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KBO리그에서는 2017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을 시행했다. 그리고 이날 1차 지명을 받은 선수 한 명으로 인하여 리그 역사상 최초의 기록이 또 하나 탄생했다. 1차 지명을 받은 선수 중 한 선수의 아버지 역시 1차 지명을 받았던 레전드 플레이어였기 때문이다.

이 역사적인 주인공은 바로, '바람의 아들' 이종범(현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과 그의 아들 이정후(휘문고등학교)였기 때문이다. KBO리그에서 야구 가문이라 불리는 아버지와 아들 선수는 여럿 있었다. 하지만 아버지와 아들이 모두 1차 지명의 영광을 얻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물론, 1차 지명을 받는다고 해서 KBO리그라는 험난한 정글에서 야수로 롱런하는 선수 사례는 많지 않다. 그만큼 프로의 세계는 험난하고,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세상에서 살아남는 것은 선수들 본인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 명성에 의한 부담감, 험난한 프로의 세계

타격 연습하는 '바람의 손자' 넥센 히어로즈가 2017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한 휘문고 이정후(18)가 2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 리틀야구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명 유격수 출신 이종범(46) 전 코치 아들로 KBO 최초 부자 1차 지명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 타격 연습하는 '바람의 손자' 넥센 히어로즈가 2017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한 휘문고 이정후(18)가 2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 리틀야구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명 유격수 출신 이종범(46) 전 코치 아들로 KBO 최초 부자 1차 지명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 연합뉴스


KBO리그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입단의 영광을 안은 선수는 모두 34명이 있다. 하지만 그들 중 KBO리그에서 오래 활동한 사례를 찾는다는 것은 극히 드물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아버지의 명성을 이은 아들 사례는 많지 않다.

아들이 레전드 플레이어가 된 사례도 바비 본즈와 배리 본즈 부자 그리고 켄 그리피 시니어와 주니어 부자 정도다. 바비의 뒤를 이은 배리 본즈는 부자 300-300클럽과 함께 역대 홈런 1위(762홈런)의 기록을 세웠고, 켄 그리피 시니어의 뒤를 이었던 주니어는 개인 630홈런으로 2016년 1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켄 그리피 주니어가 기록한 득표율 99.32%는 역대 최다 득표율이며, 100년이 훨씬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전체 1순위 지명자 출신 명예의 전당은 그리피 주니어가 최초였다. 그만큼 화려한 주목을 받더라도 롱런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다.

리그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아들 중 KBO리그에서 장기간 흥행한 사례를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KBO리그의 역사가 1982년에 시작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수로 활약하는 아버지를 지켜본 아들들은 빨라도 1970년대나 1980년대에 태어난 선수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KBO리그 선수가 된 아들 선수 중에서 아직은 올스타 게임에 출전하거나 10년 이상 장기간 흥행한 선수 사례는 거의 없다. KBO리그 역사 35년(1982 ~ 2016)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선수가 나오더라도 그만큼 많은 선수가 사라지기도 했다는 뜻이다.

'바람의 아들'이었던 아버지, 아들은 '바람의 손자'가 될 수 있을까

'아버지의 이름으로' 넥센 히어로즈가 2017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한 휘문고 이정후(18)가 2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 리틀야구장에서 유격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명 유격수 출신 이종범(46) 전 코치 아들로 KBO 최초 부자 1차 지명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 '아버지의 이름으로' 넥센 히어로즈가 2017 신인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한 휘문고 이정후(18)가 28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이패동 리틀야구장에서 유격수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명 유격수 출신 이종범(46) 전 코치 아들로 KBO 최초 부자 1차 지명이라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 연합뉴스


이종범 해설위원의 아들 이정후를 지명한 넥센 히어로즈만 해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길을 걷는 야구선수만 무려 5명이 있었다. 여기에 이정후가 추가되면서 6명이 된 것이다. 유두열의 아들 유재신, 박종훈의 아들 박윤, 송진우의 아들 송우현, 임주택의 아들 임동휘 그리고 이병훈의 아들 이용하 등이다.

배리 본즈와 켄 그리피 주니어가 고향에서 데뷔하지 못했듯이, 이정후 역시 고향 팀이 아닌 넥센의 지명을 받게 됐다. 배리 본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입단하여 고향인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왔고, 켄 그리피 주니어 역시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했다가 이후 고향 연고지인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된 바 있다.

우리가 모두 알다시피, 이종범 해설위원은 광주 태생으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거쳐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그리고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곤즈 시절을 제외하면 KBO리그에서는 은퇴할 때까지 고향 팀 타이거즈 한 팀에서만 뛰었던 레전드다.

사실 이정후는 1998년 8월 20일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이 해설위원이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주니치 드래곤즈에서 뛰었던 사연 때문이다. 이후 아버지가 타이거즈에 복귀하면서 이정후는 광주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중학교도 2011년 광주에 있는 무등중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 아버지 이종범이 2011년을 끝으로 선수 기록을 마감했다. 2012년 은퇴식을 치른 이종범은 자녀들의 교육 차원에서 서울로 이사하게 됐다. 아버지 이종범은 2013년부터 한화 이글스 코치로 2년 동안 활동했으나 대전으로 따라가지는 않았고, 이정후는 무등중학교에서 휘문중학교로 전학하여 서울에서 수학했다.

우투좌타 내야수 이정후는 그대로 휘문고등학교에 입학했으나 하필이면 바로 1년 선배 김주성과 포지션이 겹치는 바람에 고등학교 2학년까지 유틸리티로 뛰었다. 그런데도 이정후의 고등학교 선수 시절 타율은 0.397이다.

이종범의 맹부삼천지교로 인하여 이정후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타이거즈 1차 지명 선수가 될 기회는 아쉽게 놓쳤다. 1차 지명은 선수의 출신 고등학교를 연고지 기준으로 삼는데, 본래 전학생은 1차 지명 대상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KBO리그의 1차 지명 제도가 한때 폐지되었다가 NC 다이노스와 kt 위즈의 창단으로 선수 지명이 확대되면서 부활했다. 그리고 이정후는 이 1차 지명이 부활하기 이전에 학교를 옮겼기 때문에 예외 사례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번 1차 지명에서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야수를 지명했다. 공교롭게 넥센 염경엽 감독(1968년생)은 광주일고 출신으로 이종범(1970년생)의 2년 선배라는 인연이 있다. 염 감독 역시 이종범, 이정후와 마찬가지로 유격수 출신이다.

또한, 2016년부터 넥센 주장을 맡은 우투좌타 2루수 서건창(1989년생) 역시 광주 출신으로 아버지 이종범의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종범이 갖고 있던 단일 시즌 최다 안타 기록(1994년 196안타) 기록을 경신,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 시즌을 만든 장본인(2014년 201안타)이다.

비록 아버지가 뛰었던 고향 팀 타이거즈에서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지는 못했지만, 이정후는 염 감독과 서건창 등 좋은 멘토들과 한 팀에서 인연을 맺으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고등학교 졸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정후는 일단 2017년 스프링 캠프에서 1군 합류 기회를 노릴 예정이다.

감독 커리어를 맡은 이래 줄곧 넥센을 상위권에 올려놓은 염 감독과 아버지처럼 뛰어난 타격 능력을 갖춘 서건창 등의 멘토를 한 팀에서, 그것도 신인 시절부터 만나게 된다는 것은 이정후에게 있어서 큰 행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종범의 맹부삼천지교가 이정후에게 어떤 효과로 다가올지는 향후 이정후의 활약에 달려있다. 이정후가 '바람의 아들'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바람의 손자'로 KBO리그에 큰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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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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