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뉴는 기존에 얽매이지 않았다.

주제 무리뉴 감독 ⓒ UEFA 유로파리그


'스페셜 원' 주제 무리뉴 감독의 전성시대는 끝난 것일까.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맨유가 잇단 졸전으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맨유는 29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포드서 열린 2016/2017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10라운드 번리와의 경기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설상가상 무리뉴 감독은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가 퇴장까지 당했다. 맨유는 이날 무려 37개의 슈팅을 쏟아붓는 등 일방적인 파상 공세에도 번리 골키퍼 톰 히튼의 선방을 끝내 뚫지 못했고, 후반 23분에는 안데르 에레라까지 퇴장당하면서 수적 열세 속에 결국 무승부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승에 그친 맨유는 10라운드를 치른 현재 4승 3무 3패로 8위(승점 15)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반을 넘긴 현재 선두 맨시티(7승 2무 1패. 승점 23)와의 격차는 8점 차로 벌어졌다.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걸린 4위 토트넘(5승 5무. 승점 20점)과는 5점 차다.

이는 지난해 5위에 그치며 성적 부진으로 경질된 판 할 감독 시절보다도 떨어지는 기록이다. 맨유는 판 할 감독의 마지막 시즌이던 2015/16시즌 10라운드까지 6승 2무 2패, 승점 20점으로 4위에 올라있었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현 선덜랜드) 시절이던 13/14시즌에도 10라운드까지 5승 2무 3패, 승점 17점(당시 8위)으로 무리뉴보다 높다. 당시 모예스의 맨유는 시즌 최종성적 7위를 기록했다.

무리뉴 감독이 맨유를 맡은 첫 시즌임을 감안해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폴 포그바-헨릭 마키타리안-에릭 바이 등 전력보강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한 데다 스페셜 원의 명성을 감안하면 대단히 실망스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이후 최근 4년간 맨유의 첫 10라운드 성적

13/14시즌     데이비드 모예스     5승 2무 3패     승점 17점     리그 8위(최종 7위)
14/15시즌     루이 판 할             3승 4무 3패     승점 13점     리그 10위(최종 4위)
15/16시즌     루이 판 할             6승 2무 2패     승점 20점     리그 4위(최종 5위)
16/17시즌     주제 무리뉴           4승 3무 3패     승점 15점     리그 8위(최종 ?)

단순히 운이 없는 게 아니라 경기 내용도 매우 좋지 않았다. 올 시즌 현재 맨유보다 높은 순위에 올라있는 맨시티(1-2)-리버풀(0-0)-첼시(0-4) 같은 우승 후보들과 리그 맞대결에서 아직 1승도 거두지 못했다.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 면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리며 수모를 맛봤다.

그나마 디펜딩챔피언 레스터시티를 커뮤니티 실드와 리그에서 모두 제압했지만 정작 레스터는 올해 11위에 머물며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의 전력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27일 EFL컵 16강에서는 맨시티를 1-0으로 제압하며 설욕에 성공했으나 비중이 가장 떨어지는 컵대회였고 맨유는 베스트멤버를 총동원하고도 주력 선수들을 쉬게 하고 1.5군이 나선 맨시티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는 점에서 영양가는 떨어진다.

그렇다고 약팀을 확실히 잘 잡는 것도 아니다. 5라운드 왓포드전에서 1-3으로 패했으며, 7라운드에서는 스토크 시티를 홈으로 불러들여 1-1로 비겼다. 유로파리그에서는 페예노르트(네덜란드)에 조별리그 첫 경기부터 0-1로 덜미를 잡혔다. 심지어 이번에 무승부에 그친 번리는 올해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온 승격팀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과거 첼시, 포르투, 인터밀란, 레알 마드리드 등 명문 클럽 들을 이끌면서 항상 재미는 떨어져도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실리 축구로 상대 팀들을 제압하는 축구 철학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올 시즌 맨유는 이도 저도 아니다. 맨유는 현재 10경기에서 13골을 득점했고 12골을 실점하며 득실차도 +1에 불과하다. 경기당 평균 1.3골로 판 할 감독이 이끌던 지난 시즌 1.28골과도 거의 차이가 없다. 특히 현재까지 맨유보다 순위가 높은 팀들과의 맞대결(컵대회 제외)에서는 단 2골만 넣고 9골을 내주는 비효율의 극치를 보여줬다.

지난 시즌 판 할 감독은 성적은 물론이고 지루하고 느린 경기 템포와 단조로운 전술로 숱한 비난을 들었는데 현재까지 무리뉴의 맨유도 전혀 다를 게 없다. 골 결정력은 빈곤하고 그렇다고 수비가 끈끈한 것도 아니다. 쉴 틈 없는 압박과 템포가 중시되는 EPL에서 맨유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0개 구단 중 최하위권의 활동량을 기록하고 있다. 한마디로 게으른 축구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무리뉴 감독은 부임 이후 5개월이 넘었지만, 아직도 선수단에 대한 파악이 덜 된 모습이다. 시즌 초반에는 웨인 루니의 부진과 폴 포그바의 활용법을 두고 논란에 시달렸고 최근에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마루앙 펠라이니가 부진한 경기력으로 도마에 올랐다. 무리뉴 감독은 자신을 향한 비판 여론에 "나보다 축구에 박식한 아인슈타인들이 많은 듯하다."며 조롱하는 듯한 대응으로 일관했으나 오래가지 못하여 루니가 선발에서 제외되고 포그바가 중앙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 배치되는가 하면 출전기회를 얻지 못하던 마이클 캐릭이 다시 기용되는 등 결과적으로 여론의 압박에 꼬리를 내리는 오락가락 행보로 일관하고 있다.

이적 선수들 활약도 미미

거액을 들여 영입한 이적생들의 활약도 대체로 실망스럽다. 이브라히모비치는 초반 4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지만 최근 6경기 연속 골 침묵에 허덕이며 부진하다. 1억 유로의 남자 포그바는 기복이 심하고, 마키타리안은 웬일인지 변변한 출전기회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던 수비수 에락 바이마저도 최근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전반적으로 중앙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에서 빌드업을 해줄 수 있는 패싱력과 리더십을 갖춘 선수들이 부족하고 좌우 측면에서 스피드와 돌파력으로 수비를 흔들 수 있는 전문 윙어 자원 또한 마땅치 않다. 이러다 보니 이브라히모비치같이 활동량이 부족하고 피지컬과 위치선정으로 승부하는 원톱 자원들이 고립되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루니와 펠라이니 등은 이미 더는 맨유 수준에 걸맞은 선수라고 할 수 없고, 지난 시즌 좋은 활약을 보였던 마커스 래쉬포드나 앙토니 마샬 등의 영건들은 이브라히모비치 때문에 측면 공격수로 역할이 제한되다 보니 자신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어차피 맨유가 무리뉴 감독을 영입한 이유는 성적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무리뉴 감독은 장기간에 걸쳐 팀을 만들어가는 육성형 감독이라기보다 단기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는 우승청부사에 가깝다. 맨유도 무리뉴의 축구 철학에 맞는 선수들을 보강하느라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도 초반 성적은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역주행하고 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만일 맨유가 현재의 페이스대로라면 판 할 감독이 거뒀던 지난 시즌 승점(66점)은 고사하고 모예스 감독 시절을 뛰어넘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최소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탈환이라는 목표달성에 실패할 경우, 올해 갓 부임한 무리뉴 감독의 입지도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에서 모두 팀 장악에 한계를 드러내며 커리어의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는 무리뉴로서는 맨유에서마저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더는 스페셜 원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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