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멤버들이 <2016 무한상사>에 특별출연한 지드래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과 함께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했다. <2016 무한상사>는 9월 3일 토요일 오후 6시 20분 방송된다.

무한도전 멤버들이 '2016 무한상사'에 특별출연한 지드래곤, 연출을 맡은 장항준 감독과 함께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했다. '2016 무한상사'1편은 일단 9월 3일 토요일 오후 6시 20분 방송됐다. ⓒ MBC


<무한도전> '무한상사 2016'을 김은희 작가가 집필한다는 기사를 읽고 뛰는 가슴을 멈출 수가 없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밝은 캐릭터를 이용한 범죄스릴러가 예상되는 바, '무한상사 2016'을 예상해보기 위해 김은희 작가의 수작 <시그널>을 다시 한 번 돌아봤다.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는 김은숙, 범죄스릴러는 김은희' 라는 공식이 굳어진 것 같다. 지난 백상예술상에서 김은숙의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이 나눠가진 것만 봐도 그렇다. <시그널>이 <태양의 후예>처럼 공영방송에서 방영됐더라면 그 영향력이 더 컸을 거란 아쉬움마저 있다.

만일 <시그널>을 김은숙이 썼더라면, 차수현(김혜수)은 과거에선 이재한(조징웅)과, 현재에선 박해영(이제훈)과 연애하느라 범인을 쫓아다닐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김은희가 썼기에, 애정을 고백하는 차수현에게 '형사는 한눈 팔 시간이 없다'고 무심한 척 응답하는 이재한 형사의 캐릭터가 완성된다. 이에 비해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송중기)은 아랍의 정예요원들과 총 들고 대치한 상태에서도 자기 뒤로 환자를 이송하는 강모연(송혜교)에게 한눈을 팔았다. 로코란 대략 이런 것이라서, 목숨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순간에고 자기 연인에게 한눈을 판다.

지독한 인연

만일 <태양의 후예>를 김은희가 썼더라면, 유시진은 무전기 정도는 있어야 겨우 살아남지, 그렇게 어벤져스처럼 또 살아나고 또 살아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다 안 되면 김은희 작가는 인물을 죽여 버린다. 드라마 <사인>에서 배우 박신양이 맞이했던 오싹하고 장렬했던 죽음을 생각해 보라. 우르크 대지진 때, 웃통 벗고 동네 한 바퀴를 돌아주는 청년들의 팬서비스 따윈 기대할 수 없고, 유시진이고 강모연이고 먼지를 더 뒤집어쓰면서 현장에서 뛰어다녀야 했을 것이다. 대위나 의사는 재난 현장에서 한눈 팔 시간이 없으므로.

<시그널>에서 '모든 사건이 시작되는 곳'인 인주시는, 김은숙 작가의 또 다른 로코 작품인 <시티홀>의 배경이 되었던 가상 도시이다(김은숙의 작품 중 가장 사회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녹아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어쨌든 거기서도 주인공들은 사랑만 했다). 이는 가히 공지영의 <도가니>가 배경으로 삼은 곳이, 김승옥이 창조해 낸 무안인 것에 비할만하다. 동시대를 쓰고 살아가는 동료이자 라이벌인 작가 김은숙에게, 김은희 작가가 작품을 통해 보내는 경의와 애정이 무척 보기 좋다. 그런데 이 인주시는 시장이 말단 공무원과 연애하느라 시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더니, 경찰들도 지역 이기주의를 앞세워서 범죄 은폐 조작하느라 바쁘고, 공권력 수행에 상당히 오점이 많은 도시이다.

<시그널>이 감동을 주는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한 남자가 과거로까지 영혼을 소급시키면서 범죄를 처단하려는 노력을 포기지 않는 '정의감' 때문이다. 거대 조직과 맞서 싸우면서 자신의 신변이 위험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사랑하는 여자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가면서도, 끝까지 사회악을 바로잡고자 '단죄'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세 명의 인물은 모두 지독한 인연으로 묶여 있다. 이재한은 박해영의 형을 살리러 가야할 순간에 차수현을 걱정하여 현장으로 나가고 만다. 그래서 박해영의 형을 살릴 기회를 놓친다. 그러나 차수현은 후일 미래에서 박해영을 대신해 과거의 이재한에게 애절한 진심을 담아 살아 있어달라고 무전을 통해 기원하면서, 이재한의 마음을 움직이고 과거를 변화시켜서, 박해영과 이재한을 동시에 살려낸다. 박해영은 잘못된 과거 수정으로 인해 불시에 사망한 차수현을 살려내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다시 과거를 바꾸고 차수현을 기어이 살려낸다. 이재한은 과거에서 박해영을 먼발치에서 돌보고, 박해영은 무전을 통해 이재한과 함께 범죄와 맞서 싸운다. 세 사람은 과거에서, 미래에서, 자신들 생애에서 그 어떤 인연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한 끈으로 묶여 있다.

