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3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키기 범 영화인 비대위는 3월 2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시장 서병수)가 영화제의 자율성을 계속 부정한다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참가를 전면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 권우성


부산국제영화제 보이콧 철회 여부를 묻는 영화인 투표에서 주요 영화단체들의 의견이 팽팽히 맞서며 올해 부산영화제 참가에 대한 판단이 유보됐다. 부산국제영화제 지키기 법 영화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영화인 비대위)는 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하나의 결론을 내리지 않고 단체별 판단을 존중해 가며 계속 논의해가겠다"고 발표했다. 영화계가 유보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올해 영화제의 파행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영화인 비대위는 지난달 22일 열린 부산영화제 총회에서 정관 개정이 통과되자 25일~29일까지 영화단체별 투표를 진행했다. 집계 결과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등 4개 단체가 보이콧 철회에 반대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한국마케팅사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4개 단체는 보이콧 철회에 찬성하는 회원들이 더 많았다. 여성영화인모임은 당초 보이콧 철회 쪽으로 알려졌으나, 재투표에 들어갔고 최종 판단은 유보했다.

보이콧 철회에 대한 찬반이 4:4로 나뉘면서 영화인 비대위는 의견 통일을 위해 주말 단체별 입장을 조율했으나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위 소속 영화단체의 한 관계자는 "의견이 달라 결론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의견 절충이 난항을 겪으면서 보이콧을 결의한 단체들끼리 따로 입장 표명을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으나, 최종 결정을 미루는 대신 부산영화제 측에 부산시와의 추가 협상을 요구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이콧 철회에 부정적 의견이 많았고 최종 결론이 유보된 것은 올해 부산영화제의 정관 개정이 영화계의 승인을 받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한 반감이 강하게 작용한 부분도 있어 부산시가 결단을 내리지 않을 경우 영화단체연대회의 차원의 보이콧 철회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한국영화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영화감독들과 프로듀서, 영화노조가 보이콧 철회를 거부한 것은 무게감이 상당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의 한 관계자는 "문제를 일으킨 서병수 시장의 공개 사과가 없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이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철회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보이콧 철회를 거부한 몇몇 단체는 찬반투표에서 반대 입장이 확실한 우세였다.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반발에 대한 영화계 동의

 지난 5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잇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지난 5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한 심경을 밝히고 잇는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 유성호


이처럼 영화계가 보이콧 철회 문제에 대해 결론을 미루면서 입장이 갈린 것은 지난 4월 보이콧을 선언하며 요구한 서병수 시장의 사과와 재발방지, 정관개정에 대한 결과가 미흡했다는 인식 때문이다. 서병수 시장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이뤄지지 않은 대신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전임 조직위원장의 실수를 사과하는 모양새를 취했으나 실질적인 사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이번에 드러난 영화인들의 생각이었다. 부산시와 합의를 이룬 정관개정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독립성으로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다수였다.

게다가 정치적 탄압의 당사자인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반발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위원장은 정관개정의 핵심인 조직위원회(이사회 및 총회) 구성에 대해 "부산시와 부산영화제가 5:5 비율로 합의한 것은 '구조적, 제도적 독립성'으로 볼 수 없다"면서 "'실질적 독립성'을 이뤘다"는 부산영화제 측 입장에 반대를 나타냈다. 그는 "되로 받고 말로 주는 협상을 한 영화제 집행부가 자기합리화에 여념이 없다"고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또한 "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 전까지만 타결돼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가까운 영화인들에게 전하기도 했었다.

