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 경기 남았다. 2016년 한국 축구의 마지막 타이틀이 걸린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이 3일 오후 1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수원 삼성은 홈에서 열린 1차전 경기서 FC서울에 2-1 승리를 거뒀다. 2차전에서 무승부 이상을 기록하거나, 2골 이상을 넣고 1점 차로 패하면 FA컵 우승 트로피에 입맞춤할 수 있다.

올 시즌 수원 삼성은 그 어느 때보다 추웠다. 모기업의 지원 감소로 전체적인 경영 규모가 축소됐고 선수단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준수한 경기를 펼치다가도 경기 직전 잇달아 실점하며 승리할 수 있는 경기를 무승부로, 무승부로 마칠 수 있었던 경기가 패배로 이어졌다. 수원이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기록한 18경기 무승부는 K리그 클래식 역대 최다 무승부 기록이다.

경기력이 좋지 못하면서 관중 수도 덩달아 줄었다. 지난 10월 홈에서 열린 리그 35라운드 성남FC와 '마계 대전'엔 전통적인 더비가 무색하게 5013명만 입장했다. 수원 월드컵경기장 곳곳이 텅 비웠다. 항상 열정적인 응원 열기를 내뿜는 수원의 서포터스 자리도 빈자리가 많아졌다.

그랬던 수원이 반등을 시작했다. 10월부터 공격수 조나탄이 골망을 가르는 횟수가 늘어났고 '맞춤옷' 백스리 전환으로 수비가 안정됐다. 수원은 패배와 무승부보다 승리가 익숙한 팀이 됐다. 결국 구단 역사상 최초로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지만 하위스플릿에서 가장 높은 7위로 마무리하며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켰다.

수원은 FA컵 우승을 목표로 한다. 1차적으론 팬들을 위해서다. 주장 염기훈은 "FA컵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다"고 의지를 밝혔다. 부차적으로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FA컵 우승은 유종의 미뿐만 아니라 구단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수원은 K리그 최고의 팀으로 군림해왔지만 어느덧 무관의 세월이 흐른 지 6년이 지났다. 2010년 FA컵 우승 이래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2013년 부임 이후 나름 준수한 지도력을 보인 서정원 수원 감독 역시 지나 두 시즌 간 리그 2위를 차지하며 아직 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살려야 한다.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면 무관의 세월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우승도 해본 팀이 한다.

특히 서정원 감독은 수원 부임 이후 최대 라이벌 서울과 일전에서 3승 4무 8패로 열세다. 그러나 이번 경기는 '타이틀이 걸린' 슈퍼매치다. 그만큼 FA컵 결승 2차전은 단순한 '슈퍼매치' 한 경기 이상의 중요성을 지닌다.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중요한 순간 서울을 이기고 트로피를 들어 올린다면 그간 열세였던 전적은 수원 서포터스에 무의미해질 수 있다. 그리고 서정원 감독 체제의 수원이 지속성을 얻을 수 있다. 수원이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다.

모기업의 지원이 줄면서 수원은 앞으로도 어려운 싸움이 이어질 수 있다. 이 한계를 자력으로 극복한다면 수원은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구단이 될 수 있다. 자생력을 갖춘 팀은 외부적인 요소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수원이 이번 FA컵 우승을 단지 유종의 미로 생각하면 안 될 이유다.

2016년 마지막 경기에서 수원은 웃을 수 있을까. FA컵 우승은 수원에게 유종의 미를, 팬들에 보답을, 그리고 연속성을 가져다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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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종현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fff156)에도 기재합니다.
수원삼성 FC서울 FA컵 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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