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너브라더스


인터넷 공간을 혐오가 점령한 지 오래다. 혐오스러운 말을 부끄럽게 느끼지 않는 개인이 많아졌다. 이들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는 것을 괘념치 않는다. 그러고는 논리로 혐오를 정당화하며 익명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그러나 독 뭍은 화살은 돌아온다. 실재하는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고, 유무형적으로 뇌 구조가 변해 인생이 점차 피폐해진다. 악담으로 외쳤던 말이 저주가 되어 돌아온다는 말은 사상가의 빈말이 아니다.

2000년에 개봉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감독 미미 레더)에는 혐오의 반대편에 있는 이들이 등장한다. 이들도 세상은 엿 같은 것이고, 똥통이고, 구제불능하다는 주관적 사실에는 합의한다. 그러나 세상이 지옥이라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이들은 불평하는 대신 세상을 보다 '아름답게' 변화시키려고 행동한다. 캘리포니아 전체로 옮아간 이 운동은 오리건의 한 중학교 교실 숙제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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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정말 엿 같다면 너희가 세상을 바꾸면 돼!"

시모넷 선생(케빈 스페이시)은 막 입학한 11살 학생에게 1년에 걸친 장기 숙제를 낸다.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행동으로 옮겨라!(Think of an idea to change our world and put it into action!)" 아이들은 이 숙제가 괴상하고, 말도 안 되고, 짜증나고,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선생은 가능성의 세계는 누구에게나 내재해 있다며 학생을 독려한다. 손으로 머리를 가리키면서 말한다.

"가능성의 세계는 어디에? 너희 각자의 안에 있어. 이 안에. 너흰 할 수 있어!"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고 레닌은 말했다. 중학교라는 사회의 변두리에서도 더 작은 단위의 변두리에 속한 11살 트레버(할리 조엘 오스먼트)에게서 아름다운 혁명이 시작된다.

트레버의 가정은 평범하지 않다. 엄마와 둘이 사는데 아빠는 알코올 중독으로 집을 나갔다. 엄마도 일에 치이고 술에 취한다. 그러나 트레버의 마음은 비뚤지 않다. 트레버는 길가의 노숙자와 친구가 되어준다. 노숙자를 집에 데려와 씻기고 먹이고 재워준다. 노숙자는 쫓겨나지만 트레버의 행위는 선생이 말한 가능성의 세계에 속했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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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실제로 변할지 알고 싶었어요."

그러나 숙제의 마감은 1년 후고 트레버는 만족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하길 바란다. 트레버와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노숙자는 머리를 모은다. 그들은 다른 사람 세 명에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다른 사람 세 명에게 도움을 준다는, '도움 주기' 릴레이를 만든다. 이 도움 주기는 도움을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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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당하기가 두렵나요? 거부할 기회조차 안 주면서?"

도움 주기는 작게 울리는 메아리처럼 퍼져나간다. 술에 취한 엄마에게, 빈민국의 할머니에게, 자살을 하려던 여인에게, 자동차를 잃은 기자에게 퍼져나간다. 종국에는 오리건을 넘어 다른 주(캘리포니아)의 운동으로까지 번지는 기적이 일어난다. 11살 아이의 순수한 꿈과 당돌한 용기가 거대한 세계를 아름답게 변화시킨 것이다.

도움 주기는 자신이 속한 작은 단위의 세계부터 바꾼다. 그리고 도움 주기는 도움의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아우른다. 따라서 지위와 계층을 허물어 접촉할 기회를 주고, 대신 이해받지 못한 이들의 혐오와 악담은 수그러들게 한다. 개체가 처해있는 개별적 환경과 조직이 처해있는 제도적 환경을 초월한다. 도움 주기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끊어지지 않는 유대감을 확인한다.

트레버는 12살이 되는 생일날, 칠판 앞 의자에 앉아 기자에게 도움 주기에 대해서 말한다.

"제가 한 게 실제로 성공하진 못했어요.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별 성과는 없었어요. 엄마 쪽은 성공했죠. 할머니하고 만나서 화해했어요. 힘든 일이었지만. 할머니가 제 생일 파티에 와 주셔서 아주 기뻤어요. 보고 싶었거든요. 엄마 덕분에 '도움 주기'가 여기저기 퍼지게 됐어요. 용기를 내신 덕이죠. 사람들은 너무 겁을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어떤 변화에 대해서요. 세상이 항상 그렇게 엿 같진 않은 것 같아요. 처지가 아무리 나빠도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바꾸기가 힘든가 봐요. 그래서 결국은 포기하고 자신한테 지는 거죠."

"계획대로 되진 않아요. 사람들을 잘 살펴봐야만 돼요. 사람들을 지켜보고 보살펴야 돼요. 스스로는 못하니까요. 자전거를 고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죠. 사람을 고치는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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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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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오마이뉴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트 '말하는 몸'을 만들고, 동명의 책을 함께 썼어요. 제보는 이메일 (alreadyblues@gmail.com)로 주시면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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