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빛내는 또 다른 주역을 찾습니다. 연기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주'와 '조'는 따로 없습니다. 혹시 연기는 잘하는데 그동안 이름을 잘 몰랐다고요? 가만 보니 이 사람 확 뜰 것 같다고요? 자신의 길을 최선을 다해 걸어온 이들을 <오마이스타>가 직접 '픽업'합니다. [편집자말]

데뷔작부터 최근작까지 윤주는 남성의 판타지를 건드리곤 했다. 무슨 소리냐고? 그가 전면에 섰던 영화 <나쁜 피>(2010),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그리고 <나홀로 휴가>(2016)까지 윤주는 남성, 그것도 중년 남성의 대척점에 서서 그들의 뒤틀린 연정 대상이 되거나 그들의 결핍을 품고자 했다.

어떻게 보면 데뷔작부터 주연을 맡았으니 좋은 기회였다. 다만 이제 막 영화에 발을 디딘 신인 입장에서 이런 캐릭터는 부담일 법했다. 특히 조재현 감독의 <나홀로 휴가>에서 강한 베드신을 소화해야 했던 그다. 이런 주변의 우려에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수현재씨어터에서 만난 윤주의 답은 분명했다. "영화의 소재만 놓고 보면 조심스러운 게 맞지만, 등장인물의 사연을 바라본다면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라고 그는 답했다.

정답은 자신 안에

 영화 <나홀로 휴가>의 배우 윤주가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화 <나홀로 휴가>의 배우 윤주. 2010년 데뷔해 지금까지 7작품에서 여러 매력을 뽐내고 있다. 이번 작품에선 한 남성이 10년 간 쫓아다닌 연정의 대상이 됐다. 신비한 느낌이 도는 여성의 모습 역시 훌륭히 소화했다. ⓒ 이정민


22일 개봉작인 <나홀로 휴가>의 줄거리는 간단히 줄일 수 있다. 가정적인 남편이 10년간 연모의 대상이던 한 여자의 삶을 훔쳐보면서 위기를 겪는 이야기다. 내공 있는 배우로 인정받아 온 조재현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기도 한데 이러한 내용 때문에 "내가 겪은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해명 아닌 해명을 하는 해프닝도 이어졌다. 그만큼 현실감이 있다는 소리다. 윤주가 바로 그 남성의 대상 시연으로 분했다.

 영화 <나홀로 휴가>의 한 장면.

영화 <나홀로 휴가>의 한 장면. ⓒ 수현재엔터테인먼트

"시연은 그 남자의 기억 안에 있는 사람이잖아요. 시연의 모습을 제게서 찾으려 하니 답이 안 나오더라고요. 그 상황에만 집중하려 했고, 최대한 튀지 않으려 했어요. (영화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시연이 어떤 아이인지 묻는 분이 많으신데 일단 남자에게 제대로 사랑받아보지 못한 사람으로 전 해석했어요. 이를테면 나쁜 남자만 만나온 아이? 그러다가 아빠같이 포근한 느낌을 만난다면 혹할 수 있는 거죠.

감독님은 시연이 정말 여자처럼 표현되길 바랐어요. 그게 참 어렵더라고요(웃음). 과거의 모습도 확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 차이가 확실하게 표현되길 원하셨죠. 제가 가장 아쉬웠던 장면이기도 해요. 하고 나니 제 부족한 부분이 보이더라고요. 그땐 왜 몰랐을까."

캐릭터 설명과 동시에 본인이 부족했던 부분을 함께 끄집어내는 말에서 늘 반성하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홀로 휴가>때도 그렇고 윤주는 각종 오디션 현장에서 치열하게 자신을 증명해왔다. "습관처럼 돼 있다"며 "사실 반성의 연속"이라고 그가 웃어 보였다.

"처음이자 마지막일 텐데 연기자 선배님 앞에서 오디션 본다는 생각에 더 떨렸어요. 청심환을 먹고 갔죠. 조재현 선배께서 같이 연기를 받아주며 테스트를 했는데 오디션이라기보단 마치 수업을 들은 기분이랄까요. 한 달 정도를 기다렸고 포기할 때쯤 연락이 왔어요. 그때 한 번 뵙고 가부가 결정 안 나서 또 기다렸고, 아예 포기했을 때 '같이 해보자'라고 하시더라고요. 마치 영화제 같은 곳에서 수상하는 기분이었죠(웃음)."