영화인 비대위가 보도자료에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이용관 전 위원장에 대한 탄압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영화인 비대위는  "부산시의 검찰 고발 이후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재판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부산시의 부당한 간섭과 행위로 불거진 문제가 개인의 잘못으로 변질되어가고 있고, 영화인비대위는 훼손된 개인의 명예가 회복 될 때까지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쏟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일부 영화인들은 부산영화제의 정관 개정이 정작 핵심인 이용관 전 위원장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비켜갔고, 실질적으로도 영화계가 얻은 것이 없다며 의미 있는 성과가 아니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김혜준 '모두를 위한 극장 공정협동조합' 이사장은 "서병수 시장으로 대표되는 대통령 심기 관리 검열론자들을 상대하는 강력한 비판과 이를 통한 유사사건 재발 방지 분위기 조성 작업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서병수 시장의 경우 이용관 위원장과 전양준 부위원장을 내쫓는 것으로 힘을 과시했고, 영화제의 예산권을 틀어쥐고 있고, 구체적으로는 신설된 상임감사를 자기 사람으로 선임하고 그를 통해 일상적으로 영화제를 통제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독립영화협의회 낭희섭 대표는 28일 성명에서 "때린 자들은 숨어있고 싸움을 말리는 자들이 맞은 자에게 대신 사과하면서 화해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정관개정으로 부산영화제 이사가 된 영화단체 대표들이 토론 없이 (찬반)의견을 구하는 것은 영화인들의 문제제기를 회피하는 서병수 시장의 작태와 같다"고 비판했다.

부산영화제 사태 핵심은 서병수 시장과 박근혜 정권

 지난 2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쫓아낸 임시총회 당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서병수 부산시장

지난 2월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쫓아낸 임시총회 당시 부산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던 서병수 부산시장 ⓒ 정민규


이번 결과는 부산영화제 사태에 대한 영화계 밑바닥 정서가 상당히 강경함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모습이다. 그러나 결과가 예상밖이라는 점에서 "놀랍다"는 정서가 많다. 사실 부산영화제 쪽이 정관개정안이 통과된 임시총회 직후 실질적 독립성 확보를 강조하면서, 영화계의 투표는 요식행위일 뿐 보이콧 철회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일부 영화전문 외신 매체는 보이콧 철회를 기정사실로 보도하기도 했다. 부산영화제 측은 보이콧 철회를 예상해 한국영화 출품 마감을 7월 29일에서 8월 8일로 연장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영화단체의 한 대표자는 "그간 단일한 목소리를 내 왔던 영화단체들이 다른 목소리를 낸 적이 없었기에 어떻게 결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4:4로 나온 결과에 당혹감을 나타낼 정도였다.

이에 대해 한 영화인은 "영화인들의 세대차가 드러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나이가 있고 생활에 여유가 있는 영화인들은 상대적으로 보이콧 철회에 찬성이었다면, 젊은 영화인들은 반대 입장이 컸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가장 강경한 쪽으로 구분되던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찬성은 "영화제에 출품하려는 독립영화 감독들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겠냐"고 추측했다.

부산영화제 측이 임시총회에서 정관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밝힌 입장이 도리어 반감을 샀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산영화제 측은 "이사회 구성을 보고 개악이니 독립성을 포기했니 어쩌니 하는 주장은 한마디로 사람 잡는 선무당의 헛소리"라고 강하게 비난했고, '영화제 1,2 년 안 해도 된다. 나중에 다시 정상화시키면 된다' 라는 일부 영화인들의 의견에 대해서도 무책임한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부산지역 영화계 인사는 "이 같은 대응이 도리어 역효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제작자 역시 "이용관 전 위원장에 대한 최소한의 존경과 미안함이 없고 도리어 대립하는 인상이 느껴져서 많이 불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계 주요 단체들의 보이콧 철회 유보는 단순히 부산영화제에 대한 거부라기보다는 비정상적 사태를 유발해 놓고 사과 없이 뒤로 빠지려는 서병수 부산시장 행태에 대한 경고 성격이 강하다. 부산영화제 사태의 책임은 서병수 시장에게 있고 박근혜 정권의 반문화정책이 빚어낸 산물이라는 점은 영화계에 이견이 없다. 내부적으로는 보이콧 철회와 유지로 의견이 엇갈리지만 방법의 차이일 뿐 궁극적으로는 부산영화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부산영화제 사태의 원인은 서병수 부산시장이고 그가 책임져야함을 영화계가 거듭 강조한 셈이다.

공은 다시 부산시로 넘어갔다. 제대로 된 사과와 제도적 구조적 독립성을 보장해 올해 영화제를 치르느냐 아니면 영화제를 포기하느냐는 부산영화제 사태를 일으킨 서병수 시장에게 달려 있다. 부산지역 한 영화계 인사는 "정관개정 협상 과정에서 서 시장을 대리한 김규옥 부시장이 구조적 독립성을 막기 위해 온갖 방해를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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