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KBO리그 정규 시즌이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이미 한 선수는 교체돼서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으며, 다른 한 선수도 바꿔야 할 상황이다.

한화는 오늘(24일) 구단 발표를 통해 KBO리그 사무국에 외국인 투수 에스밀 로저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 요청을 했음을 밝혔다. 며칠 전 알렉스 마에스트리를 내보낸 데 이어 로저스마저 내보내면서 시즌 절반도 지나지 않았는데, 외국인 투수 2명을 모두 교체하게 된 것이다.

지난 시즌 후반기 팀에 합류했던 로저스는 후반기 10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6승 2패 평균 자책점 2.97로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합류 초반에만 완투를 3번이나 기록하는 등 위력적인 투구를 여러 차례 선보였고, 덕분에 한화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포스트 시즌 진출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었다.

시즌 시작부터 외국인 선수 구성에 차질 빚은 한화

 3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SK의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SK가 3대 2로 역전한 5회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김성근 한화 감독 ⓒ 연합뉴스


2016년 시즌을 맞이하기에 앞서, 한화는 로저스와 재계약을 맺으며 외국인 선수 구성을 시작했다. 로저스는 올 시즌 무려 19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2015년 시즌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던 더스틴 니퍼트(두산 베어스)가 부상으로 정규 시즌에 부진했던 탓에 연봉이 인상되지 않았고, 로저스의 190만 달러가 올 시즌 외국인 용병 최고액이 된 것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문제가 생겼다. 스프링 캠프에 참가한 로저스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코칭 스태프들과의 불화설까지 생기면서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졌다. 다른 외국인 선수 몫 한 자리는 3월이 될 때까지 구해지지 않았다.

3월이 되어서야 한화는 마에스트리와 5000만 엔에 계약하며 겨우 외국인 투수 2명을 채웠다. 하지만 로저스가 부상으로 합류가 늦어지고, 마에스트리는 9경기 2승 2패 평균 자책점 9.42로 대형 사고를 쳤다.

로저스는 지난 달 8일에서야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5월 한 달 동안 2승 3패 평균 자책점 3.82로 지난 시즌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발과 불펜 구분 없이 과부하가 걸렸던 한화 마운드에 숨통을 트게 해 준 것은 분명했다. 로저스의 이닝 소화 덕분에 그나마 다른 투수들의 과부하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다.

그런 와중에 마에스트리는 5월 17일 1군에 복귀했으나 청주에서 열렸던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고, 0.2이닝 2실점으로 1회도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끌려 내려오다시피 했다. 그것으로 마에스트리의 기회는 끝이었고, 바로 웨이버 공시됐다.

우려가 현실로, 로저스 팔꿈치 이상으로 활용 불가능

타격 시범 보이는 한화 로저스 한화 이글스 오른손 투수 에스밀 로저스가 25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팀 동료 이태양에게 타격 시범을 보이고 있다. 로저스는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 0.208을 기록했다.

▲ 타격 시범 보이는 한화 로저스 한화 이글스 오른손 투수 에스밀 로저스 ⓒ 연합뉴스


그래도 한화는 5월 말 6월 초 엄청난 상승세를 타며 다른 팀들과의 승차를 바싹 좁히며 9위 팀들을 문턱까지 추격했다. 마에스트리의 대체 선수도 파비오 카스티요와 계약했고, 카스티요도 조만간 1군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그러나 로저스에게 결국 악재가 터졌다. 6월 4일 대구 원정 경기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1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스프링 캠프 때부터 문제를 일으켰던 팔꿈치 통증이 원인이었다.

이후 로저스는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에 들어갔다. 검사 결과 오른손 팔꿈치 인대에 이상이 발견되었고, 토미 존 서저리가 필요한 상황까지 왔다. 수술을 받은 뒤 재활만 최소 1년이 걸리는 치명적인 부상이었다.

KBO리그 규정상 외국인 선수는 1년 단위로만 계약이 가능하다. 게다가 한 팀에 최대 3명만 보유할 수 있으며(kt 위즈는 올해까지 4명), 투수로만 3명을 보유할 수 없는 규정 때문에 시즌 아웃이 확정되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한화는 시즌 아웃이 확정된 로저스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결정했다. 카스티요가 마운드에 오르기도 전에 새로운 선수를 또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서 올 시즌 한화에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다. 첫 번째 위기는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김성근 감독이 수술대에 오른 상황이었다.

일단 카스티요는 25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평균적으로 시속 150km 대 후반의 공을 던지는 정도의 구위를 갖고 있지만 제구가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다. 22일 마산 용마고등학교에서 실시했던 불펜 피칭에서 김성근 감독은 그의 제구가 나쁘지도 훌륭하지도 않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일단 카스티요는 몸 상태가 좋고 시차 적응도 끝났으며 시속 150km 후반 대 공을 던질 자신이 있다고 밝히며 의욕이 넘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단 한화는 카스티요가 1군 마운드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르고, 시즌에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인 오는 7월 말에 맞춰, 외국인 용병 교체 가능 시점도 7월 말이다. 한화와 kt의 승차는 반 경기 차로, 최근 8위에서 10위까지는 하루하루의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화가 외국인 선수 악재를 딛고 새로운 반등의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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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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