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혼자서 해내는 스포츠가 아니지만 '라이언 킹' 이동국의 존재 가치는 남달랐다. 65분에 교체 선수로 등장한 이동국은 단 5분만에 천금의 동점골을 도왔고 12분만에 역전 결승골을 만드는 페널티킥을 이끌어냈다. 바로 이것이 이동국이 입증하는 클래스의 차이였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19일 오후 7시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6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알 아인 FC(아랍에미리트)와의 홈 경기에서 교체 선수 이동국의 활약과 레오나르도의 연속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2차전은 일주일 뒤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으로 건너가서 치러야 한다.

최철순과 이명주의 존재 가치

홈&어웨이 두 경기로 우승 팀을 가리는 결승전이기에 양 팀은 상대의 장점을 제대로 파악하여 신중하게 대응했다. 우선 1차전 홈 팀 전북 현대는 알 아인 FC의 플레이 메이커 오마르 압둘라흐만의 발목을 묶기 위해 멀티 플레이어 최철순에게 특명을 내렸다. 풀백으로 자리를 고정시킨 것이 아니라 전담 마크맨으로 경기 내내 오마르 압둘라흐만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것이었다.

이에 알 아인 FC의 제로 톱 전술은 그리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카이우와 아스프리야가 측면에서 날카로운 역습을 전개했지만 김형일과 임종은이 버틴 전북의 수비 라인이 그렇게 쉽게 공간을 내주지는 않았다.

즐라트코 달리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알 아인 FC도 전북의 닥공에 대한 분석을 잘 하고 나왔다. 레오나르도와 로페즈의 측면 공격이 위력적이며 김신욱의 고공 공격 한방이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역시 그들은 홈에서 열리는 결승 2차전에 승부수를 띄울 생각으로 이번 1차전은 실점을 최소화하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 중심에 포항 스틸러스 출신의 만능 미드필더 이명주가 있었다. 전북 현대의 팬 입장에서는 얄미울 정도로 이명주의 존재감은 놀라웠다. 전북 현대의 중앙 미드필더 이재성과 김보경이 어떤 타이밍에 드리블 방향을 바꿀 것인가도 미리 알고 있었다.

특히 이재성이 번뜩이는 드리블 실력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면 어김없이 이명주가 달려들어 거칠게 압박하고 끊어냈다. 전반전 내내 전북 현대의 슛이 제대로 뻗어나가지 못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그만큼 전북의 최철순과 알 아인의 이명주가 특명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것이다.

라이언 킹 이동국, 경기를 읽다

전북이든 알 아인이든 후반전까지 이런 양상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전북 현대로서는 전반 26분에 김보경을 향해 알 아인 미드필더 아흐메드 바르만의 반칙이 일어난 지점이 페널티 지역 밖으로 판정된 것이 몹시 아쉬웠다.

김보경이 뜬 공을 소유하기 위해 발을 들어올린 지점이 페널티 지역 모서리 바로 안쪽이었지만 알 카프(오만) 주심은 제1부심과 의견을 나누었음에도 불구하고 페널티 킥을 선언하지 않고 직접 프리킥만 인정한 것이다.

전반전 말미에도 집중력이 흐려지는 현상이 자주 나타나지만 후반전은 압박 수비가 느슨해지는 시점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 봉인이 해제된다는 것을 알 아인의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먼저 알아봤다.

54분에 최철순의 압박을 뿌리친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섬세한 자신의 왼발이 아닌 오른발 슛으로 전북의 골문을 노렸다. 슈틸리케 감독에게 발탁되어 국가대표 팀에도 다녀온 골키퍼 권순태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겨우 쳐낼 정도로 위기였다.

그리고 9분 뒤에 오마르 압둘라흐만은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와 전북의 수비 라인을 허물어버렸다. 빼어난 드리블 실력으로 자신의 마크맨 최철순을 따돌린 것도 모자라 수비수들을 한쪽에 몰아놓고 기막힌 패스로 동료 다닐로 아스프리야를 빛낸 것이다. 오마르 압둘라흐만 덕분에 아스프리야의 왼발 슛은 마크맨 없이 전북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이로 인해 전북 벤치에는 비상이 걸렸다. 2골 차 이상으로 이겨도 시원찮을 홈 경기에서 먼저 골을 내줬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최강희 감독은 미드필더 김보경을 빼고 골잡이 이동국을 들여보냈다.

그리고 단 5분만에 천금의 동점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이동국의 존재 가치가 빛나는 순간이었다. 70분, 이동국이 왼쪽 측면으로 밀어준 공을 잡은 레오나르도는 알 아인 미드필더 이명주까지 완벽하게 따돌리는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전북의 닥공이 더 빛나야 할 시점은 바로 그 이후였다. 76분, 이동국의 선택이 또 한 번 빛났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이동국은 급하게 처리하지 않고 반대쪽에서 김신욱의 움직임을 확인하고 부드러운 크로스를 올려주었다. 이 순간 김신욱이 알 아인 수비수 모하메드 파예즈에게 잡혀 넘어졌고 알 카프 주심은 11미터 지점을 가리키며 휘슬을 길게 울렸다.

이렇게 얻은 페널티킥을 레오나르도가 빈틈없이 오른쪽 구석으로 꽂아넣으며 2-1 역전에 성공했다. 결승 2차전 원정 경기를 감안하여 전북으로서는 추가골 욕심이 났지만 3만6158명 전주성 대관중의 환호성은 모자람이 없었다.

10년만에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영광을 노리고 있는 전북 현대의 결승 2차전은 오는 26일(토) 오후 11시 25분 아랍에미리트 알 아인에 있는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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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6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1차전 결과(19일 오후 7시, 전주성)

★ 전북 현대 2-1 알 아인 FC [득점 : 레오나르도(70분,도움-이동국), 레오나르도(77분,PK) / 다닐로 아스프리야(63분,도움-오마르 압둘라흐만)]

◇ 결승 2차전 일정(11월 26일 토요일 오후 11시 25분, 하자 빈 자예드 스타디움, 알 아인 UAE)
알 아인 FC - 전북 현대
축구 챔피언스리그 전북 현대 레오나르도 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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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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