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는 25일에 10개 구단의 보류선수 명단 제출이 마감된다, 베테랑 선수들의 거취에 대한 팬들의 궁금증이 매우 크다. 특히 김병현, 이병규에 비해 비교적 최근까지도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던 홍성흔에게 관심이 쏠린다. 지난 시즌까지만 하더라도 출장 기회를 어느 정도 보장받았던 홍성흔이지만, 지금에선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다만 김태형 감독은 다가올 2017시즌 팀 전력을 구상하는 데 있어 홍성흔이라는 이름을 크게 신경 쓰고 있지는 않다. 지난해와 올해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하면서 기존 전력이 탄탄함을 입증했고 야수진에서 부상이나 이적 등으로 이탈하지 않는 한 젊은 야수진을 자랑하는 두산의 전력에 큰 변화가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지금 이 시점에서 홍성흔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없다.

두산 홍성흔 올시즌엔 팬들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 두산 홍성흔 올시즌엔 팬들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 ⓒ 박중길


두산으로 돌아온 첫 해였던 2013년과 이듬해인 2014년, 두 시즌 동안 나름대로 팀의 고참으로서 최선을 다했다. 2013년 127G 469타수 140안타 15홈런 72타점, 타율은 2할9푼9리였고 2014년 124G 447타수 141아타 20홈런 82타점 타율 3할1푼5리로 이듬해에 오히려 전년도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5년, 홍성흔의 주장 완장은 오재원에게 넘어갔고 입지가 조금씩 좁아지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해서 본인의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부터 2할대에 머무른 타율, 또 장타 생산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홈런 개수는 7개로 전년도에 기록했던 20개에 비해 절반 이상 떨어진 셈이다.

​애초에 두산이 홍성흔을 원했던 것은 덕아웃에서 분위기를 잡아줄 리더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야수들의 평균 연령이 낮은 편이고 경험적인 면에서 도움을 줄 만한 선수가 많지 않았다. 투-타를 모두 살펴봐도 당시엔 김선우(현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 임재철(갤럭시아SM 야구사업부 담당) 정도가 그나마 고참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들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홍성흔이 와서 팀에 도움이 된 게 있었을까. 사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이적 이후 2년 동안의 기록은 가치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지만, 잘 안 하던 외부 FA 영입까지 꾀하며 실질적으로 얻은 것은 많지 않다. 오히려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홍성흔의 존재감은 제로에 가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당시 주장이었던 홍성흔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 또 베테랑으로서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이제는 현역 연장과 은퇴라는 기로에 서 있다.

▲ 2014년 당시 주장이었던 홍성흔 팀을 이끄는 주장으로, 또 베테랑으로서의 마지막 불꽃을 태웠지만 이제는 현역 연장과 은퇴라는 기로에 서 있다. ⓒ 박중길


불혹의 나이를 맞이했고 야수 자원이 많은 두산에서 홍성흔이 살아남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다고 수비가 가능한 상황도 아니다. 두산 입장에서 보류선수 명단에 홍성흔을 포함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선수 본인은 현역 연장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으나 만약 뜻을 굽히지 않는다면 두산과 홍성흔의 동행은 '새드엔딩'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진다.

올시즌 1군에서 홍성은은 17G 40타수 10안타, 홈런은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프로 데뷔 이후 홍성흔에게 이런 시련이 찾아온 적은 처음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26G 72타수 26안타 13타점 타율 3할6푼1리를 기록, 그 어느 때보다 어린 선수들과 보낸 시간이 많았던 홍성흔이다.

김태형 감독은 올해 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때 1군 콜업의 기회를 받았던 홍성흔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따로 그를 불러 따끔한 충고를 건넸다. 선수단과 선수단을 이끄는 감독에게 피해가 되고 있다며 2군에서 충분히 몸을 만들고 오라는 이야기였다. 웬만하면 부진하는 선수에게 위로를 할 수도 있는데, 김 감독은 직접적으로 홍성흔에게 아쉬움을 드러냈다.

코치 연수 등의 지원은 구단에서 가능한 부분이다. 안 될 게 없다. 선수가 현실을 받아들이느냐에 달려있는 문제인데, 아직 5일이라는 시간이 남아있기는 하다. 그 시간 동안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될 수도 있고 한편으론 이 분위기가 그대로 흘러갈 수도 있다. 후자가 조금 더 가능성이 높다.

아름다운 이별을 두고 입장 차는 확실하게 두고 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에서 많은 환호를 받는 홍성흔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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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위 기사는 네이버 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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