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로 성장해가는 전광인(한국전력)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로 성장해가는 전광인(한국전력) ⓒ 박진철


배구 선수들에게도 각자 맡은 포지션이 있다. 크게 나누면 공격수, 세터, 리베로다.

공격수는 다시 3분야로 나뉜다. 라이트, 레프트, 센터다. 실제 배구 현장에서 감독이나 선수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는 단어다.

국제대회나 해외 리그에서는 다른 용어가 사용된다. 라이프 포지션의 선수는 아포짓(Opposite)으로 표기한다. 라이트 선수가 코트에 서 있는 위치가 세터의 맞은편 대각이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 팀이 서브를 넣는 순간에는 반드시 세터의 대각에 서 있어야 한다.

레프트 포지션은 대부분 윙 스파이커(Wing Spiker)나 아웃사이드 스파이커(Outside spiker), 아웃사이드 히터(Outside Hitter)라고 표기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날개 공격수'다. 센터는 미들 블로커(Middle Blocker)로 부른다.

사실 포지션 용어를 어떻게 사용하는 건 본질이 아니다. 일반인들이 알기 쉽게 풀어쓴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포지션 단어 속에 담긴 의미와 역할이다. 라이트든 레프트든 센터든, 공격수라는 본연의 임무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더욱 강조되고 있다.

세계적인 공격수라고 부를 수 있는 기준도 리시브가 잘 안된 경우와 반격 상황에서 '어려운 볼 성공 능력'이다. 당연한 얘기이고 공격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핵심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서브가 강하고 까다로워지는 추세에서 완벽한 리시브를 기대할 수 없는 환경도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이 더욱 중요시되는 이유이다.

레프트는 공격수지 리베로가 아니다

그런데 국내 배구에서는 특이한 용어 하나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 '수비형 레프트'란 단어다. 레프트를 공격형 레프트와 수비형 레프트로 구분해서 전자는 공격에, 후자는 수비에 중점을 둔 선수라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엄연히 '반쪽 레프트'다. 국제대회나 해외 리그에서 레프트를 윙 스파이커(Wing Spiker), 아웃사이드 스파이커(Outside spiker), 아웃사이드 히터(Outside Hitter)라고 표기하듯이 스파이커나 히터는 다 공격을 뜻하는 단어다.

레프트의 주 임무는 공격이지 수비에만 치중하는 게 아니다. 좋은 레프트는 공격력도 좋아야 하고, 리시브·디그 등 수비력도 좋아야 한다. 이걸 '완성형 레프트'라고 부를 수 있는데, 국제 무대에서도 완성형 레프트는 귀하고 연봉도 가장 높다. 배구에서 역할이 매우 크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 대세인 스피드 배구에서는 완성형 레프트가 핵심이다. 수비형 레프트로 스피드 배구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여자배구 한국의 김연경(192cm), 미국 국가대표의 라르손(188cm), 브라질 국가대표의 가라이(181cm)와 나탈리아(184cm), 중국 국가대표의 휘러치(192cm) 등이 대표적인 완성형 레프트들이다.

남자배구도 마찬가지다. 2016 리우 금메달 브라질 대표팀의 주전 레프트인 루카렐리(195cm)와 리페(196cm), 은메달 이탈리아의 후안토레나(200cm)와 필립 란자(198cm), 동메달 미국의 테일러 샌더(196cm)와 프리디(194cm). 이 선수들의 엄청난 공격력을 보고도 수비형 레프트라고 부른다면, 그것처럼 어색한 표현도 없을 것이다.

한국 배구 절실한 과제, '완성형 레프트' 육성

세계적 배구 강팀들은 레프트 선수들이 장신이면서도 수비력이 준수하고,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강력한 공격력을 겸비하고 있다.

공격은 좋은데 수비력이 부족하고, 수비는 괜찮은데 공격력이 부족한 소위 '반쪽 레프트'는 좋은 선수가 될 수 없다. 국제무대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물론 국내에서도 완성형 레프트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전광인(194cm·한국전력)을 비롯해 일부 선수는 공격과 수비력을 겸비한 완성형 레프트로서 가능성과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레프트 선수들은 평소 V리그 경기에서 수비력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많다. 이는 외국인 선수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의 대부분을 몰아주다 보니, 국내 레프트 한 명은 수비에만 치중하고 공격은 거의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비형 레프트라고 불러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배구계나 중계 방송에서도 수비형 레프트라는 용어를 아무런 문제 의식 없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다.

특히, 어려운 공격과 파이프 공격을 외국인 선수가 도맡아서 하기 때문에 국내 선수들은 평소 리그 경기에서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을 키울 기회가 별로 없다. 이는 고스란히 한국 배구의 국제대회 성적 추락으로 이어진다. 세계적 선수들과 대결에서 공격 결정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레프트가 서브 리시브와 수비를 하지 않고, 후위로 가면 수비형 레프트와 교체하는 것도 국제경쟁력 추락의 요인이다. 이 또한 수비 능력 향상을 포기하고 반쪽 선수로 남게 하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강팀들은 주전 레프트 2명을 모두 공격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수비형 레프트로 교체해서 후위 공격 옵션 하나를 버리는 것도 불리한 조건을 자초하는 것이다. 해당 선수의 미래나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설사 수비형 레프트가 리시브를 받아낸다 해도 국내 공격수의 결정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강팀들의 높고 견고한 불로킹 벽을 뚫어내기 쉽지 않다. 수비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공격력 향상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 이유이다.

서글픈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불편하다. 공격수에게 '수비형'이라는 수사를 붙여야 하는 현실이 긍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레프트 선수들이 공격과 수비력을 키워서 완성형 레프트로 불리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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