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윤신이 제목으로 사용한 'entschuldigung'은 독일어에서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안무자는 이를 통해 가족의 무게와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을 무거운 짐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서윤신이 제목으로 사용한 'entschuldigung'은 독일어에서 잘못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안무자는 이를 통해 가족의 무게와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을 무거운 짐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했다. ⓒ 강혜림


서윤신. 그의 나이 이제 만 33살 춤 인생 17년이라는 경력에 뒤지지 않게 굴곡진 인생을 산 그였다. 2007년 비평가가 뽑은 올해의 무용수 5인에 선정되면서 첫 데뷔식을 치르고, 대전대 서은정 교수 밑에서 무용수로서는 최고의 타이틀일 수 있는 2011년 부산 전국무용제에서 그을림이라는 작품으로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진 그였다. 이런 타이틀을 얻은 지 이제 만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작년부터 서윤신은 서울의 작은 안무가 전에서 하나둘씩 얼굴을 내비치며, 창무회 드림앤비전 우수작 선정, 인천 국제현대무용제 최우수작 수상을 하면서 안무가로서 영역을 하나씩 다져나가는 중이다. 그가 안무가로서 오는 16일 금요일 대전예술가의 집(누리홀)에서 정식으로 대전 지역민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지난 4월 28일, 대전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리허설 현장을 보고 그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눈을 감고 바라보는 그들의 세상

서윤신이 대표로 있는 FCD:ance Company 무용 공연의 이름은 <눈 감고 세상 바라보기>이다. 우리 주변에 가치있는 것들을 눈이 있어야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함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중요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눈앞에 닥친 현실들에만 치중한 나머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 서윤신은 인생에서 진정 가치 있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고 돈으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자는 의도에서 이번 공연의 타이틀을 <눈 감고 세상 바라보기>라고 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본 공연은 2가지 작품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작품은 <21그램(Grams)>이다. 21그램은 영혼의 무게를 지칭하는 정량적인 숫자이다. <21그램>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은 내면의 무게가 존재한다면 21그램이 아닐까 라고 생각해 인간의 내면세계, 무의식에 초점을 두고 이를 춤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다른 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과 눈으로 보이는 스펙이 중요한 현 사회에서 내가 나를 바라보는 시각과 시간 그리고 내면의 성찰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내면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신도 몰랐던 내면, 즉 무의식의 이야기들을 무대화함으로써나 자신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은 <행맨 게임(Hangman Game)>으로 전쟁의 트라우마, 즉 정신적 외상를 다뤘다. <행맨 게임>은 가진 자들을 위한 희생양이 되는 아무 의미 없이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 위에서 지켜보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그들을 풍자하기 위한 작품이다. 서윤신 안무가는 "전쟁의 희생자들, 즉 군인들이나 피난민들은 그들이 왜 전쟁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 작품은 가진 자들의 주류 게임 아래서 결국 무자비하게 희생되는 건 군인들처럼 가지지 못한 피주류들이라는 걸 알리고자 했다"고 전했다.

"시각적 자극이 심적인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서윤신 안무가는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주제들을 진지하게 다루는 작업이 보는 이들에 감성적인 울림으로 다가가 그들을 잔잔한 사색으로 인도하길 바란다"라고 말한다. 차세대 아티스트 서윤신은 "좋은 소설책 한 권을 본 것처럼 같은 글이라도 다른 상상을 할 수 있는 작품, 가리거나 덮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춤, 테크닉보다는 움직임에서 진실성이 느껴지는 춤, 움직임의 시각적 자극이 심적인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고, 내가 만들고 싶은 궁극적인 춤이며 안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중적인 보편성을 기반으로 하고 그 위에 주관적 예술성이 가미된 무용이다"라면서 "이번 정기공연을 통해 대전 지역민들이 무용을 외면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주된 목표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눈 감고 세상 바라보기>는 독창적인 레퍼토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스스로 생존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과 자립기반을 구축하고, 현대무용 안에 서윤신만이 구축한 디테일한 움직임의 감성을 덧입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를 도모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무용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무용단 무용수들의 개인의 춤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솔로 작품들도 짧게 선보일 예정이다. 서윤신(안무가 및 무용수), 강혜림(연출 및 무용수), 임희수(안무가 및 무용수), 하정만(안무가 및 무용수), 정소희(안무가 및 무용수), 박병규(안무가 및 무용수), 김승록(무대감독), 박병철(조명디자이너) 등이 참여한다.

 이번 FCD:anceCompany 공연의 테마는 '눈 감고 세상 바라보기'다.

이번 FCD:anceCompany 공연의 테마는 '눈 감고 세상 바라보기'다. ⓒ 강혜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뉴스포털1>과 강혜림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쓴 기사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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