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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하르트 슐링크 <계단 위의 여자>

겉표지
▲ <계단 위의 여자> 겉표지
ⓒ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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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화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 중에 <계단 위의 나체>라는 작품이 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것처럼 한 젊은 여인이 나신으로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야하게 여겨지지 않는 작품이다.

이런 그림을 보면 한편으로 '이 여성의 실제 모델이 누구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알게 된다고 해서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궁금할 수 있을 것이다.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계단 위의 여자>에는 제목처럼 계단을 내려오는 나체의 여인을 그린 그림이 소재로 등장한다. 그림의 제목도 <계단 위의 여자>다. 주인공은 한 전시관에서 이 작품을 우연히 보게 되는데 이 여인의 실제 모델은 수 십 년 전에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다.

단순히 짝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서로 미래를 약속했던 사이. 그런데 그 여인은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렸고 상처 받은 주인공에게 그 그림이 앞에 나타난 것. 주인공은 사립탐정을 고용해서 그 여인이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알아내서 찾아가려고 한다.

행방을 아는 거야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하더라도, 만나게 되면 서로 어색할 수도 있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 왜 자기를 떠났냐고 물어볼까. 그렇더라도 주인공은 그 여인을 찾아 간다. 과거의 사랑을 찾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계단 위의 여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 배수아 옮김. 시공사 펴냄. 13,500원

M. C. 비턴 <험담꾼의 죽음>

겉표지
▲ <험담꾼의 죽음> 겉표지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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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에 한 열흘 정도 휴가를 받아서 떠난다면, 북유럽의 스코틀랜드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스코틀랜드라면 한국의 여름처럼 끈적끈적한 더위는 없을 것 같다. 거기에 더해서 멋진 북유럽의 풍경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고지대'라고 표현하는 스코틀랜드의 북부의 경치.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이런 곳에서도 살인사건은 발생한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작가 M. C. 비턴의 작품 <험담꾼의 죽음>은 스코틀랜드 북부의 작은 마을 '로흐두'를 배경으로 한다. 등장인물 중의 한 명은 이곳을 가리켜서 '세상에서 가장 후진 시골마을'이라고 표현한다.

범죄라고는 주정뱅이 술꾼들의 행패가 전부였던 작은 마을에서 잔인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마을에서 순경으로 근무하는 해미시 멕베스.

해미시는 강력반 형사가 아니라 그냥 '순경'이다. 독신으로 살면서 자신의 여유롭고 게으른 삶과 시골의 아름다움을 좋아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한가하게 동네 순찰이나 돌던 그의 앞에 살인사건이 나타난다. 사람들의 뒤를 캐고 험담하고 다니는 한 여성이 살해 당해서 호수에서 발견되고, 살인사건 수사 경험이 없는 해미시가 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하는데...

<험담꾼의 죽음> M. C. 비턴 지음 / 지여울 옮김. 현대문학 펴냄. 9,800원.

M. C. 비턴 <무뢰한의 죽음>

겉표지
▲ <무뢰한의 죽음> 겉표지
ⓒ 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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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뢰한의 죽음>은 M. C. 비턴의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의 두 번째 편이다. 첫 번째 편에서 '험담꾼'이라고 불리던 한 여성의 죽음을 수사했던 해미시는 이번 편에서 '무뢰한'이라고 불리던 한 남성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 무뢰한은 평소에 주변 사람들에게 무례한 행동만 하고 다녔던 사람이다.

그 무뢰한이 가슴에 총을 맞은 채로 발견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 죽음이 사고라고 생각하지만 해미시는 살인이라고 판단하고 독자적으로 수사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중앙경찰청에서 나온 수사관들과 부딪히기도 한다.

작가는 1985년부터 현재까지 30편이 넘는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를 집필했다. 그렇게 많은 작품들 속에서 살인사건을 접했으니 순경 해미시 맥베스도 그 기간 동안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사건 수사의 요령도 늘어났을 테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니까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스코틀랜드 고지대의 풍경과 마을도 많이 바뀌었을 것이다. 그래도 우뚝 솟은 산과 황무지의 바위들, 굽거나 튀긴 생선요리는 그대로 일 것만 같다.

언제가 될지 모르고 가능할지도 의문이지만 여름에 스코틀랜드를 여행한다면 이런 풍경과 요리를 접해보고 싶다. 조금 이상한 가정일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살인사건을 접한다면 더욱 서늘한 여름이 될 것 같다.

<무뢰한의 죽음> M. C. 비턴 지음 / 전행선 옮김. 현대문학 펴냄. 9,800원.


계단 위의 여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배수아 옮김, 시공사(2016)


태그:#계단 위의 여자, #험담꾼의 죽음, #무뢰한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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