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의 드라마 시청 경로가 TV 방송에서 인터넷 PC와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중국이나 대만,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권 국가도 그 변화 속도가 더욱 빨라 국영방송 등 주요 TV 채널 드라마가 공식적으로 인터넷 동영상사이트에서 동시 방영되는 경우가 흔하다.

전 세계 드라마가 유튜브와 라인 티비 등 글로벌 동영상사이트에 실시간에 가깝게 업로드되고, 네티즌들에 의해 각국 언어 자막을 입힌 버전도 빠른 속도로 올라오니 중국 시청자가 태국 드라마를, 일본 시청자가 베트남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은 더는 어렵지도, 특이하지도 않은 일이 됐다.

국내에서도 동영상사이트를 통해 중화권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지역의 드라마를 즐겨 찾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과거 해외 드라마 마니아(애호가)들이 주로 중국이나 대만, 일본 등 한자문화권의 드라마를 보는 데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언어나 사회적 분위기가 비교적 낯선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드라마도 적극적으로 검색해 시청할 정도로 기호의 범위가 확산됐다.

 태국 국영방송 MCOT(채널9)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방영한 인기 청소년 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 홍보 이미지.

태국 국영방송 MCOT(채널9)가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방영한 인기 청소년 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 홍보 이미지. ⓒ 라인티비(LINE TV)


그중 국내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나라는 바로 태국이다. 영화를 포함한 영상콘텐츠 제작산업이 발달한 나라로 유명한 태국은 특히 학교를 배경으로 한 '하이틴 드라마' 장르에서 히트작을 쏟아내는 추세다. 주로 청소년들의 우정과 사랑, 성장기 에피소드를 다루고 있는데, 동성애 소재를 전면에 부각하는 경우도 많아 태국 특유의 개방적 사회 분위기를 보여준다.

대표 작품으로는 <호르몬즈(Hormones·2013~2014)>와 <러브 시크(Love Sick·2014~2015)>, <메이크 잇 라잇(Make It Right·2016)> 등이 있는데, 최근 가장 '핫'한 작품으로는 단연 <메이크 잇 라잇>이 꼽힌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태국 국영방송 MCOT(채널9)와 인터넷 라인 티비(LINE TV)를 통해 동시 방영된 이 작품은 총 4쌍의 훈남 고등학생들이 이성애와 동성애를 두루 경험하는 이야기로 아시아권 10~30대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같은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Make IT Right)> 출연 배우들이 한국 팬을 만나기 위해 9일 서울을 방문했다. 이들은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 베짱이홀에서 열린 첫 한국 팬미팅에 앞서 중화권대중문화전문미디어 <차이나스타리포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내한한 이들은 극 중 퓨즈(Fuse)-티(Tee) 커플 역을 소화한 배우 피크(Peak·16)와 붐(Boom·15), 프레임(Frame)-북(Book) 커플 역으로 출연한 옴(Ohm·16)과 떠이(Toey·20), 그리고 조연 윗(Wit) 역을 맡은 프(Plan·19) 등 총 5명이다.

평균 나이 17.2세 소년들답게 드라마 속 교내 체육복을 입고 등장한 이들은 해맑은 표정 속에 성인 배우 못지않은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임했다.

 태국 국영방송 MCOT(채널9) 인기 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Make It Right)> 출연 배우 5명이 10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베짱이홀에서 열린 한국 팬미팅에 앞서 <차이나스타리포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프랜(Plan), 붐(Boom), 피크(Peak), 떠이(Toey), 옴(Ohm).

태국 국영방송 MCOT(채널9) 인기 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Make It Right)> 출연 배우 5명이 10일 서울 마포구 상수동 베짱이홀에서 열린 한국 팬미팅에 앞서 <차이나스타리포트>와 인터뷰를 가졌다. 사진 왼쪽부터 프랜(Plan), 붐(Boom), 피크(Peak), 떠이(Toey), 옴(Ohm). ⓒ 이강훈


드라마에서는 5명 모두 한 학교 학생으로 등장하지만, 이들 중 실제 고교생은 3명뿐. 떠이는 대학 1학년생으로 의학을 전공 중이고, 프랜은 대학 2학년생으로 요리사가 되기 위해 전공을 이수하고 있다. 피크와 옴은 고교 2학년, 막내인 붐은 고교 1학년이다.

이들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댓글을 통해 한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느끼고 있었단다.

옴은 한국 팬의 댓글 내용을 인터넷 번역 사이트에서 번역해 이해하고 있는데 댓글에 붙은 이모티콘이 특히 귀엽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단다.

한국팬 40명이 인천공항서  '마중'
홍대서 쇼핑하며 '서울 공기' 느껴

한국 팬과의 실제 만남은 9일 오전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오면서 이뤄졌다. 약 40명의 팬들이 공항에까지 이들을 마중 나간 것. 붐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좋은 느낌이 들었다. 쌀쌀한한 바람이 불었는데 팬들을 보니까 따뜻한 기분을 느꼈다"고 했다.

