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파주 NFC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30일 오후 파주 NFC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훈련 준비를 하고 있다. 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 연합뉴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눈부신 성적을 거둬왔다. 호주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아대회 우승, 월드컵 2차예선 무실점 전승 등으로 근래 대표팀 감독 중 최고의 승률을 거뒀다.

그가 대표팀에 발탁하는 선수들마다 좋은 활약을 펼치며 '갓틸리케'라는 칭송을 듣기도 했다. 거스 히딩크 이후 슈틸리케만큼 짧은 기간에 한국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환호를 이끌어낸 외국인 감독은 없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성실한 자세와 합리적인 판단력에 나오는 공감의 리더십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좋은 선수를 찾기 위하여 2부리그나 아마추어 리그까지 찾아다니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고, 이름값보다는 선수의 기량과 잠재력에 대한 냉철한 판단 기준으로 선수들을 발탁했다.

슈틸리케 감독 체제하에서 지난 2년간 감독의 리더십이나 사생활, 선수 선발 기준 등을 둘러싼 논란이 거의 없었다. 전임 감독들이 대표팀 운영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구설수에 시달렸던 것과는 확연히 달라진 부분이다. 이제는 팬들 사이에서도 웬만해서는 슈틸리케 감독의 판단을 믿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실제로 슈틸리케 감독은 그만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을 만큼의 성과도 보여줬다.

다만 이번에는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부분들이 있다.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 돌입한 한국은 9월 중국, 시리아와 최종예선 첫 2연전을 치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2연전을 앞두고 선수단을 소집했는데 과연 '최상의 전력'을 구축했는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대표팀 엔트리 2명 비운 슈틸리케의 선택

논란의 시작은 슈틸리케 감독이 이번 2연전에서 차출 가능한 엔트리 23명을 모두 채우지않고 21명만을 선발한 데서  출발했다. 당초 명단에 포함되었던 석현준이 소속팀 적응 차원에서 제외됐고, 손흥민도 소속팀과 합의에 따라 중국전만 마치고 돌아가는 것을 감안하면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는 선수단이 19명으로 줄어든다.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에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들만 발탁했다"라고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6월 유럽원정에서도 같은 이유로 20명의 선수단만을 꾸린 일 있다. 하지만 당시는 어쨌든 평가전이었고 이번에는 결과가 중요한 최종예선이다.

중국과 시리아가 우리보다 전력상 한 수 아래라고 하지만 무조건 승리를 장담할 정도로 만만한 상대들도 아니다. 부상 등 어떤 변수가 벌어질지 모르는 단기전과 국가대항전의 특성상, 최대한 다양한 카드를 확보해도 모자랄 시점에 굳이 선택의 폭을 스스로 줄이고, 발목을 잡을지도 모르는 불안 요소를 스스로 만든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최종예선은 장기적으로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어떤 팀도 엔트리 23명을 모두 발탁하여 고르게 활용하는 팀은 없다. 하지만 당장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이라도 해도 대표팀에 합류해 훈련 등에 참여하며 감독의 축구철학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기간을 거친다.

심지어 월드컵 본선 같은 무대에서도 엔트리의 1~2명 이상은 팀 분위기를 고려하여 경험 많은 베테랑을 포함하거나, 미래를 대비하여 유망주를 발탁하는 일이 흔하다. 항상 주전들만 경기에 뛴다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손발을 맞출 기회가 많지도 않은 대표팀에서 이런 식으로 쓸데없이 보장된 엔트리를 아예 활용하지도 않고 낭비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다.

석현준 제외, 타깃맨 없는 공격진

 30일 오후 파주 NFC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 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30일 오후 파주 NFC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지시를 듣고 있다. 대표팀은 9월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을 치른다. ⓒ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슈틸리케 감독의 판단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짙어진다. 석현준이 제외되면서 대표팀 공격진에서 정통 스트라이커는 황희찬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문제는 황희찬이 A대표팀 경험이 아직 전무한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석현준이 소속팀 적응과 이동거리상의 문제로 제외되었다면 다른 유럽파에게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했어야 했다. 석현준은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되며 터키에서 현재 휴가를 즐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희찬은 석현준과 플레이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이번 대표팀은 공중전에 대비한 타깃맨 유형의 공격수가 단 한명도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동원, 손흥민, 구자철 등의 자원이 있어서 굳이 석현준의 대체자원을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 중 전형적인 최전방 원톱 자원은 전무하다. 손흥민은 중국전을 마치고 돌아가면 시리아전에서는 선택의 폭이 더욱 좁아진다. 추가적으로 부상자라도 발생하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지동원은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슈틸리케 감독이 그동안 강조한 원칙에도 가장 어긋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기존 대표팀 단골 멤버였던 이정협이나 황의조가 소속팀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제외되었는데, 지동원은 유럽파라는 점을 빼면 소속팀에서 아예 2년 연속 리그 무득점이다. 슈틸리케 감독이 그동안 강조해왔던 대표팀 발탁의 기준(소속팀에서의 꾸준한 활약)을 감안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불안요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이 중국-시리아전에서 좋은 성과를 올린다면 다행한 일이다. 오히려 슈틸리케 감독의 '혜안'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쏟아져나올 것이다.

다만 결과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과정에 대한 의문점이 있다면 문제제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만에 하나 이번 2연전에서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온 뒤에 그때가서 다른 선수들을 더 발탁했어야 한다고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다. 대표팀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실수나 약점을 무조건 감싸기보다는 냉철하게 바라봐야 할 필요가 있다.

슈틸리케의 아쉬운 선택

항상 대중의 주목을 받는 국가대표팀에서 감독에 대한 신뢰는 매우 중요하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을 보면 일비일희하는 여론에 의하여 지나치게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역시 외국인 지도자로 한국대표팀에서 코치와 감독을 모두 거쳤던 핌 베어벡 감독은 "한국 사람들은 지나치게 대표팀에게만 완벽을 기대한다"며 불만을 토로한 일도 있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에서 좋은 성과를 올리고도 '지루한 축구' 같은 프레임에 갇혀 안티팬들의 과도한 비난에 시달려야했다.

역사가 주는 교훈은, 대표팀 감독에 대한 지지이건 비판이건 항상 '맹목적'으로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브라질 월드컵 당시 축구계와 언론들은 홍명보호의 실패 가능성을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유럽파와 일부 주전들에 대한 특혜, 박주영의 국가대표 자격 논란, 홍명보 감독의 경직된 전술과 말바꾸기 등 이미 온갖 불안 요소가 터져나올 때도 '8강도전' 같은 근거 없는 장및빛 전망만 떠벌리며 본질을 호도하던 목소리만 넘쳐났다.

이 과정에서 대표팀이나 홍명보 감독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의 목소리는 "대표팀을 흔들려는 딴지"로 매도당하기도 했다. 대표팀이 잘못된 과정을 향하여 가고 있을 때는 침묵하다가, 정작 월드컵이 최악의 실패로 현실화된 이후에는 "월드컵은 경험하는 곳이 아니"라며 뒤늦게 객관적인 척, 비판자의 위치로 태세를 전환하는 전문가들도 넘쳐났다. 대표팀이 가장 경계해야 할 여론의 독버섯은, 바로 시류에만 편승하는 이러한 기회주의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까지 대표팀 감독으로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왔다. 하지만 그동안 잘해왔다고 해서 앞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판단만이 무조건 옳으며, 그에 대한 비판이나 문제제기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못할 때 격려해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잘할 때도 잘못된 부분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있어야 건강한 조직이다. 이번 최종예선 2연전에 있어서 슈틸리케 감독은 분명히 아쉬운 선택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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