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이 한참 먼데 아직 보좌진도 제대로 완비하지 못했다. 2017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후반기 일정을 대비해야 하는 슈틸리케호의 현 주소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최근 국가대표팀 운영개선 및 코칭스태프 개편 방안을 제시한 게 지난해 11월이었다. 여기서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보좌할 새로운 외국인 수석코치와 피지컬 코치의 추가 선임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벌써 두 달이 넘도록 감감 무소식이다.

물론 2월까지는 A매치 일정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코치가 없더라도 당장 대표팀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대표팀 코치진은 카를로스 알베르토 아르무아 코치와 차상광 골키퍼 코치 단 2명뿐이다. 실질적으로 코치 역할을 하는 차두리 전력분석관까지 포함해도 단 3명. 수석코치도 없고 그나마 현재 있는 코칭스태프도 지도자 경험이나 국제대회 경력에서 의문부호가 붙는 인물이 다수다. 소규모 클럽팀이라도 코칭스태프가 이렇게 부실하게 구성된 경우는 찾기 드문데 하물며 일국의 국가대표팀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사실 오히려 A매치 기간보다 휴식기에 대표팀에서 뛸만한 선수단 파악과 컨디션 관리 등 할 일이 더 많다. 대표팀은 오는 3월 중국과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재개되는 최종예선 일정을 앞두고 각종 현안이 산적해 있다. 그런데도 감독을 보좌하여 중요한 업무를 분담해야 할 코치진 인선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결국 슈틸리케 감독과 대한축구협회가 자초한 꼴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처음 부임할 때부터 동행한 아르무아 코치는 초기만 해도 수석코치로 알려졌고 축구협회 홈페이지에게도 그렇게 표기되었으나 언제부터인가 피지컬 코치로 불리는 등 보직이 불분명해졌다. 대표팀 내에서 아르무아의 정확한 역할과 지도자 경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코치 부재, 대표팀에 악영향 없나

인터뷰하는 슈틸리케 감독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전을 앞둔 축구국가대표팀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훈련에 앞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인터뷰하는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초기 주로 아시아권 약체팀들을 상대로 승승장구하면서 순항을 거듭했으나 최종예선에 접어들며 강팀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전술적 대처 능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제기됐다. 대표팀 코칭스태프 내에서 감독에게 적절한 조언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전술가형 코치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독선과 고립을 부채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슈틸리케호 출범 당시부터 함께 한 유일한 국내 코치였던 신태용 감독을 U-20 청소년대표팀의 사령탑으로 빼간 것도 문제가 많은 결정이었다. 축구협회가 신 감독을 보직 이동한 것은 지난 2015년 리우올림픽 대표팀 사령탑으로 맡긴 데 이어 벌써 두 번째였다.

그래도 올림픽 대표팀때는 고 이광종 감독이 갑작스럽게 병마로 하차한 상황이라 대안이 마땅치 않았고 올림픽과 A대표팀의 연속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는 나름의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신 감독이 올림픽팀 사령탑을 맡으면서 A대표팀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현재 슈틸리케호는 월드컵 본선행이 걸린 최종예선이 한창 진행 중이다. 감독을 보좌할 경험 많은 코치진이 한 사람이라도 더 아쉬운 시점에서, 축구협회는 또다시 대안이 없다는 핑계로 유소년 축구전문가도 아닌 신 감독을 데려가면서 이번엔 아예 A대표팀에서 하차시켰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핵심 코칭스태프를 또다시 빼내가는 데도 웬일인지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신 감독의 이탈은 그의 개인적 능력이나 대표팀의 최종예선 대비 유무를 떠나 슈틸리케호의 '연속성'에 있어서도 악영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신 감독까지 떠나면서 이제 2014년부터 슈틸리케호에 동행하며 대표팀에 관한 노하우와 데이터를 축적해온 국내 코치는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확실하게 대체할 인력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한 경기들을 줄줄이 눈앞에 두고 기존 코칭스태프만 약화시킨 것은 한 마디로 무책임한 결정이다.

차라리 국내 코치 선임을 서둘러야

냉정히 말해 슈틸리케와 아르무아는 입지가 불안해지면 언제든 한국을 떠나면 그만인 외국인들이고, 차두리는 아직 정식 코치 라이선스도 따내지 못한 무자격 코치에 불과하다. 새로운 코치들이 합류한다고 해도 적응에 시간이 걸린다. 지금 시점에 얼마나 능력있는 외국인 코치를 데려올지도 미지수지만 본선까지 간다고 해도 일할 수 있는 시간은 1년 반 남짓에 불과하다. A급 코치를 데려오기에 매력적인 조건은 아니다.

설상가상 현재 슈틸리케 감독 본인의 입지도 아직 불안한 것을 감안하면 자칫 지난 2년여간 대표팀이 공들여 쌓아온 노력들이 '시스템의 부재'로 인하여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점에서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독은 상황에 따라 떠날 수도 남을 수도 있지만 팀은 어쨌든 계속 돌아가야만 한다. 슈틸리케 감독이 언젠가  지휘봉을 내려놓거나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 유무와 상관없이 한국축구는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보다 안정적인 시스템 구축에 의한 조직 운영이 필요한 것이다.

현실적으로 우수한 외국인 코치를 영입하는 데 비용과 시간이 지체된다면 차라리 지금이라도 국내 코치로 방향을 선회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외국인 코치를 데려온다고 해서 성과가 검증된 것도 아닐 뿐더러 슈틸리케호에서 축적된 경험과 시행착오를 한국축구의 자산으로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 시스템의 확립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지금 시간을 지체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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