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리그의 승격, 강등 제도가 얼마나 많은 사연을 만들어내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명승부였다. 기업 구단 시절 역사까지 포함하여 한국 프로축구 역사의 산증인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통산 7회(최다) 우승 기록을 자랑하던 성남 FC가 2부리그(K리그 챌린지)로 미끄러졌다. 김성호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관중들은 물론 그라운드에 쓰러진 선수들 대부분이 눈물을 펑펑 흘리고 말았다. 2016 K리그 클래식-챌린지의 대장정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최윤겸 감독이 이끌고 있는 K리그 챌린지의 강원 FC가 20일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16 승강 플레이오프 성남 FC와의 2차전 원정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어웨이 골 우대 규정에 따라 4년만에 K리그 클래식 무대에 오르게 됐다.

잘 버틴 강원 FC

수학능력시험이 있던 지난 19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1차전에서 득점 없이 비긴 양 팀은 더이상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평소 정규리그의 활동량보다 약 1.5배 이상 많이 뛰면서 빈틈을 내주지 않는 압박 축구를 펼칠 수밖에 없었다.

그 강도는 벼랑 끝에 내몰린 성남 FC가 더욱 강했다. 변성환 코치가 임시로 감독 역할을 맡을 정도로 흔들리고 있는 성남 입장에서 3-5-2 포메이션을 내세웠지만 수비수 박진포에게 강원 FC의 플레이 메이커 루이스를 전담 마크하는 특명을 내렸기 때문에 실질적인 수비 역할은 임채민과 김태윤 둘이서 맡아야 했다.

그러다보니 강원 FC가 자랑하는 매끄러운 패스 축구가 제대로 먹혀들 수 없었다. 하지만 성남 FC도 강원 FC의 수비벽을 쉽게 허물지 못했다. 골잡이 김현과 황의조가 분전했지만 위험 지역으로 뿌려주는 마지막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경기 시작 후 12분만에 성남 FC는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황의조가 측면에서 띄워준 크로스를 김현이 이마로 떨어뜨려주었고, 이 공을 조재철이 마크맨 없이 잡아놓고 마무리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조재철의 퍼스트 터치가 거칠어 공은 강원 FC 골키퍼 함석민에게 굴러가고 말았다. 결과론이지만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친 것이 성남 FC로서는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전반전 내내 성남 FC의 거친 압박 수비에 공격의 활로를 열지 못했던 강원 FC가 43분에 결정적 한방을 날렸다. 루이스가 뒤로 내준 공을 허범산이 잡지도 않고, 왼발 로빙 패스로 한석종을 겨냥한 것이다. 이 3자 패스가 2016 시즌 양 팀의 운명을 야속하게도 갈라놓았다. 한석종의 오른발 슛이 성남 FC 김근배의 키를 넘어 골문 안에 떨어졌다. 이로 인해 홈 팀 성남 FC는 적어도 2골을 몰아넣어야만 하는 운명에 처했다.

승부처는 결국 뚝심

성남 FC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특급 미드필더 김두현을 교체 멤버로 들여보냈고 7분 뒤에는 정선호를 빼고 황진성까지 들여보내며 공격에 집중했다. 안상현 혼자서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아야 하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그들에게는 2골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결국 황진성의 왼발 카드가 적중했다. 78분, 황의조가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황진성의 왼발 감아차기는 강원 FC 골문 왼쪽 기둥 쪽으로 아슬아슬하게 빨려들어갔다. 동점이 됐지만 여전히 강원 FC가 유리한 입장이었다.

이후 성남 FC는 센터백 임채민까지 공격적으로 배치하면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84분에 강원 FC 마테우스에게 역습 슛을 얻어맞기도 했지만, 골키퍼 김근배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공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나왔다.

하지만 전반전에 팀내 살림꾼 안상현이 받은 옐로우카드가 결국 성남 FC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88분에 안상현이 오른쪽 옆줄 바로 앞에서 강원 FC 교체 선수 장혁진을 고의적으로 넘어뜨리는 바람에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받고 퇴장당한 것이다. 10명이 된 성남 FC는 골잡이 김현까지 근육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더이상 강원 FC 골문을 두드릴 수 있는 동력을 잃었다. 강원 FC의 최윤겸 감독은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흘러가는 동안 교체 카드 2장을 적절하게 배치하여 성남 FC의 마지막 반격 흐름을 끊을 수 있었다.

이로써 언제나 최고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성남 FC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부리그로 밀려내려갔다. 김학범 감독이 시즌 도중 물러나면서 지휘봉을 이어받은 구상범 감독 대행이 단 1승도 거두지 못했고, 이번 승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구상범 감독 대행마저도 물러나서 변성환 코치가 그 막중한 임무를 맡았지만 큰 경기 직접 지휘 경험이 모자란 것은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4년만에 K리그 클래식 무대로 돌아오게 된 강원 FC는 상주 상무에 밀려서 2부리그로 떨어지던 2013년 12월 7일의 아픔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기에 그 간절함이 남달랐다. 최윤겸 감독을 믿고 따른 덕분에 공격과 수비의 밸런스 유지가 잘 이루어졌고, 성남 FC의 마지막 저항을 뿌리칠 수 있었던 것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2016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2차전 결과(20일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

★ 성남 FC 1-1 강원 FC [득점 : 황진성(78분) / 한석종(43분,도움-허범산)]
- 1, 2차전 합산 점수 1-1, 어웨이 골 우대 규정에 따라 강원 FC 2017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승격!

◎ 성남 FC 선수들
FW : 김현, 황의조
MF : 장학영, 정선호(52분↔황진성), 안상현, 조재철(46분↔김두현), 박용지(65분↔김동희)
DF : 임채민, 김태윤, 박진포
GK : 김근배

◎ 강원 FC 선수들
FW : 루이스, 마테우스(90+4분↔길영태)
MF : 정승용, 허범산(60분↔장혁진), 오승범, 한석종, 서보민(90+2분↔김윤호)
DF : 안현식, 세르징요, 이한샘
GK : 함석민

◇ 2017 K리그 클래식 12팀 구성
FC 서울, 전북 현대, 제주 유나이티드, 울산 현대,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수원 블루윙즈, 광주 FC, 포항 스틸러스, 인천 유나이티드 FC, 대구 FC(승격 팀), 강원 FC(승격 팀)
- 2016년 K리그 클래식 소속이었던 성남 FC, 수원 FC 2부리그 K리그 챌린지로 강등
축구 강원 FC 최윤겸 성남 FC K리그 클래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