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엔 강팀은 아니지만 리그의 재미를 더했던 수많은 클럽들이 있었다. 그러나 몇몇 클럽은 언젠가부터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이지 않게 되었고 사람들 뇌리에서 서서히 잊히게 되었다. 한때 프리미어리그의 감초를 담당했던 '추억의 클럽'들의 근황을 소개한다.

2부 리그에서 별일 없이 산다! - 레딩, 버밍엄, 풀럼

레딩, 버밍엄, 풀럼 세 구단은 2000년대 들어 프리미어리그에서 얼굴을 자주 비추던 클럽들이다.

 레딩에서 뛰던 설기현의 모습

레딩에서 뛰던 설기현의 모습 ⓒ 레딩FC


우선 설기현의 전 소속 팀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 유명한 레딩은 2006-2007 시즌부터 2007-2008 두 시즌 간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뒤, 풋볼 리그 챔피언십(2부 리그)로 강등되었다. 이후 챔피언십에서 고군분투하다가 2011-2012 시즌 챔피언십 우승으로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잠깐 얼굴을 다시 비추기도 했다. 그러나 곧바로 강등되어 지금까지 2부 리그에 머물고 있다.

지지난 시즌과 지난 시즌, 각각 챔피언십 19위와 17위로 3부 리그 강등 위기를 겪기도 했던 레딩은 현재 야프 스탐 감독의 지휘 아래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노리고 있다.

올해 6월에 레딩에 부임한 스탐은 수비수 출신 감독답게 레스터의 리암 무어, 헤르타 베를린의 로이 베이렌스, 맨유의 타일러 블랙켓 등 다수의 수비수를 영입하며 레딩의 벽을 두껍게 쌓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현재 레딩은 프리미어리그 승격 가능권인 리그 4위에 올랐고 최근 3연승으로 좋은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는 중이다.

 버밍엄 시티FC

버밍엄 시티FC ⓒ 버밍엄 시티FC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십을 자주 오가며 팬들 뇌리에 각인된 버밍엄도 승격을 노리고 있다. 현재 버밍엄은 챔피언십 7위로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 순위인 6위를 바짝 쫓는 중이다. 아직 시즌 종료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남았기에 충분히 더 높은 순위를 바라볼 수 있다.

버밍엄은 2010-2011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18위로 마치며 강등된 이후로 아직까지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2010-2011 시즌 당시, 버밍엄은 리그컵 우승으로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따냈으나 리그 강등으로 팬들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상황에 놓였다.

강등 직후 시즌, 챔피언십 4위로 승격을 노렸으나 블랙풀에게 덜미를 잡혔고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며 2013-2014 시즌 챔피언십 21위로 강등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3부 리그로 강등될 뻔한 위기를 간신히 넘긴 버밍엄은 게리 로웻에게 새롭게 지휘봉을 넘겼고 지금까지 로웻이 클럽을 이끌고 있다.

버밍엄은 지난 10월, 홍콩 기업인 폴 수엔에게 인수되었다. 버밍엄이 폴 수엔의 타깃이 된 까닭은 프리미어리그 승격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지분 매각 대금은 2억 6천400만 홍콩 달러이며 새로운 선수 영입을 위해 1억 2천만 홍콩 달러가 쓰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새 구단주의 투자와 함께 버밍엄의 승격 꿈은 진행 중이다.

 풀럼의 홈구장 크레이븐 코티지

풀럼의 홈구장 크레이븐 코티지 ⓒ 풀럼FC


2001년부터 2014년까지 무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했던 풀럼은 레딩과 더불어 설기현의 전 소속 팀이다. 2013-2014 시즌을 19위로 마친 풀럼은 이후 후폭풍을 견디지 못한 채 부진에 빠졌다. 지지난 시즌과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 17위와 20위라는 프리미어리그 출신답지 못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 초부터 슬라비사 조카노비치가 풀럼을 이끌고 있으며 현재 리그 8위에 올라 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14명의 주전급 선수를 데려오며 팀을 개혁했다. 한편 스콧 파커는 풀럼의 강등 이후에도 클럽을 굳건히 지키며 주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다가 3부 리그로 떨어지나? - 울버햄튼, 위건, 블랙번

레딩, 버밍엄, 풀럼처럼 2부 리그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는 클럽들도 있지만 2부 리그에서조차 허덕이며 옛 추억만 그리워하는 클럽들이 있다. 바로 울버햄튼, 위건, 블랙번이 그 주인공들이다.

팀 역사 동안 울버햄튼이 프리미어리그에 있었던 기간은 단 4시즌으로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챔피언십 시절 설기현이 뛰었던 클럽이며 박지성이 멀티골을 넣은 상대로 국내 팬들에겐 상대적으로 친숙하다.

2009-2010 시즌부터 2011-2012 시즌 강등 당하기까지 3시즌 간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 울버햄튼은 이듬해 챔피언십에서도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바로 풋볼리그1 (3부 리그)까지 직행하게 되었다. 2013-2014 시즌 풋볼리그1 우승으로 2부 리그로 다시 돌아왔다.

올 시즌을 앞두고 중국의 투자회사 푸싱 그룹이 울버햄튼을 인수하며 큰 기대를 모았으나 현재 리그 19위로 또다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왈테르 젠가 감독은 울버햄튼을 맡은지 3달 만에 팀을 떠나게 되었으며 지난 6일, 아스톤빌라, 블랙번 등의 감독을 맡았던 폴 램버트가 새로운 감독으로 공식 선임되었다.

 위건의 새로운 감독 워렌 조이스

위건의 새로운 감독 워렌 조이스 ⓒ 위건 애슬레틱


항상 강등권에 머무르며 아슬아슬한 잔류 능력을 보여주던 '생존왕' 위건도 큰 위기에 처해있다. 2012-2013 시즌에 강등을 확정 지은 위건은 울버햄튼과 비슷하게 금세 3부 리그까지 추락했다. 2013-2014, 2014-2015 두 시즌만을 챔피언십에서 보낸 뒤, 3부 리그인 풋볼리그1으로 강등되었다.

풋볼리그1으로 떨어진 후, 바로 우승을 차지하며 올해 챔피언십으로 다시 왔으나 상황은 울버햄튼보다 좋지 않다. 16경기에서 단 3승만을 거두며 강등권인 21위에 위치해있다.

결국 위건은 지난 시즌 풋볼 리그 1우승을 기록한 캘드웰 감독과 결별했고 소방수를 찾기 시작했다. 라이언 긱스가 위건의 감독직을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결국 위건의 선택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군 감독 워렌 조이스였다. 워렌 조이스는 맨유 2군을 이끌고 다양한 트로피를 든 능력 있는 지도자로 알려졌다. 워렌 조이스의 합류는 생존왕의 '2부 리그 생존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 당시의 블랙번 로버스

프리미어 리그 우승 당시의 블랙번 로버스 ⓒ 블랙번 로버스


한때,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도 했던 블랙번도 2011-2012 시즌 울버햄튼과 함께 강등당한 이후 쉽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 챔피언십에서 23위에 올라있다. 블랙번보다 아래에 있는 팀은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한 로더럼이 유일하다.

블랙번의 감독은 이청용의 은사 오언 코일이다. 코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울버햄튼으로 떠난 폴 램버트 대신 블랙번의 감독 자리에 앉게 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일은 부진한 선수들에게 칼자루를 뽑아들고 마지막 경고를 내린 상황. 과연 블랙번은 위기를 딛고 다시 상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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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下편에선 3부리그, 4부리그에서 활약중인 'EPL 추억의 팀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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