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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역사를 장식(?)했던 연쇄살인범들 중 일부는 본명이 아닌 별명으로 기억된다. 1888년 런던을 공포로 몰아넣었지만 끝내 잡히지 않았던 '잭 더 리퍼(Jack The Reaper)'가 대표적일 것이다.

이외에도 밤에 살해할 여성들을 찾아다녔던 '나이트 스토커(Night Stalker)', 젊은 커플들을 대상으로 살인을 했던 '조디악(Zodiac)', 자신을 직접 '샘의 아들'이라고 지칭했던 연쇄살인범들도 있다.

이런 별명은 당시 사건을 취재했던 언론사 기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자들은 사건의 정황이나 현장을 관찰하고 거기에 적당한 별명을 연쇄살인범에게 붙이기 때문이다.

런던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

겉표지
▲ <이빨 자국> 겉표지
ⓒ 오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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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 랜킨의 1992년 작품 <이빨 자국>에서는 '울프맨'이라는 별명을 가진 연쇄살인범이 등장한다. 별명에서 연상되는 느낌과는 달리 '늑대'와는 별로 관계가 없다. 그가 처음으로 살인을 한 곳이 런던의 '울프 거리'이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생긴 것일 뿐이다.

그는 3개월 동안 4명을 살해했다. 역사적인 연쇄살인범에 비하면 그렇게 많은 숫자는 아닐 것이다. 대신 그는 특이한 흔적을 남겼다. 피해자의 복부에 자신의 치아 자국을 남긴 것. 어쩌면 지문만큼 결정적인 단서가 될 자국을 남긴 것이다.

이 자국으로 살인범의 범위를 좁혀갈 수 있을까. 연쇄살인이 계속되자 런던 경찰청에서는 스코틀랜드 경찰청에 요청을 하고, 연쇄살인범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형사 존 리버스는 이 요청에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하지만 낯선 객지에서의 생활이 쉽지는 않다. 일종의 문화적 충격을 겪는 셈. 지리를 익히기도 어렵고, 자신을 북쪽에서 내려온 촌놈이라고 생각하는 현지의 형사들을 상대하는 것도 만만하지 않다. 이래저래 어려운 환경에 놓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존 리버스는 현지의 수사관들과 함께 '울프맨'을 추적해간다.

스코틀랜드에서 런던으로 내려온 수사관

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할 때는,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자들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인지, 살인범은 주로 어떤 무기를 사용하는지, 살인의 간격은 어느 정도 되는지, 현장에 어떤 메시지를 남기고 가는지 등. 이런 점들을 파악하면 할수록 범인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씩 만들어진다.

동시에 범인이 행동방식을 바꿀 경우에도 이를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예를 들어서 다른 범행도구를 사용하던가, 희생자를 덮친 각도를 바꾸었던가 등.

물론 이런 식의 분석과 정리 작업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서 범인을 추적하지만 그래도 끝내 잡히지 않는 연쇄살인범들도 있다. 그들에게는 그만큼 독특한 별명이 만들어질 테고.

<이빨 자국>은 '존 리버스 컬렉션'의 세 번째 편이다. 스코틀랜드를 떠나서 런던에 도착한 존 리버스가 이후의 시리즈에서도 어떻게 문화적 충격을 극복하고 사건을 수사힐지 궁금해진다. 이 작품은 살인사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낯선 곳에 도착한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이빨 자국>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오픈하우스 펴냄.



이빨 자국

이언 랜킨 지음, 최필원 옮김, 오픈하우스(2016)


태그:#이빨 자국, #울프맨, #이언 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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