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 닥터 스트레인지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이나믹 코리아, 판타스틱 월드다. 찌라시에나 등장하던 최순실이 정말 한국 국정을 농단했다는 뉴스가 나오더니 이제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했단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믿지 않았을 이야기가 이렇게 현실이 되고 보니 세상에 정말 불가능한 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개봉한 지 어느덧 2주. 그동안 단 한 차례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닥터 스트레인지>는 마블영화의 불패공식을 몸소 입증하고 있다. 흥행세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이 기간 동안 다른 모든 영화에 든 관객수를 한 데 합쳐도 <닥터 스트레인지> 한 편에 미치지 못할 정도다.

<어벤져스>를 넘어 마블 세계관을 한 단계 확장시키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기에 흥행을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었다. 다만 까다로운 평단과 관객 모두를 납득시키며 2주가 넘도록 독보적인 흥행세를 이어갈 줄 몰랐을 뿐이다. 이대로라면 몇년 뒤 마블 히어로영화가 세계 유수 영화제에서 주요부문 상을 휩쓰는 일도 벌어질지 모른다.

과학적 상상의 세계에 마법을 심다

닥터 스트레인지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 분)으로부터 마법을 전수받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 닥터 스트레인지 에이션트 원(틸다 스윈튼 분)으로부터 마법을 전수받는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닥터 스트레인지>는 기존 시리즈가 구축해 놓은 과학적 상상의 세계에 이성적 인식을 뛰어넘는 마법이란 요소를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마블 세계관은 대폭 확장됐으며 그 최전선에 인기캐릭터 닥터 스트레인지가 서게 됐다.

아마도 다음 작품은 대기권을 벗어난 로켓의 2차 추진체처럼 닥터 스트레인지와 함께 마블의 세계를 전혀 새로운 곳까지 데려다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게만 된다면 마블은 전형적 블록버스터를 넘어 비주얼과 상상력 모두에서 익히 다다르지 못한 신세계를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남부러울 것 없는 외과의사 스티븐 스트레인지다. 천재적이고 오만하며 치유할 수 없는 상처까지 갖게 되는 치명적 매력의 인물, 닥터 스트레인지를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다. 교통사고로 두 손을 쓸 수 없게 된 스트레인지는 하반신 마비가 되고도 걸을 수 있게 됐다는 한 남자의 조언에 따라 네팔을 찾고, 그곳에서 에이션트 원이란 인물을 만나 새로운 세계를 영접한다.

영화는 신비한 힘을 받아들인 새로운 영웅의 출발이란 측면에서 <배트맨 비긴즈>와 유사하고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 마법이 실재하는 세계의 구현, 수련을 통해 수호자가 되는 주인공의 서사에서 각기 <인셉션>, <해리포터>, <매트릭스>를 떠올리게 한다. 블록버스터를 통해 검증된 요소를 적절히 배합하고 그 위에 발전된 기술력의 총화를 모조리 쏟아부어 만들었으니 처음부터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의 전반은 한 세계의 극점에 섰지만 다른 세계에는 무지했던 주인공이 마스터가 되기까지의 과정으로 채워진다. 처음부터 영웅으로 내정돼 있던 스트레인지가 조금씩 영웅이 되어 가는 동안, 영화는 정제된 드라마와 볼거리를 관객들에 끊임없이 제공한다.

게이트웨이를 열어 공간을 뛰어넘고 미러디멘션을 통해 시공간을 마음대로 어그러뜨리며, 혼령이 육체를 이탈해 격투를 벌이고 망토나 부츠 같은 마법도구들이 살아 움직이는 장면들이 눈 앞에서 펼쳐진다. 심지어는 시간을 되돌려 사라진 공간과 무너진 물질을 복원하기까지 하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악하지 않은 악당, 선하지 않은 주인공

닥터 스트레인지 시공간을 왜곡시킨 압도적인 영상에서 <인셉션>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 닥터 스트레인지 시공간을 왜곡시킨 압도적인 영상에서 <인셉션>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를 보고 난 관객의 절반 정도는 허공에 원을 그리며 혹은 그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극장을 나올 것이 분명한데 이는 영화의 설정이 관객을 매료시켰다는 증거다. 먼저 상상하고 다음엔 구현해서 마지막으로 믿게 하는 마블의 전략은 이번에도 다수 관객들에 그대로 적중했다.

볼거리만 있는 건 아니다. 영화는 독특한 악당의 캐릭터로 깊이를 더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인페르노>의 악역 조브리스트 박사와 마찬가지로 <닥터 스트레인지>의 악역 케실리우스 역시 정통적 악역과 궤를 달리한다. 그는 스트레인지에게 "나는 세상을 지배하려는 게 아니다. 에이션트 원의 눈속임을 넘어 사람들에게 영원한 삶을 줄 것"이라고 말하는데 놀랍게도 이는 진실이다. 다만 그가 거악 도르마무의 정체를 몰랐을 뿐이다.

완전한 선처럼 보이는 에이션트 원도 케실리우스의 주장처럼 선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그는 진실의 여러 면모를 감추고 있는 복잡한 인물로 그려지며 주변사람들에게까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숨긴다. 그의 선택으로 선이 될 수 있었던 케실리우스는 악당이 되고 모르도까지 등을 돌린다. 그렇다면 선은 무엇이고 악은 무엇인가. <닥터 스트레인지>를 완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선 이와 같은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밖에 웬만해선 히어로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던 베네딕트 컴버배치, 매즈 미켈슨, 레이첼 맥아담스, 틸다 스윈튼의 출연도 영화에 신선함을 부여했다. 이들의 조합은 기존 어벤져스 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영화에 심어줬고 그 결과로 닥터 스트레인지란 멋진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출발시켰다. 세련된 악동 아이언 맨과 분위기 있는 마법사 닥터 스트레인지의 만남이 이뤄질 차기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기대되는 이유다.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를 보고 손가락으로 허공에 원 한 번 그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닥터 스트레인지 영화를 보고 손가락으로 허공에 원 한 번 그려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성호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goldstarsky.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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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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