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원 인삼공사 감독... 토털 배구로의 변화와 리빌딩을 통해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 재현을 꿈꾸고 있다.

서남원 인삼공사 감독... 토털 배구로의 변화와 리빌딩을 통해 정규리그 우승의 영광 재현을 꿈꾸고 있다. ⓒ 박진철


의외였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지난 5월 31일 프로배구 FA 협상 최종 결과(3차 협상)가 발표되자, KGC인삼공사의 주축 선수 미계약 사실에 놀랍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번 발표가 중요한 건, 이날까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선수는 오는 2016~2017시즌 V리그에 뛸 수 없기 때문이다. FA 미계약 선수는 대부분 은퇴를 하거나 실업 팀으로 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런데 인삼공사는 팀의 주전 레프트인 백목화와 이연주가 모두 미계약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보통 3차 협상에서는 선수나 구단이나 적정한 선에서 합의를 보는 게 일반적이다. 특히 인삼공사는 최하위 팀인데다, 대체할 후보 선수층도 열악하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미계약이었다. 주변의 우려와 함께 또 한 번의 시련이 예고된 셈이다.

두 선수가 끝내 팀을 떠난 이유는 연봉 금액 문제가 아니었다. 프로 선수 생활을 접고 실업 팀으로 가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올해 새롭게 인삼공사의 지휘봉을 잡게 된 서남원 감독의 팀 운영 방침과 의지도 작용했다. 서 감독은 인삼공사가 패배의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팀의 색깔과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크게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감독은 변화의 방향으로 외국인 선수 위주의 몰빵 배구를 탈피하고, 전 포지션의 선수를 고루 활용하는 토털 배구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 선수들이 정신 자세부터 남 탓하기 보다는 독한 마음을 먹고 훈련에 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백목화와 이연주는 실업 팀으로 가서 대학도 다니겠다고 하는 등 제2의 배구 인생을 선택했다. 그리고 FA 3차 협상 기간 중에 팀 숙소를 떠났다. 연봉 협상까지 가기도 전에 팀과 결별을 한 것이다.

꼴찌보다 더 나쁜 건... 미래에 대한 전망이 없는 것

 백목화(좌)와 이연주(우) 선수

백목화(좌)와 이연주(우) 선수 ⓒ KOVO


차포가 빠진 인삼공사에게 변화와 리빌딩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두 선수가 이탈하면서 변화가 촉발된 측면도 있다.

서 감독은 붙박이 레프트였던 백목화·이연주의 빈 자리를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했던 최수빈, 김진희, 박소영을 잘 다듬어서 메울 생각이다. 비시즌에 강하게 훈련을 시킬 계획이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팀과 트레이드도 추진하고 있다. 서 감독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트레이드로 레트프와 센터를 보강하려고 한다. 만약 센터를 영입하게 되면, 센터인 장영은을 레프트로 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장영은은 현재 리시브 훈련도 병행하고 있다.

다른 포지션은 큰 변동이 없다. 센터는 문명화와 최근 무릎 부상에서 복귀한 유미라, 장영은, 이지수가 맡는다. 세터는 이재은과 한수지, 리베로는 국가대표 주전인 김해란이 뒤를 받친다. 라이트는 트라이아웃에서 1순위로 뽑힌 사만다 미들본(188cm·미국)이 맡게 된다.

인삼공사에게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올해 신인 드래프트에 장래가 기대되는 쏠쏠한 레프트 선수들이 참여한다는 점이다. 청소년 국가대표인 지민경(184cm·선명여고), 정선아(186cm·목포여상) 등 장신의 레프트와 유서연(174cm·선명여고) 등 기본기가 좋은 살림꾼 스타일의 레프트도 참여한다.

인삼공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소 3순위 이내의 지명권은 확보된 상태다. 또한 50%의 확률이기 때문에 1순위 또는 2순위 지명권을 얻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는 남자부와 달리 지난 시즌 하위 3팀(4~6위)만 구슬 추첨으로 지명 순위를 결정한다. 지난 시즌 최종 순위에 따라 6위 인삼공사는 50%, 5위 도로공사는 35%, 4위 GS칼텍스는 15%의 확률을 가지고 추첨을 한다. 지난 시즌 1~3위 팀은 자동으로 지명 순위가 결정된다. 최종 순위의 역순으로 흥국생명은 4순위, IBK기업은행은 5순위, 현대건설은 6순위 지명권을 행사한다.

두 시즌 연속 최하위라는 아픔을 겪은 인삼공사. 누구보다 선수 본인들이 가장 지치고 힘들었을 터이다. 하지만 성적만이 다는 아니다. 팬들도 덮어놓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과연 이 팀의 색깔이 무엇이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인가가 더 크게 작용하기도 한다. 인삼공사의 지난 두 시즌은 성적도 미래도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변화와 리빌딩은 언제나 우려와 기대를 동반한다. 우려를 기대로 만드는 건 팀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특히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은 필수 요소다. 서남원표 토털 배구는 봄에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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