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발투수 품귀현상으로 인해 좋은 조건의 계약이 예상되는 우규민

올시즌 부진에도 불구하고 선발투수 품귀현상으로 인해 좋은 조건의 계약이 예상되는 우규민 ⓒ LG 트윈스


올시즌 FA 자격을 획득한 LG 트윈스 우완투수 우규민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8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김광현, 양현종, 우규민, 차우찬, 최형우, 황재균 등 6명의 FA 선수들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 받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국내와 해외를 망라한 모든 프로구단과 계약 체결이 가능한 자유계약선수 신분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최대어로 꼽히는 김광현, 양현종, 최형우 등에 주목하며 이들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우규민은 다소 의외의 이름이다. 다른 국내 정상급 선발투수들에 비하면 KBO에서도 그리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6시즌 성적도 부상 등이 겹치며 6승11패, 평균자책점 4.91에 그쳤다.

희소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우규민의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이미 조금씩 거론되고 있었다.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오래전부터 잠실야구장을 찾아 우규민의 투구를 꾸준히 관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규민이 주목받는 이유는 역시 미국에서는 보기 드문 잠수함 투수라는 희소성이 꼽힌다. 특히 우규민은 잠수함 유형의 투수 중에도 정통파에서 벗어나 언더핸드와 사이드암 자세를 수시로 넘나드는 변칙적인 투구폼으로 더 유명하다. 우규민의 공을 처음 접하는 외국 타자들은 적응하는데 어려움이 겪을 가능성이 높다. 국가대표팀 김인식 감독이 우규민을 리그 성적과 별개로 지난해 프리미어 12에 이어 내년 WBC에서도 우규민을 연이어 발탁한 이유로 이런 희소성 때문이다.

여러 가지 보직을 두루 소화해본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우규민의 강점이다. 우규민은 LG에서 프로 13년차를 보내는 동안 마무리-중간계투-선발투수를 두루 거치며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경험이 있다. 통산 성적은 402경기에 나와 56승 58패 65세이브 25홀드를 기록했다.

군입대전인 2007년에는 마무리투수로 30세이브를 달성하며 당시 전체 2위까지 오르기도 했고, 선발로 전환한 이후로는 2013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며 LG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어차피 메이저리그는 한 두 시즌 성적만으로 선수를 평가하지 않는다. 지난 시즌 부진에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 우규민의 경쟁력이 인정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더라도 선발보다는 불펜 요원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잠수함 투수의 특성상 우규민은 KBO에서도 이닝 소화력이 아주 출중한 투수는 아니었다. 풀타임 선발 전환 이후에도 최다이닝이 2014시즌의 153.2이닝이었다. 선발투수로서 이닝 당 투구 수(15.5개)는 적은 편이었지만 효율성에 비하여 체력 자체는 그리 뛰어나지 못하다는 평가다.

올해 4월 삼성전 완봉승 이후 급격한 슬럼프에 빠졌듯이 높은 수준의 구위와 체력을 시즌 내내 꾸준히 보여주는 유형은 아니다. 오히려 오랜 이닝을 소화한 이후 경기에서 투구내용이 갑자기 나빠지는 경우도 많았다. KBO보다 경기수가 많고 일정도 빡빡한 메이저리그에서 내년이면 32세가 되는 우규민의 체력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한 우규민은 전형적인 제구력 투수다. 선발투수 전환 이후를 기준으로 해도 최근 4시즌 간 9이닝 당 볼넷 허용률이 1.81개로 토종 투수중 가장 적었다. 볼넷과 피홈런 허용이 적지만 그만큼 삼진 개수도 많지 않다.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기보다는 철저하게 맞춰 잡는 유형에 가깝다. 우규민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투수친화적인 구장인 잠실에서만 홈구장으로 11시즌을 활약했던 선수다.

여러 변수들

물론 우규민의 KBO 리그내 OPS 허용률만 놓고 보면 잠실과 원정경기의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아웃카운트도 플라이보다는 땅볼의 비중이 더 높은 편이었다는 기록은 참고할만하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 넘쳐나는 강타자들을 상대로도 이런 식의 맞춰 잡는 투구패턴이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컨디션이 좋을 때의 우규민은 타자의 무릎 근처에 낮게 형성되는 스트라이크가 일품이지만 투구밸런스가 나쁠 때는 공이 높게 뜨며 장타를 연속으로 얻어맞는 장면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또 다른 변수는 소속팀인 LG가 우규민의 FA 가치를 얼마나 평가하느냐에 달렸다. 금전적인 면에서 봤을 때는 미국에 진출하는 것보다 국내 잔류가 더 나을 수 있다. 올해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우규민은 여전히 LG 마운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수다. 일단 잔부상만 아니라면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나이도 아직 30대 초반이라 장기계약에 대한 부담도 적다. 팀에 오랫동안 공헌한 프랜차이즈스타라는 것도 고려해야할 대목이다. 우규민 본인도 나이와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고려하면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FA 시장은 변수가 많다. 한쪽에서는 과도한 몸값 거품을 줄여야한다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김재호(두산. 50억)나 나지완(기아, 40억)의 사례에서 보듯이 여전히 높은 몸값을 받는 선수들이 나왔다. 비슷한 준척 급으로 분류되는 우규민의 몸값을 책정하는데도 기준이 될 수 있을 만한 계약이다.

김광현, 양현종, 최형우 등 최대어급 선수들이 해외진출과 국내 잔류 사이에서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것도 각 구단들의 투자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규민도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구체적인 관심과 LG의 제의를 모두 검토하고 천천히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우규민이 과연 다음 시즌 깜짝 메이저리그 진출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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