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투 이어나가는 노경은 지난 2015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8회 초 두산 투수 노경은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0월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5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삼성 라이온즈 대 두산 베어스 경기. 8회 초 두산 투수 노경은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스포츠에서 흔히 트레이드는 전력보강을 위한 각 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을 때 성사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트레이드는 시도한 구단들이 '무엇을 얻었는가'에 초점이 맞춰진다.

근데 간혹 이런 기준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않는 트레이드가 발생하기도 한다. 때로는 억지로 끌어안고 있는 것보다 차라리 빨리 처분하는 게 더 도움이 되는 거래도 존재한다. 두산과 롯데의 이번 트레이드도 얻은 것보다 서로 '왜 포기했는가'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특이한 유형의 거래다.

두산과 롯데가 31일 오후 투수 노경은과 고원준을 주고 받는 1대 1 트레이드를 전격 단행했다. 노경은은 지난 5월 중순 은퇴 파동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당사자다. 당시 노경은은 은퇴 의사를 밝히고 구단으로부터 임의탈퇴 조치를 수용했으나, KBO의 최종 확인 과정에서 막판 은퇴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노경은은 이 과정에서 두산 구단과 심각한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경은은 은퇴 번복 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두산 구단과 코칭스태프로부터 개인적으로 느꼈던 불합리한 처우를 폭로하여 또 다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상 두산 구단과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것이 분명해진 상태였다. 올 시즌 리그 1위를 달리며 순항하고 있던 두산 구단으로서도 노경은 사건은 손톱밑의 가시처럼 남았다.

노경은은 2003년 두산에 입단한 이래 13년간 베어스의 유니폼만을 입었던 나름 프랜차이즈스타였다. 한동안 성장세가 더디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2012~2013년에는 2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달성하며 두산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다. 하지만 2014년 한 시즌 최다패(3승 15패)를 기록하며 슬럼프에 빠졌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입지가 급격히 위축됐다.

올 시즌 초반에는 두산의 5선발 후보로 낙점되어 기대를 모았으나 부진을 거듭하자 2군행을 지시받았고 이로 인하여 김태형 감독 및 두산 구단과 갈등을 빚었다. 올 시즌에는 3경기에 나와 2패 자책점 11.17을 기록 중이었다.두산에서의 성적은 통산 267경기에 나와 37승 47패 7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5.07이다.

두산은 이번 트레이드로 어쨌든 노경은과의 갈등을 정리하고 선수가 원만하게 현역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다한 모양새가 되어 부담을 벗게 됐다. 동시에 노경은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선발급 자원을 얻게되어 전력보강이라는 일거양득을 누렸다.

젊은 선발 자원 내주고 노경은 영입한 롯데

노경은의 처분이 급했던 두산과 달리, 고원준을 내주고 노경은을 받은 롯데의 결정에는 많은 팬들이 의아함을 드러내고 있다.

고원준은 2010년 넥센을 거쳐 2011년부터 롯데에서 활약해왔다. 롯데 입단 첫해였던 2011년 9승을 거두며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나 이후로는 성장세가 더뎠다. 지난해 상무(국군체육부대) 전역 후 롯데에 복귀하며 팀의 4-5선발급 자원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올 시즌 지금까지 4경기에 출전(3경기 선발등판)해 1패와 평균자책점 5.59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지난 9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상동구장에 있는 퓨처스(2군) 선수단에 머물고 있는 상태였다. 통산 성적은 102경기에 나와 18승 26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4.38이다.

30대를 넘긴 노경은에 비하여 고원준은 아직 20대 후반의 영건이고 군필자라는 메리트도 있다. 올 시즌 노경은의 성적이 고원준보다 나은 것도 아님에도 굳이 1대 1 트레이드를 수락한 것은 누가봐도 롯데의 손해가 아니냐는 의문이 생길 법하다. 롯데는 최근 꼴찌 한화와의 3연전에 충격적인 스윕패를 당한 이후 선발진 보강의 필요성을 느껴서 트레이드를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그래도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은 끊이지 않는다.

고원준은 2014년 9월 오른쪽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았다. 이듬해 퓨처스리그에서도 개막 후 한참이 지난 7월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남은 시즌 구원으로만 출전했다. 고원준은 입대 전 2012년 12월 음주운전 사고를 비롯해 퓨처스리그 경기 도중 흡연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는 등 실력보다 자기관리나 멘탈에서 자주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롯데가 꼭 노경은을 원해서라기보다는 두산과 마찬가지로 고원준의 가능성에 대하여 한계를 느껴 트레이드를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경은과 고원준 모두 전 소속팀과 팬들 사이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지 못하고 떠나는 모양새가 됐다. 일각에서는 정상적인 트레이드라기보다는 각각 소속팀의 계륵에 가까운 선수들을 처리하는 '폭탄돌리기'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두 선수가 새로운 유니폼을 입고 심기일전하여 팬들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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