이들은 인천공항에서 홍익대 앞 거리로 이동해 아침을 먹고 쇼핑도 하면서 서울의 공기를 느꼈다. 배우들의 어머니와 누나, 동생 등이 함께 한국을 찾은 덕에 사실상 가족 여행의 모양을 띄게 됐다.

5명 배우 모두 한국을 좋아하지만 그 포인트는 모두 다르다. 피크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태양의 후예>를 재미있게 봤단다.

붐은 한국 가요에 빠져 있다. 롤모델로 꼽은 한국 스타는 보이그룹 빅뱅이다.

"2년 전 빅뱅이 태국 현지 콘서트를 열었을 때 콘서트장에 갔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지드래곤이에요. 빅뱅이 매순간 매우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열심히 활동해야 겠다고 생각했어요."(붐)

맏형인 떠이는 보이그룹 투피엠과 배우 소지섭을 좋아한단다. 특히 소지섭은 가정적인 남자의 이미지를 지녔고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매력을 지녀서 특히 좋아한다고.

프랜은 한국 영화에 관심이 많다. 최근 한국에서 히트한 영화 <부산행>을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꼭 가고 싶은 곳은 에버랜드와 동물원. 멋드러진 쇼핑 관광보다 신기한 것 많은 놀이동산이 아직 좋은 소년들이다. 하지만 연기와 작품에 대한 질문에선 눈빛이 사뭇 진지해졌다.

퀴어 장르 어렵지만 '연기 도전' 의미 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담긴 작품으로 인식되길

 태국 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에서 커플 연기를 펼친 주연 배우 4인방. 위쪽부터 피크(Peak)와 붐(Boom), 옴(Ohm)과 떠이(Toey).

태국 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에서 커플 연기를 펼친 주연 배우 4인방. 위쪽부터 피크(Peak)와 붐(Boom), 옴(Ohm)과 떠이(Toey). ⓒ 라인티비(LINE TV)


퀴어(동성애) 테마는 그 특이함 때문에 언론의 관심을 받기 쉽지만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가 적지 않아 주요 시청자층이 10~30대 여성에 국한되는 한계가 있다. 더욱이 이들이 출연한 드라마 <메이크 잇 라잇>은 남자 청소년 커플을 다수 내세운 파격적 설정으로 중화권 등에선 시청에 제재가 따를 소지도 있는 작품.

이에 대해 배우들은 이 작품이 '동성애 드라마'이기 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작품으로 생각해 줄 것을 주문한다.

"동성애든 이성애든 연애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를 하면 좋을지 교훈을 많이 주는 작품이에요. 제가 맡은 역은 상대에게 잘 삐치는 설정인데, 애인이 삐치면 어떻게 풀어줄 수 있는지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연애를 하는 사람끼리 서로 어떤 것을 챙겨야 할지 보여주는 의미가 있어요."  

물론 동성끼리 스킨십과 키스신, 노출신을 연기하면서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점 때문에 배우들에게 출연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 됐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출연했어요."(옴)

"이번 연기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많이 얻는 훈련이 됐어요. 앞으로 다른 드라마에서도 다양한 역할을 맡고 싶어요."(프랜)

악기·노래·스포츠…보여주고픈 재주 많아
의대생 떠이 "향후 진로는 졸업 후 결정"

이들이 이번 드라마에서 보여준 끼와 재능은 일부에 그친다. 피크는 드럼과 기타 연주에 능숙하고 붐은 노래 부르기와 농구 실력을 자랑할 만하단다. 옴은 기타와 드럼 같은 악기 연주에 능하지만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배운 태권도 실력이 자랑거리라고 했다. 떠이는 자타공인 '만능 스포츠맨', 프랜은 19세 소년 답게 축구를 즐긴다고 했다.

드라마가 종영된 지 2개월 만에 한국 팬미팅이 성사된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한국 대중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릴 날을 꿈꾸는 5명의 배우.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이 머리 속에 있는 단계는 아니다.

떠이는 "활발히 활동하는 선배들을 보면 정말 연습을 많이 한다, 나도 현재 하는 것부터 열심히 하다보면 나중에 더 좋은 기회를 만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의대 졸업 후 의사와 배우, 두 직업 중 어떤 길을 갈 예정이냐는 질문에 "졸업을 한 뒤 진로를 결정할 계획인데 우선 내가 졸업을 할 수 있을지부터 지켜봐야 한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붐은 "미래에 태국을 대표할 배우로 인식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겸손한 마음을 내비쳤다.

당장 이들에게 놓인 과제는 앞으로 제작될 <메이크 잇 라잇> 시즌2에서 더욱 완성도 있는 연기를 선보있는 것. 여운을 남기고 종영한 시즌1에 이어 시즌2에선 과연 어떤 줄거리가 펼쳐질지 팬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는 이들의 인기에도 파란불이 들어와 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및 사이트 '차이나스타리포트'에도 함께 게재합니다.
태국퀴어드라마 태국동성애드라마 차이나스타리포트 MAKEITRIGHT 태국배우인터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