과거의 선택이 바뀔 때마다 미래의 모습이 달라지는 나비 효과는 이제 거의 클리셰 수준으로 많은 작품에서 기법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전기를 통한 교신에 의해서 진행된다는 점 때문에 엄청난 긴장감을 자아낸다. 다음 회를 기다릴 때, 과거가 바뀌었는지 여부를 기다리게 된다는 것은 판타지가 스릴러와 결합되면서 가지고 온 시너지 효과이다.

그러나 어떤 과거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만 변화할 뿐, 악한 마음이건 선한 마음이건 운명을 거스를 만큼 강한 결심은 그 어떤 인생 시나리오에서도 똑같은 방향으로 흘러가고야 만다. 딸의 죽음 이후 폭주를 멈출 수 없었던 전직 대도 '오경태'의 결말은 동정심이 일 정도로 안타깝다. 그가 분노를 품었던 대상은 차수현이 죽었던 결말에선 겨우 목숨을 건졌지만, 차수현을 살려낸 결말에선 기어이 죽음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구원의 문제

사랑으로 구원 받을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만나게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홍원동 살인사건의 결말도 인상적이다. 외로운 두 영혼이 만나서 희대의 악인이 자신의 과오를 일말에 뉘우치고 사랑으로 교화될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 미래에서 잡힌 범인은 뉘우칠 시간이 부족해서 자살로 속죄하고자 했고, 과거에서 잡힌 범인은 교도소에서 사랑에 빠질 여인을 만나는 것으로 갱생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카르마(업보)는 반드시 되풀이되지만, 운명을 거스를 만한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생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핵심 메시지가 가슴을 울린다.

드라마 전체를 통틀어서 최고의 씬스틸은 11화 속 악의 대부 장영철로 분한 손현주의 등장이다. 쏘아 보는 눈빛만으로 상대를 사살할 것 같은 카리스마는 거대한 악의 조직에 홀로 맞서 싸운 그 의인이 맞는 것인지 완전히 의심하게 만드는 수준이다. 엄청난 몸집의 조진웅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수트를 멱살 잡듯이 확 고쳐 잡는 손현주의 연기는 정말로 어마어마하다.

시즌 2가 정말로 제작된다면, 세 명의 주인공은 손현주를 맞닥뜨려야 할 테고, 그렇다면 시즌 1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싸움이 될 것이 틀림없다. 상대가 손현주기에 시즌 2가 가능하다. 시즌 1의 악인 장현성의 호연도 좋았지만, 손현주라면 <추적자>의 정의로운 남자 이미지를 깨끗이 지우고, 더욱 더럽고 피비린내 나며 잔인한 싸움을 전개시켜 줄 것이기에 더욱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원으로 향해 가는 박해영과 차수현이 가는 길 끝에는 이재한이 있다. 둘은 이재한을 살려야 하는 절대 당위를 갖고 있다. 그것이 그들이 이재한에 대해 가진 카르마이다. 이재한을 살려내어서 반드시 인주 사건의 진범을 법의 이름으로 처단하고, 모든 일을 그렇게 되도록 사주한 장영철을 법정에 세워야 한다.
.
이 업보를 풀어내기 위해서라도 <시그널> 시즌 2는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 우선은 '무한상사 2016'에서 김은희 작가의 폭발력을 기대해본다.


시그널 무한상사2016 김은희 김은숙 태양의 후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에세이 작가, 임학박사, 연구직 공무원, 애기엄마. 쓴 책에 <착한 불륜,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 <사랑, 마음을 내려 놓다>. 연구 분야는 그린 마케팅 및 합법목재 교역촉진제도 연구. 최근 관심 분야는 환경 정의와 생태심리학.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