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강화된 시간 지연 행위 처벌규정에 따라 철퇴를 맞았다.

수원은 8일 오후 5시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6 9라운드 경기에서 전북 현대에 2-3으로 역전패했다. 수원은 전반 15분 구자룡의 선제골로 앞서 나갔으나 후반에만 전북 한교원·루이스·이동국에게 연속 실점하며 고개를 숙였다.

수원으로서는 오른쪽 풀백 신세계의 퇴장이 경기흐름을 바꾼 결정적인 악재가 됐다. 전반 40분 1-0으로 앞서나가던 수원은 신세계가 오른쪽 진영에서 스로인을 시도하다가 파울을 범했다. 신세계는 스로인을 시도하다가 공을 빠르게 처리하지 않고 상대 진영으로 슬금슬금 올라가며 시간을 끌다가 김종혁 주심으로부터 옐로카드를 받았다.

이미 옐로카드를 한 장 안고있었던 신세계는 결국 경고 누적으로 전반에 퇴장당했고 수원은 수적 열세 속에 남은 시간 전북의 막강한 화력을 10명이서 견뎌내야 했다. 퇴장 판정이 내려진 지점이 하필 수원 진영 앞이다보니 서정원 수원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테크니컬 에이리어까지 벗어나며 심판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하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승부를 가른 신세계의 퇴장

 3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2016시즌 첫 슈퍼 매치에서 후반전 양팀 선수들이 볼다툼을 하고 있다.(2016.4.30)

수원 삼성의 경기 모습. 사진은 지난 4월 30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2016시즌 첫 슈퍼 매치에서 후반전 양팀 선수들이 볼다툼을 하고 있는 모습.(자료 사진) ⓒ 연합뉴스


결과적으로는 이 판정이 승부를 갈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신세계의 퇴장 전까지 나름 경기를 잘 풀어가던 수원은 후반에만 3골을 실점하며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수원은 후반 추가시간에 염기훈이 만회골을 터뜨리기는 했지만 승부의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원 서포터들은 신세계의 퇴장 판정이 나온 이후 엄청난 야유를 보내며 분노를 감추지못했다. 심지어 일부 팬들이 경기가 끝난 후에도 심판 출입구로 몰려가 항의를 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 역시 직접적으로 심판을 비판하지는 못했지만 "팬들의 야유가 선수들의 심경을 대변해준 듯하다"며 우회적으로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신세계의 퇴장은 과연 정당했을까. 국제축구연맹의 경기규칙 12조 '반칙과 불법행위, 퇴장성 반칙에 관한 조항'에 따르면 '경기가 프리킥, 코너킥 또는 스로인으로 재개될 때, 선수가 규정된 거리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 경고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올해 프로축구연맹은 순수한 경기 시간을 늘리기 위해 선수나 팀이 고의적으로 시간을 지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부분은 각 구단들에게도 모두 전달이 되어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신세계는 국제 규정에 해당하는 '스로인 위치 이탈'과 로컬룰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간지연 행위'가 더해지며 옐로카드를 받게 된 것이다.

이날 심판의 판단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운용의 묘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심판은 규정을 올바르게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고려하여 원활하게 경기를 끌고나갈 책임도 있다.

보통 심판도 중요한 승부처나 악의적인 반칙이 아닌 경우 일단 구두 경고 등으로 먼저 주의를 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이날 주심의 카드가 다소 성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만 했다. 신세계의 퇴장 당시 경기는 겨우 전반 40분밖에 되지않은 시점이었다. 고작 한골 차 리드에서 시간지연을 하기에 적절한 타이밍도 아니었고, 스로인으로 시간이 지체된 시간도 고작 6~7초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신세계의 이른 퇴장 이후 경기흐름이 무너지고 한쪽으로 승부의 균형이 기우는 결과를 초래했으니 팬들 입장에서도 심판의 과도한 개입으로 경기의 재미가 오히려 반감되었다고 느낄만 했다. 심판의 시점에서 '정확한 판정'이 '적절한 판정'과 일치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다.

옐로카드를 부른 신세계의 '문워킹'

하지만 이날 심판 판정이 다소 융통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을 수는 있어도 옐로카드 자체가 잘못됐다고 하기는 어렵다. 이날 신세계의 퇴장으로 가장 수혜를 입은 전북만 해도 지난달 30일 수원FC의 경기에서 3-1로 앞서던 후반 38분 수비수 이주용이 프리킥을 하려다 시간을 지체했다는 이유로 옐로카드를 받고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한 바 있다.

그런 면에서는 동일한 상황에서 심판이 오히려 일관성있는 판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쓸데없이 시간을 끄는 행위는 전 세계적으로 축구의 재미를 갉아먹는 비신사적인 행위로 지탄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애초에 이런 상황을 초래한 가장 큰 책임은 수원과 신세계 본인에게 있다. 신세계는 이미 2분 전에 전북 장윤호의 정강이를 걷어차는 거친 반칙으로 한 차례 경고를 받은 상황이었다. 첫 번째 카드 역시 과연 필요한 파울이었나 의문부호가 가시지도 않을 시점에, 또 다시 심판의 눈앞에서 굳이 안해도 될 행동을 한 것은 한마디로 퇴장시켜 달라고 애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특히 스로인 상황에서 시간지연 플레이 자체보다 문제가 된 것은 신세계의 노골적인 부정 스로인이었다. 신세계는 공을 던질 듯 말 듯 아군 진영에서 시작하여 거의 하프라인 근처까지 '문 워킹'(Moonwalking)을 하듯 슬금슬금 전진해 오는 기행을 선보였다.

처음 스로인을 시도할 당시 테크니컬 에이리어 반대편 끝자락에 서 있던 서정원 감독과 아예 동일선상에서 마주칠 정도로 대놓고 공간이동하는 주법이 돋보였다. 이게 축구인지 미식축구인지 순간적으로 헷갈릴 정도의 전진법이었다. 선수들이 종종 심판의 눈을 속여 스로인이나 프리킥 지점을 살짝 넘어서는 경우는 있지만, 이 정도로 노골적으로 선을 초월하는 경우도 드물다. 이는 시간지연 플레이와 상관없이 경고를 받기에 충분한 행동이었다.

처음부터 카드 관리를 잘했다면 퇴장도 없었을 것이고, 황당한 '스로인 문워킹'도 그냥 경고 한 장 받고 우스운 해프닝 정도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신세계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팀은 이날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고, 심지어 다음 경기 운용에도 큰 부담을 안게 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퇴장당하는 방법의 신세계를 알려준 선수. 그리고  심판의 융통성없는 판정을 원망하기 급급한 감독은, 그 전에 축구 규정도 제대로 숙지못한(또는 무시한)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게 우선이 아니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축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