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더비가 펼쳐진 수원종합운동장.

수원 더비가 펼쳐진 수원종합운동장. ⓒ 최한결


30일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는 '강등권 탈출'이라는 공통 목표 속, 더비를 펼치게 된 두 수원의 분위기를 대변했다. 하위권에 위치한 수원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목숨을 건 혈투가 벌어진다는 소식에 수많은 사람들은 수원종합운동장을 찾았다.

경기장 주변은 부산했다. 수원종합운동장으로 끊임없이 밀려드는 차들을 통제하기 위한 모범운전자들의 호각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렸다. 매표소 앞에선 저마다 응원 도구를 들고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운동장 주위에 길게 늘어선 경찰 버스는 '수원더비'의 열기를 실감 나게 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사로잡은 것은 류준열의 U-20 홍보대사 위촉식도, 축하 공연을 위해 나온 트랜스픽션과 배드키즈도 아니었다. 경기장 한 쪽을 가득 메운 푸른 물결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열정적인 수원FC 팬들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블루윙즈의 서포터들은 오랫동안 K리그에서 수원을 대표했던 '터줏대감'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일반석에도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팬들과 수원FC 팬들이 뒤섞여있었다.

오랜만에 가득 찬 수원종합운동장이 블루윙즈의 홈인지, 수원FC의 홈인지 쉽게 구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수원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수원 서포터즈.

수원종합운동장을 가득 메운 수원 서포터즈. ⓒ 최한결


킥오프를 알리는 휘슬과 함께 폭죽이 터지고 대망의 '수원 더비'가 막을 올렸다. 두 수원의 서포터스는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외쳤다. 그러나 수적으로 압도적인 수원 블루윙즈 서포터스의 목소리가 온 경기장을 울렸다.

열정적인 응원 속에 선제골은 블루윙즈의 것이었다. 전반 17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상호가 헤딩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배수의 진을 친 수원FC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전반 32분, 블라단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브루스가 가볍게 차 넣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양 팀이 한 골씩 터트리자 수원종합운동장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심판의 판정 하나하나마다 일반석 바로 앞 뒷자리에서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저게 왜 반칙이야!"라고 외치면 바로 옆에서 수원FC팬이 "심판 잘한다!"라고 응수하며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원 더비가 아니면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경기 내내 펼쳐진 응원전은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압승이었다. 가족 다 같이 경기장을 찾은 관중 사이에선 아이와 엄마가 원정석을 가리키며 "응원은 저기가 더 재밌겠다. 저 자리로 갈 걸"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원FC에서 나눠준 클래퍼(응원 도구)를 들고 있는 아이들은 수원 블루윙즈의 응원가 박자에 따라 클래퍼를 두드렸다. 수원FC의 장내 아나운서도 블루윙즈의 응원 소리에 당황한 듯 제대로 응원 유도를 이어나가지 못 했다.

팽팽했던 승부의 추는 후반에 재차 기울기 시작했다. 수원FC의 골키퍼 이창근이 초보적인 실수를 하고 저질렀다. 잡으면 안 될 공을 잡으며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간접프리킥 찬스를 내줬다. 수원 블루윙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염기훈의 크로스를 받은 이정수가 골 망을 흔들었다.

바로 2분 뒤, 수원FC의 김종국이 또다시 동점을 만들었다. 순식간에 수원종합운동장은 조용해지며 오래간만에 수원FC팬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메웠다. 잠깐 침묵에 빠졌던 블루윙즈의 팬들은 이내 큰 소리로 응원가를 다시 시작했다.

결국 팬들의 외침을 들은 조나탄이 환상적인 결승골을 터트렸다. 조나탄은 상의를 벗어던지고 경기 내내 힘을 불어넣어 준 블루윙즈의 원정석을 향해 달려갔다. 심판은 상의 탈의로 조나탄에게 경고 한 장을 꺼냈다. 그러나 경기 내내 응원해준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조나탄에게 그깟 경고 한 장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수원FC 서포터즈의 모습.

수원FC 서포터즈의 모습. ⓒ 최한결


조나탄의 골 이후에도 블루윙즈 서포터스의 응원은 얄미울 정도로 계속되었다. 후반전에 치명적인 실수를 내준 이창근이 볼을 잡을 때마다 수원FC 골대 바로 뒤, 블루윙즈 서포터스에게 야유가 터져나왔다. 이후 이창근은 간단한 패스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흔들렸다.

"필사즉생", "간절함의 차이가 승리를 만든다"라는 걸개를 들고 나온 수원FC 팬들에겐 너무나도 야속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져간 블루윙즈 서포터스의 응원 소리는 블루윙즈 선수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선수들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수원FC 선수들 또한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이미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블루윙즈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수원 블루윙즈는 90분이 될 때까지 경기를 압도하며 수원FC의 골문을 계속해서 위협했다.

결국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고 팬들은 경기장을 하나둘 빠져나갔다. 그러나 블루윙즈의 팬들은 끝까지 남아 승리의 노래를 불렀다. 서정원 감독과 선수단도 원정석으로가 고마움을 표시했다.

사실 이번 시즌 수원의 성적은 좋지 못하다. 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졌고 아직 강등 위험도 완전히 벗어나진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팬들은 경기장 밖에서 구단에 비판을 보낼지언정 경기장 안에선 한결같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왔다.

그리고 수원종합운동장을 순식간에 홈구장으로 만들어버린 모습은 선수들에게 큰 힘이 돼 블루윙즈의 앞날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순간, 또 위기에서 수원 블루윙즈의 팬들의 응원은 눈부신 빛을 발했다. 이날 하루, 경기를 보는 내내 12번째 선수들의 든든한 지지와 함께 뛰는 선수들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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