이닝 동안 70개의 삼진을 잡아냈을 만큼 뛰어난 구위를 과시했다. 특히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게다가 KBO리그 경험이 전무한 신인 선수의 성적으로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

연봉만큼 수직상승한 실력, 정유년에도 kt 뒷문 지킴이

2016년 연봉이 2700만원에서 7200만원(167%인상)으로 수직상승한 김재윤은 2016년 장시환과 함께 더블 스토퍼로 활약했다(불펜의 트로이카를 형성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조무근은 4월에만 15.7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필승조에서 이탈했다). 5월까지 2승2세이브를 챙긴 김재윤은 장시환이 선발로 변신한 6월부터 본격적으로 kt의 마무리를 맡았고 6월 한 달 동안에만 2승5세이브를 수확했다.

6월까지 3.1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던 김재윤은 7월9일 SK 와이번스전(1.2이닝 5실점), 7월29일 롯데 자이언츠전(1이닝 3실점), 8월 2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대량 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5.09까지 치솟았다(그 와중에도 무패 행진을 벌인 것이 신기하다). 10월에 열린 마지막 3경기에서 2.2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김재윤은 8승1패14세이브1홀드4.97로 두 번째 시즌을 마감했다.

김재윤의 최대 강점은 역시 평균 146km/h에 이르는 위력적인 속구에 있다. 54.1이닝 동안 73개의탈삼진을 기록하며 9이닝 당 삼진이 무려 12.1개에 이른다. 또한 짧은 투수 경력 치고는 제구도 뛰어나 삼진과 볼넷의 비율도 4.9:1로 매우 우수한 편이다. 김재윤의 안정된 제구력은 승부처에서 조범현 감독이 자주 찾을 수 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였고 이는 김진욱 신임 감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단순한 구종은 김재윤의 최대 약점이다. 투수로 전향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양한 변화구를 익힐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했다. 김재윤은 작년 시즌 속구와 슬라이더를 74:24의 비율로 던졌는데 아무리 위력적인 공이라 하더라도 선택지가 좁혀 진다면 타자들에게 공략을 당할 수 밖에 없다. 위력적인 구위를 가진 김재윤이 작년 시즌 .284의 다소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비록 '역사'라 부르기엔 너무 짧지만 kt구단 창단 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14개)을 작성한 김재윤은 2017년에도 마법사 군단의 뒷문을 지킬 가능성이 높다. 올해도 여전히 꼴찌후보로 평가받을 정도로 팀 전력이 약한 kt에서 김재윤에게 세이브 기회가 얼마나 자주 찾아올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김재윤이 작년보다 나아진 투구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kt의 꼴찌탈출은 올해도 한낱 꿈으로 끝나게 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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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T 위즈 김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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