현장의 재미

 영화 <나홀로 휴가>의 배우 윤주가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주는 다양한 이미지의 소유자다. 하긴 배우라면 응당 다면을 갖춰야 하지만 이에 더해 특유의 깊이가 그에게서 느껴진다. ⓒ 이정민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을 전공한 윤주는 '밑바닥부터 커 온' 배우다. 인기 많은 아이돌 그룹 출신도 아니었고,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광고 스타도 아니었다. 한창 진로를 고민하던 때에 친구의 권유로 예술고등학교 시험에 응시했고, 덜컥 붙어 지금까지 걸어왔다. 윤주는 "할 줄 아는 게 연기밖에 없는 것 같다"며 한껏 진지해졌다.

"어렸을 땐 제가 운동을 하기도 했으니까(윤주는 태권도 및 유도 유단자다-기자 주) 보디가드를 막연하게 생각했고, 미용에도 관심이 있긴 했어요. 근데 막상 힘을 빼고 임한 예고에 덜컥 붙어버리면서 연기를 하게 됐네요. 무대의 짜릿함이 있더라고요. 커튼콜의 행복, 그게 너무 좋았어요. 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하면서도 무대 연기만 하려 했는데 같이 공연한 선배 덕에 <나쁜 피> 오디션을 보게 됐고, 같이 하게 됐어요. 영화 작업이…. 오, 정말 재밌더라고요.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추억도 많이 생기고요.

그 영화 때문인지 이후 저를 보시는 관계자분들이 좀 세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미지가. 그게 스스로는 나쁘진 않게 들렸던 것 같아요. 제 모습이니까. 신기한 건 작품을 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어요.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이후 조금 유해진 느낌이 난다는 소릴 들었고, <나홀로 휴가> 이후엔 많이 밝아졌다는 말을 들었어요. 다음 오디션에선 더 좋아지겠죠? (웃음)."

 영화 <나홀로 휴가>의 배우 윤주가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평소 윤주는 생각이 많은 편이다. "배우로서 파고드는 성향이 도움이 되면서도 종종 힘을 빼서 생각해야 할 필요성도 느낀다"고 그가 말했다. ⓒ 이정민


흔들렸던 순간이 왜 없었을까. 20대 또래들이 직면하는 취업과 생계 문제에서 윤주도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기자 앞에서 그는 자신이 경험한 아르바이트를 쭉 열거했다. 돈이 없으면 아르바이트하고, 다시 연기하다가 또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를 하던 모습. 대학로 무대를 전전하는 내실 있는 여러 배우의 이야기 아니었던가. "버스비가 없어 밖에 못 나갈 때도 있었다"는 그의 과거는 지금은 웃으며 할 수 있는 소리 중 하나다.

"금전 문제는 스스로 많이 순화시켰어요. 희로애락을 겪는 것 또한 배우의 미덕이잖아요. 힘든 일요? 이왕 올 거면 내게 빨리 와라! 주의예요. 견뎌줄 테니(웃음). 연기… 음, 진짜 후회하고 싶지 않아요. 일반 사무직도 해봤지만, 연기하면서 많은 대리만족과 쾌감을 느껴요.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요(웃음). 제 인생을 돌아봤을 때 연기가 딱 삶의 중심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잘하려고 해요. 제일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이자, 유일하게 잘해 볼 수 있는 일이죠."

올해로 스물여덟. 당장 "아홉수가 걱정된다"고 말할 땐 여지없이 또래의 풋풋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동시에 "내가 보일 수 있는 재료가 많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일 땐 승부사의 기질이 보인다. 절반 이상이 지난 올해, 윤주는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액션이면 액션, 멜로면 멜로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하는 그의 모습이 기다려진다.

 영화 <나홀로 휴가>의 배우 윤주가 19일 오후 서울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권도, 유도, 그리고 복싱까지. 땀 흘리며 격렬하게 뛰는 운동을 즐긴다. "액션은 대역 없이 할 수 있어요!"라며 말하는 모습에서 승부사 기질이 느껴졌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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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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