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의 한 장면. 타키는 자기집 옥상에서 천 년에 한번 볼 수 있다는 혜성이 펼치는 우주쇼를 감상한다. 그에겐 단순히 하룻밤의 신기한 구경거리였지만, 미츠하에게는 크나큰 재앙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감성 그대로. 영화 <너의 이름은>은 장엄한 인류애가 느껴지는 영화였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2016년은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작년 연말 그 다사다난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많은 사람은 분노하고 자괴감을 느꼈다. 저마다 촛불을 들고 광장을 밝혔다. 촛불이 하나둘 모이고 광장의 목소리가 정치권을 바꾸는 것을 보면서, 시민들은 다시 힘을 내고 매주 '역대 최다 인원'을 갱신해나갔다.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황금 같은 토요일에 말이다. 누적되는 피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시국과 관련한 내용이 쏟아져 나왔고, 연말 시상식에서도 몇몇 연예인들의 이른바 '개념 소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청룡영화제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내부자들>, 작년 연말 개봉해 600만 관객(6일 기준)을 돌파한 영화 <마스터>까지. 오는 18일에 개봉하는 <더킹> 역시 비슷한 주제를 갖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예매율 1위였던 <마스터>를 꺾고 선두에 오른 영화가 있다. 지난 4일에 한국에 개봉해서 7일까지 누적 관객 수 51만 명을 돌파한 이 영화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색채와 스타일 그대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전작 <초속 5cm>와 <언어의 정원> 등의 작품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다. 앞서 언급된 두 영화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잘 알려졌고, 국내에서도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괴물아이>와 <늑대아이>로 잘 알려진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함께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감독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에선 강하게 드러나는 특징들이 몇 가지 있는데, 서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분위기와 극사실에 가까우면서도 아름다운 배경이 두드러지는 것을 꼽을 수 있다. <너의 이름은> 또한 이 두 가지 특성이 잘 드러나 있다.

<너의 이름은>은 2016년 8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로 역대 일본 영화 흥행 수입 4위, 역대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흥행 수입 2위의 엄청난 성적을 낸 영화다. 그뿐만 아니라 평단에서도 엄청난 호평과 함께 많은 영화제에서도 수상을 휩쓸었고, 다음 달 26일에 있을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경쟁작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 마을 이토모리에 사는 소녀 '미츠하'의 영혼이 서로 바뀌며 일어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이후 혜성 충돌이란 재해가 극적 긴장감을 더하면서 동시에 타키와 미츠하의 관계가 깊어지고 애틋해지며 극의 몰입도를 더한다.

이 영화의 진가는 압도적인 영상미와 OST에서 잘 드러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 <너의 이름은>의 영상은 정말 아름답다. 미츠하가 사는 이토모리의 한적한 시골 풍경과 타키가 사는 도쿄의 도회적 풍경은 실사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빛을 가장 아름답게 사용하는 감독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광원의 섬세한 사용도 이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다. 특히 <너의 이름은>의 혜성신은 압도적이고 장엄한 영상미를 자랑한다. OST를 담당한 'RADWIMPS'는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록 밴드 중 한 팀이기도 하다. 영화에 삽입된 27개의 사운드 트랙은 내러티브 안에 잘 융화돼서 관객들에게 귀 호강을 시켜준다. 나는 24번째 트랙 'Sparkle'을 제일 좋아한다.

마음 속 상처를 돌아보게 될 영화 <너의 이름은>

 <너의 이름은>

2011 3.11 일본 대지진이 <너의 이름은>의 모티프가 됐다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밝힌다.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을 영화의 모티브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너의 이름은>은 전작보다 밝고 유머러스한 부분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래서일까? 일본 관객들은 이 작품에 열광했고 평단에서도 엄청난 호평이 쏟아졌다. 최악의 지진참사였던 도호쿠 대지진을 겪은 후, 상처 입은 일본국민들은 이 영화를 보며 다시 도호쿠 대지진을 떠올렸을 것이고, 영화를 통해 이전의 상처를 조금은 치유하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현재의 대다수의 한국인 또한 저마다 마음속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몹시 지쳤지만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가 <너의 이름은>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주인공 미츠하와 타키를 포함해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이 서로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 장엄한 인류애가 느껴진다.

또한 서로를 애타게 찾는 주인공들의 순수한 사랑은 보는 이들에게 사춘기 시절의 감수성을 자아내게 한다. <너의 이름은>을 보지 않은 독자들에게 권한다. 몸도 마음도 지치고 춥기까지 한 이 겨울, 당신을 고등학교 시절의 봄날로 돌아가게 만들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강한결 시민기자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글쓰기 콘텐츠 동아리 Critics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Critics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실렸습니다. 춘천지역 주간지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춘천사람들>에서도 활동 중입니다.
신카이 마코토 너의이름은 힐링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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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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