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해철이 안치된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내 안치단. 팬들이 가져다 놓은 꽃다발이 가득하다.

고인이 안치된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 내 안치단. 팬들의 꽃다발이 가득하다. ⓒ 김윤정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 신해철, '민물 장어의 꿈' 중에서

고 신해철이 우리 곁을 떠난 지 꼭 2년이 되는 27일. 한적한 곳에 있는 경기도 안성 소재 유토피아 추모관에는 이른 시간부터 '민물 장어의 꿈', '굿바이 얄리', 'Here, I stand for you' 등 고인이 남긴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고인의 팬클럽 철기군과 신해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관한 이 날 2주기 추모식에는 고인의 팬들과 가족, 동료 등이 약 150명이 참석했다.

 10월 27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열린 고 신해철 2주기 추모식.

고 신해철이 모셔진 안치단에 헌화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가족과 팬들. ⓒ 김윤정


 고 신해철의 2주기 추모식에서 헌화하고 있는 넥스트 멤버 등 고인의 동료들.

헌화하고 있는 넥스트 멤버 등 고인의 동료들. ⓒ 김윤정


평일 낮, 교통편도 불편한 장소였지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팬들은 기일에 맞춰 월차를 냈고, 팬클럽에서는 이런 팬들을 위해 전세 버스를 대절했다. 이렇게 모인 팬들은 가슴에 보라색 리본을 달고 있었다. 보라색은 고인이 사랑한 색.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났지만, 팬들은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고인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의리를 담은 셈이다.

이날 추모식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참석한 팬들도 눈에 띄었다. 고인의 음악을 들으며 학창시절을 보낸 팬들이 자라나 사회인이 되고, 부모가 된 것이다. 두 자녀와 함께 추모식에 참석한 한 팬은 "아직도 <대학가요제> 무대에 올랐던 무한궤도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보다 편해지기는 했지만, 지금도 문득문득 그립고 울컥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2주기 추모식에 가족·팬·동료 참석... 권양숙 여사 화환도

 고 신해철의 두 자녀가 고인의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 있다.

고 신해철의 두 자녀가 고인의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 있다. ⓒ 김윤정


 절을 하고 있는 팬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신해철의 아들 동원군.

절을 하고 있는 팬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신해철의 아들 동원군. ⓒ 김윤정


 10월 27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열린 고 신해철 2주기 추모식.

아내 윤원희씨와 고인의 두 자녀 지유양과 동원군이 절을 하고 있다. ⓒ 김윤정


추모식은 가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기제사로 시작됐다. 제사상 한편에는 고인과 특별한 인연을 나눈 고 노무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가 보낸 근조 화환도 눈에 띄었다.

고인의 두 자녀와 아내 윤원희씨, 어머니 등 가족들과 넥스트 멤버들은 고인에게 술을 올리며 예를 표했다. 고인을 쏙 빼닮은 딸 지유양과 동원군은 아버지의 제사상에 술을 올리고는 쑥스러운 듯, 엄마를 보고 배시시 웃기도 했다. 이들은 엄마의 양쪽에 서서 삼촌들과 아빠의 팬들이 예를 올리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제사를 마친 뒤에는 헌화식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고인이 잠든 안치단에서 모여 '민물장어의 꿈'을 합창했다. 내내 울음을 참고 있던 아내 윤원희씨는 팬들의 합창에 맞춰 노래를 부르던 도중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헌화를 마친 뒤 "아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진행자의 말에 아들 동원군은 두 손을 모은 채 눈을 꼭 감고 기도하듯 아빠에게 인사했다. 이런 동원군의 모습에 기특한 듯 할머니(고 신해철의 어머니)는 뒤에서 어깨를 다독이기도 했다.

"마왕의 쓴소리 그립다"

 헌화한 뒤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진행자의 말에 고개를 젓는 지유양과 눈을 꼭 감는 동원군.

헌화한 뒤 "아버지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라"는 진행자의 말에 고개를 젓는 지유양과 눈을 꼭 감는 동원군. ⓒ 김윤정


 슬픔을 참고 있던 아내 윤원희씨가 팬들의 합창에 맞춰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다 울먹이고 있다.

슬픔을 참고 있던 아내 윤원희씨가 팬들의 합창에 맞춰 '민물장어의 꿈'을 부르다 울먹이고 있다. ⓒ 김윤정


추모식에 참석한 넥스트 베이시스트 제이드는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2주기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진짜 빠른 것 같다"면서 "아직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팬분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해철이형 음악 잊지 않고 영원히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화를 마친 한 팬은 "힘든 시기 신해철의 음악으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면서 "세상을 향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마왕이니만큼, 요즘 같은 세상에 쓴소리를 많이 날려줬을 것 같아 유독 그립다"며 쓸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한편 고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 장 협착 수술을 받은 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심폐소생술을 받고 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응급 수술을 받았지만 같은 달 27일 세상을 떠났다.

지난 24일 검찰은 고인의 사망 열흘 전 위장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 강아무개씨에게 수술과 이후 치료 과정에서 부주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0월 27일 열린 고 신해철의 2주기 추모식에 차려진 제사상. 오른쪽에 고인과 인연이 깊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가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고 신해철의 2주기 추모식에 차려진 제사상. 오른쪽에 고인과 인연이 깊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아내 권양숙 여사가 보낸 근조 화환이 놓여있다. ⓒ 김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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